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야가 터어키인, 진정한 이슬람교도
5세부터 피난민 생활을 시작하여 십오세에 또 한 번 그리고 인생 말년에 다시 닥친 피난생활로 점철된 인생을 산 사람.
그에게 남은 단 한 가지 길은 되어 가는 일은 걱정으로 따라 가고, 그 결과를 겁에 질려서 기다리는 수 밖에 없었다.
(오늘날 우리에게 닥친 일-방사능은 무야가에게 닥친 전쟁이 다를 바 없다. 우리가 되어 가는 일을 지켜 보고 걱정이나 할 뿐이며 겁에 질려서 기다리는 수 밖에 무슨 수가 있으랴? 그래서 나는 오늘도 좋아하는 동태국을 끓였고, 갈치 젓갈 넣은 김장을 할 것이며 황태국을 먹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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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야가의 독백
그러기 마련이야. 모두가 일하라, 저축하라, 가르치고 권하지. 교화, 관청, 그리고 자신의 상식까지도.
그 말을 듣고 조심스럽게 살지만 자신은 전혀 사는 것이 아니고 일하고 절약하고 고민만 걸머지고 결국 평생을 보내는 셈이지. 그러다가 갑자기
모든 것이 뒤집어져서, 세상이 이성을 비웃고 교회는 문을 닫은 채 말이 없고, 정부는, 당국은 그저 야만적인 세력으로 바뀌고, 이마에 땀을 흘리며 성실하게 돈을 모아 온 사람은 시간과 돈을 다 잃어 버리고 마는, 폭력이 승리를 거두는 때가 돌아 오기 마련이다. 네 노력을 인정해 주는 사람은 하나도 없고, 내가 벌고 모은 돈을 어떻게 보관하는 게 좋은 지 도와 주거나 조언해 주는 사람은 없는 것이다.
이럴 수가 있을까? 분명 이럴 수는 없지 안은가?
동양사태나 저축은행 부도같이 서민들에게 닥치는 일들이 폭력이 아니면 뭐라고 설명 할 수 있을까?
정보가 없는 우리가 바보인가?
어떤 회사 하나가 무너지면 연쇄적으로 무너지는 그물 망. 우리가 그 그물망들은 어떻게 다 알 수 있단 말인가?
전쟁이 아니라도 우리의 삶은 언제나 치열한 전장이다.
우리는 무엇을 지키고 무엇을 의지해야 하는 가?
그래도 입 다물고 있는 신에게 매달리는 수 밖에 없지 않을까?
우리 인생은 한 없이 짧지만 신은 영원하므로...
이슬람의 신과 그리스 정교의 신, 가톨릭 신과, 기독교의 신이 교차하는 한 마을 공동체의 수 백년간에 걸친 꼼꼼한 생활사의 재현은 문학상을 받을 만 하고 그들 사이를 묶어 주는 드리나 강의 그 다리가 없어져서 참으로 아쉽다는 생각이 드는 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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