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눠 읽을만한 책 소개

죽음의 밥상

햇살수풀 2008. 10. 2. 16:23


요즘 학교에 도시락을 사 와서 먹는다.

작년부터 도시락을 다시 싸기 시작했는데 귀찮기 그지 없는 일이지만 나름대로 만족하는 이유가 여러 가지 있다.

도시락을 싸 오는 게 귀찮은 점은 물론 있다. 그렇지만 내가 먹을 것을 내가 만든다는 것은내 몸을 존중해 주는 가장 좋은 방법이다. 시간을 쪼개야 하고 비용도 많이 든다. 특히 시간 비용이 만만 하지 않다.

 통근 거리가 차 타고 한시간 남짓 되는 곳에서 인문계 고등학교 시간에 맞추려면 대단히 이른 시간에 일어나야 한다. 갓 돌이 지난 우리 하경이까지 생각하면 아침 시간은 몹시 바쁠 수 밖에 없다. 우선 5시 사십 분 경에 일어난다. 아기에게 우유를 먹이는데 약 삼십분 걸린다. 최소한 하루 한 시간은 스킨 쉽을 해야 겠다고 생각하므로 이 시간은 양보 할 수 없는 시간이다. 젖먹이 아기를 안고 있는 그 기분은 얼마나 감미로운 지 아기와 눈 맞춤하며 오물 거리는 입을 들여다 보면 모든 일을 다 해 낼 수 있을 것 같은 자신감이 팍팍 솟는다. 아기에게 우유를 먹이고 나면 아기 이유식을 만들고, 나의 도시락을 챙긴다. 반찬은 주로 밑 반찬을 이용하고, 국이나 된장을 담을 때도 있다. 밥은 전날 해 두거나 그 전날 한 번 할 때 좀 많이 한다. 일주일에 세 번 정도 밥을 하는 편이다. 만약 도시락을 싸지 않으면 그 정도도 안 될 것이다. 밥을 그 때 그 대 하면 좋겠지만 밥을 적게 하면 가족 수가 작아 밥솥에 다 눌러 붙기 일쑤다.

 도시락을 사 가지 않는 다면 외식 횟수도 더 늘고 집에서 밥하는 횟수도 줄고 반찬도 잘 만들지 않을 것 같다. 한 번 먹을 려고 이것저것 만드는 것은 너무나 시간 소모적이니까.


밑반찬은 주로 직접 만든다. 김치도, 된장도 직접 담근다.

마흔이 되기 전까지는 시골에서 얻어다 먹었는데 마흔이 넘어서 얻어 먹는 것은 더 이상 좋은 습관이 못 된다 싶어서 내가 담궈서 나누어 주는 기쁨을 맛보고 싶어서 열심히 연습하고 있다. 조금 있으면 나눌 수도 있겠지.

 싸 먹으면 아무래도 넣어진 양념의 성분이 의심스러울 뿐만 아니라. 맛이 너무 달다는 점이다. 세상의 모든 통일된 맛은 단 맛과 짠 맛이다. 사 먹는 먹거리는 그 두 맛이 주로 강하다. 자주 만들어 먹는 것이 귀찮고 번거롭기는 하나 한 번 만들어 두면 제법 오랜 기간 먹을 수 있기 때문에 그다지 번거로운 일은 아니다. 그리고 결정적으로 단 맛을 싫어 하거나 가려야 되는 체질이라면 사 먹는 먹거리는 되도록 사양해야 한다. 조리된 음식도 마찬 가지라서 밖에서 먹는 음식들은 거의 달거나, 짜거나 둘 중의 하나이다. 미처 도시락을 준비 못하는 날은 어쩔 수 없이 사 먹게 되는데 다음 날은 꼭 챙겨 먹어야 한다는 다짐을 새롭게 한다.

  먹거리에 대한 고민과 실천은 제법 되었는데 요즈음 광우병 쇠고기 파동이나, 멜라닌 우유 소동을 보면 나의 선택이 얼마나 잘 한 일인 지 스스로에게 박수를 쳐 주고 싶다.


