오늘 사랑으로 매긴 성적표를 내었던
이상석선생님의 강연을 들었다.
대학교때 부터 존경해 오던 선생님이라
마침 울산에
오신다는 연락을 받고
교과모임도 안가고 참석하였다.
실업고에 근무하신다는 말씀을 들으니
공감되는 말씀이 참
많았다.
실업고에 승진을 위한 경력을
쌓기 위해 거쳐 가는 많은 사람들을 생각해 보면
정말로 실업고에서 사람을
만났다는
선생님 말씀은 참으로 의미가 깊다.
버림받고 소외받은 이 아이들을
살 맛 나는 사람으로 여기신다니
늘 빨리
도망가고자 꿈을 꾸었던
나를 반성하게 한다.
맨처음 실업고에 왔을 때
나도 별 생각이 없었다.
집이 가까운 곳이니
출퇴근이 편해 지고 길에서 시간 버리는 일이
없어지겠구나 했을 따름이다.
과연 출퇴근이 편하여졌는가?
실업고에서 교사의 역할은 밤이고 낮이
따로 구분이
없다.
열 두시가 넘어서도 학생에게 학부모에게 전화가 온다.
그들이 아르바이트하고 나오는 시간이 한 밤이니
별생각없이 미안한
일이 있으면 사과를 하기위해
전달할 일이 있으면 전달하기 위해 전화를 한다.
엊저녁에도 한밤에 전화가 왔길래
이 미친놈 나도
잠좀 자자.
내일 아침에 얘기해 하고 밧데리 빼고 잤다.
낮에 종례시간에 해야할 일을 안하고 도망간 녀석이다.
어제 내가 부린
난동(?)을 보고 반장이 그 아이에게
사과하라고 다그친 모양이다. 내일 얘기해도 될 사안이다.
집을 나가는 녀석을 찾아 다녀야
하고
아이들과 따로따로 상담시간을 마련해야 하면
늘 퇴근시간을 넘긴다.
학교가 작아 처리할 잡무들은 왜 이렇게 많은
지
공문만 읽는데도 30분 이상 걸리는 날도 있다.
교과모임을 하느라 울산에도 왔다갔다 해야 하니
출퇴근 시간 지키는 일은
어렵다.
인문계선생님들은 쉬러 온다는 말들을 공공연히 한다.
학교에 머무는 시간이 더 길다는 뜻이겠다.
어떤 선생님이 말씀하셨다
선생님이 잘 대해 주시면 아이들이 머리 꼭대기에 올라갑니다.
머리꼭대기에 올라 가는 것은 괜찮은데 똥도 쌉니다.
똥싸는 것도 괜찮습니다. 뭉개지만 않으면요.
나는 이 원로 선생님이 좋아졌다.
그런데 선생님 머리꼭대기 위에서
똥싸는 것과 뭉개는 것은 어떤 구분일까
애매할 때가 있다.
나는 가끔 머리위에서 똥싼 것 같다는 기분이 들 때가 더러 있다.
그런데 오늘 강연을 듣고서
선생님을 속이기로 들면 좀 속아주세요.
아이들 앞에 어른 체면 좀 구기면 어때요?
늘 별명을 부르면서 놀림을 받아도
기꺼이 밥이 되어 주리라 생각한다.
교사역할을 잘 한다는 것이 무슨 답이 있겠는가?
자신이 세운 처음의 원칙을 끝까지 지켜 내는 것이 아닐까?
자신의 원칙을
아이들과 함께 여유를 가지고 차근차근 지켜 나가는 일.
학생과 함께 더불어 성장하는 길.
학생과 더불어 행복을 나눌 수 있는
길.
나는 오늘도 행복한 하루였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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