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진리해안보존활동

손현옥선생님의 글(2005 지리모임 회장)

햇살수풀 2005. 6. 29. 11:39
차일암,범바위 문화재지정 건의 

안녕하세요..
저는 울산에서 아이들을 가르치고 있는 교사입니다.
최근 차일암,범바위에 대한 일련의 뉴스들을 접하고 울산에서 지리를 가르치고 있는 교사로써 너무 안타까운 마음에 한 글자 올립니다.
 
처음 생명의 숲에서 차일암,범바위 일대를 천연기념물로 지정, 보존하자는 뉴스보도를 접한 그때부터 저 역시 잘 몰랐던 이진리 해안지형에 대해 관심을 가지게 되었고, 몇번의 이진리 해안지형 답사를 통해 그곳이 지형학적 측면에서나, 지질학적 측면에서나 얼마나 중요한 곳인지 알게 되었습니다.

온산면 이진리 해안지형은 중생대 백악기 경상계지층이 수평누층을 이루고 그 위에 불국사변동에 의한 화산활동으로 인한 화강암이 관입, 장기간의 심층풍화로 인해 원형의 핵석들이 지표에 노출되어 있는 곳입니다. 
또한 5000명이 앉아서 바다를 바라볼수있다는 단일암괴인 차일암, 
오랜세월 파랑의 해식작용과 풍화작용에 인해 형성된 범의 형상을 한 범바위, 염풍화로 인해 형성된 벌집모양의 타포니...
일일이 열거하자면 셀수없을 정도이고, 
간력하게 말씀드리면 우리나라 해안에서 이렇게 다양한 지형들을 한곳에서 모두 볼 수 있는 곳은 울산의 이진리 해안 밖에는 없다는 겁니다. 

헌데 이곳이 문화재지정이 된다는 올초의 뉴스보도가 있었다가 다시 말을 바꾸어 문화재지정이 어렵다니, 저로선 그 이유가 궁금합니다. 

울산은 오랫동안 공업도시로 외부에 알려져 있었습니다.
그래서 울산하면 '공장,굴뚝,공해'로 아이들조차도 이렇게 말합니다.
저는 그것이 항상 안타까웠습니다.
제가 알고있는 울산은 생산도시이면서, 조금만 밖으로 나가면 신불산, 통도사가 있어 신록의 싱싱함을 주는 도시요, 아름다운 해안의 다양한 풍경을 가진 어느 도시보다 아름답고 푸른 도시로 인식하고 있습니다. 

헌데 최근 일련의 뉴스들을 접하면서 일부러 짓기도 힘든 자연사 박물관을 공장부지 때문에 없애야 한다는 것은 지리를 가르치는 교사로써 그것이 얼마나 중요한 것임을 알기에 더욱 안타까운 일이 아닐수 없습니다. 
특히 지형이나 지질은 백번듣는 것 보다 눈으로 한번 확인하는 것이 얼마나 큰 이해를 가져오는지 우리는 경험을 통해 잘 알고 있습니다. 

저는 옛유적에 관한 이해는 많지만 자연사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사람들에게 옛유적만큼이나 자연사 또한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인간이 자연을 파괴하는 것은 한순간이지만 그것이 하나의 가치있는 지형으로 형성되려면 얼마나 많은 시간이 흘러야 하는지 한번쯤 깊이 있게 생각해 주셨으면 합니다. 
아무쪼록 울산시가 자연사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다시 한번 이진리 일대를 검토해 주셨으면 합니다. 

평소 시정발전에 관심을 가져 주신것에 대하여 깊이 감사드립니다.
 귀하께서 지정 건의하신 울주 이진리 해안 일대의 차일암, 범바위는 2005년도 5월경에 문화재청에서 문화재적 가치 및 보존방안을 검토하기 위하여 문화재위원 현지조사 및 지표조사(지형,지질) 결과보고서 검토 결과, 천연기념물로 지정하기에는 지정 가치가 없는 것으로 결정났습니다.
 그러나, 차일암, 범바위가 지질적으로 중요함을 인지하고 있으므로 문화재 지정하기 보다는 지역의 자연환경 보존 차원에서 방안을 마련해 나갈 계획임을 알려 드리니 양지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