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한 교사되기

실업계 학교의 일상

햇살수풀 2006. 4. 18. 18:19

실업교육이 파행을 걷고 있다고들 한다.

새로운 대안을 세워야 한다는 지적이 많지만 마땅한 돌파구를 찾지 못하고 있다.

우리 학교는 중학교에서 성적 90%가  넘는 학생들이 다니고 있다.

우리반 반장은 저는요83%여서 4년제 대학 갈거예요하고 욕심들을 낸다.

아무리 새로운 돌파구를 찾는다 한들

성적이 하위 90%인 학생들만 모이게 되면 어떤 대책인들 효과가 있을까 싶다.

성적이 낮으면 인성이라도 착하면 좋을텐데

마치 세상에서 버림받은 아이처럼 구는 아이들이 한 둘이 아니다.

 

오늘은 과학의 날, 학교에서는 연례행사중의 하나이고

과학부서에서는 가장 바쁜 날 중의 하나이다.

 여느 학교나 다름없이 과학퀴즈대회, 과학독후감쓰기. 물대포쏘아 올리기,

과학 표어 만들기, 포스터 그리기 등이 그 주된 내용이다.

5,6,7교시 수업시간에 특별한 활동에 참가하지 않는 학생은 독후감을 쓴다.

자신의 마음을 표현하는 일도, 문장을 만드는 일도 힘든 아이들이라 글쓰기가 될 리가 없다.

차라리, 책이라도 옮겨 적게 하는 게 낫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할 정도다.

우리반 녀석들은 더더욱 의욕이 없는 아이들이라

반마다 두 편 골라 제출해야 하는 데 그것 조차도 낼 수준이 못된다.

조르고 졸라 겨우 배껴 적은 것이 9/24인이다.

 5/24는 퀴즈대회에 참가한다고 글쓰기가 면제되었다.

오늘은 4/25는 결석이고 4/25합주부이고

나머지는 아예 내지도 않고 쿨쿨 자다가 남으라고 했더니 고만 집으로 돌아 가 버렸다.

말도 듣지 않으니 도대체 담임으로서 능력이 있나하는 생각이 든다.

내가 화낼 일은 아닌데 스스로에게 자꾸 화가 난다.

 

어떤 한 녀석은 용지에다가 커다란 성기를 그려서

알림난으로 사용하는 게시판에다 붙여 놓았다.

덩치는 산만한 녀석들이 노는 수준은 중학생같다.

이녀석들은 컴퓨터실에 가면(컴퓨터를 많이 이용한다),

수업은 하지 않고 음란물을 볼려고 한다고 컴퓨터 선생님께서 말씀하셨다.

다른 학교 학생들은 이정도는 아닙니다.

 

주변을 살펴보니 책상위에 책은 널브러져 있고

체육복은 여기저기 굴러 다니고

교실에서 안 보이는 구석에는 휴지통이 되어 있다.

초등학교 교실도 아닌데 늘상 담임이 끝마무리를 해야 하니 이것도 할 짓은 아니다.

높은 곳에 달려 있는 커텐도 다 잡아 당겨서 늘여져 있어

책상을 두고 올라가서 고정시킨다.

책상위에 의자를 올려서 그 위에 올라가니 다리가 후들거린다.

이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일주일이 가도 말만으로는 고쳐 지지가 않는다.

 

담임노릇이 어디에서 어디까지인지?

정말 답이 안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