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1은 아주 예쁘게 생겼고 깝죽거리고 좀 까불거리는 남학생이다.
아침 일찍 부모님이 일하러 가신다고
먼저 나가시기 때문에 지각을 자주 한다.
겨우 9시에 도착하거나 9시 조금 넘으면 헐레벌떡 들어 온다.
우리반은 아침마다 한자8급 수준 (50자)를 익히고 있다.
이 아이는 오십자 중 모르는 글자가 40자쯤 되는 아이이다.
숫자를 차례대로 써 나가기 때문에
스므자 정도는 숫자로 읽었는 지 부모형제 이런 글자인데
십칠, 십팔, 십구라고 읽고는 내 뺄 생각만 하고 있다.
이 녀석들의 난처해 하는 표정을 보고 있으면 정말 안타깝다.
자신들이 생각해도 스스로 참 한심한 거다.
그렇다고 정말 모른다는 그 사실을 인정하기도 싫은 것이다.
여자 선생님 앞에서 이깟 것도 모른다고 하는 것이 자존심 상하는 일이라고 여긴다.
그런데 진짜로 아이들의 표정을 보거나 시험을 쳐 보면 모른다는 사실을 금방 알 수 있다.
담임인 나도 환장할 노릇이다.
그런데 고등학교 이학년이나 되도록 단순한 철자법도 모르고
문장을 쓸 줄도 모르고 자신의 뜻을 표현 하지도 못하는 것이 어찌 이들만의 탓이라 할까?
까불거리고 말 안 듣는다고 나무래다가도 어른들의 책임을 생각해 보면 서늘한 생각이 든다.
부모님들은 학교에서 열심히 공부하겠거니
선생님들은 시간마다 수업을 하기만 하면 아이들이 알아듣겠거니,
아니 알아 듣지 못해도 콩나물처럼 어느 순간에 자라 있어서
자신들의 노력이 헛되지는 않겠거니 믿어 왔으리라.
앞으로도 돈만 있으면 전문대학도 가고 게 중에 몇몇은 4년제 대학도 들어 가리라.
뼈를 깍는 노력으로 뛰어넘은 그 과정을 차근차근 되짚어 나가는 학생도 있겠지만
대다수는 형식만 갖춘 채 내용은 채우지도 못하고 가짜 인생을 살겠지.
이들에게 진짜를 찾아 주는 것, 모른다는 사실을 깨닫게 해 주는 것.
자신들의 위치가 이 세상에서 얼마나 불리한 위치에 서 있는 가를 느낄 수 있게 해 주는 것이 이들의 행복을 빼앗는 일이 될까? 이것이 내가 풀어야 할 숙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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