죽음의 식단이란 파격적인 제목이 붙어 있지만 먹거리의 윤리학이라 하면 걸맞은 책이다. 값싸고 맛있는 먹거리란 없다. 값이 싸더라도 사회적 비용과 외부효과를 감안하면 절대로 값싸지 않다는 게 이 책의 주요 주장이다. 결론은 제 철에 제 고장에서 나는 먹거리를 먹는 것이 가정 경제에도 도움이 되고 세계 환경에도 이바지 하게 된다는 것이다. 그리고 비싸더라도 유기농 제품을 사용하는 것이 지역 농민을 살리는 길이고 우리의 건강을 지키는 일이란 점이다. 나는 유기농 붙어 있어도 시장을 못 믿어서 내 눈으로 확인 할 수 있으면 꼭히 유기농을 고집하지는 않는다. 다행히 어린 시절 먹거리를 씨앗부터 추수 될 때 까지의 전과정을 보고 보고 가꾸어 본 경험이 있어 어떤 것이 비료를 많이 먹은 것인 지 어떤 것이 빼빼 말라도 맛이 있는 지는 한 눈에 봐도 경험으로 알 수 있다. 때깔 좋은 놈이 겁나는 것은 사람이나 농작물이나 마찬 가지라 할까? 시골에서 자란 점이 이럴 때는 참 다행스런 일이다.

 그리고 윤리적으로 처리된 먹거리를 찾으려면 윤리적인 과정을 거친 먹거리를 찾아야 한다. 육식보다는 채식이 좋다. 육식도 길짐승 보다는 날짐승이 날짐승 자체 보다는 알이, 날짐승보다는 어류가, 어류보다는 조개류가 윤리적인 처리과정을 겪기 때문에 안전하다는 논리인데 이 부분은 좀 공감하기 어렵다. 그런 식으로 따져 들어 가면 먹을 게 아무것도 없고 생존 자체가 비윤리적인 이상한 결론에 도달하고 만다고 생각한다. 물론 육식보다는 채식이 좋다는 것은 공감한다 서양 사람들에게 비교하면 우리는 모두 잡식주의 내지 초식성이니까 육식을 안해도 생명 유지에 문제가 없다는 점은 공감한다. 성인병의 대다수가 육식위주의 식사문화에서 나온다고 한다.이런 점에서 우리나라의 전통 식단이 얼마나 중요하고, 과학적이고, 윤리적인 지 알겠다. 앞으로도 도시락을 사 와야 겠다. 작년 처럼 몇 사람이 더 도시락을 사 오면 풍성한 점심시간을 누릴 수 있을 텐데 혼자 밥 먹게 되는 그것이 제일 아쉬운 부분이다.


 책은 먹거리를 세집단으로 분류하고 각 분류별로 먹거리가 생산되는 원산지를 찾아가 어떻게 생산되고 관리되나를 분석하여 보여준다. 첫번째 집단은 지역할인매장에서 아무거나 사먹는 집단. 두번째는 나름 유기농과 윤리적인 동물들 권리를 보호하는 생산품을 먹으려 노력하나 시간과 비용의 문제로 중도적인 입장을 취하는 집단. 마지막 세번째 집단은 완전한 채식주의에 베건주의 생각을 가지고 철저하게 윤리적인 먹거리를 먹는 집단.

나는 죽음의 밥상의 소비자 유형으로 본다면 두 번 째 유형일 것 같다.


먹는 문제에 윤리적인 입장이 개입되면 상당히 복잡한 철학적 문제가 대두된다. 우리가 먹는 육식이 과연 그 동물들에게 윤리적인 대우를 해주면서 관리가 된것인가? 과연 육식을 피하고 해산물을 먹는게 이 윤리적 문제에서 더 자유로운가? 동물의 윤리적 문제에 관련된 육식으로부터 기인하는 환경파괴의 문제와 사회적 비용의 문제는 없는가?


이러한 복잡한 문제들과 시간과 비용 때문에 번역자는 과연 일반 사람이 윤리적인 식습관을 가지는게 가능한가 하고 묻고 있다. 하지만 나는 저자의 생각에 많은 부분 동의한다. 특히 축산업이 가지는, 공장형 축산업이 가지는 환경파괴와 비윤리적인 문제(호르몬, 항생제, 비윤적 도살)들을 좀더 개선할 수 있는 우리의 힘은 소비자로서 옳은 선택을 하는 것이라고 본다.


목차 

저자 서문 1

저자 서문 2

들어가는 말-먹을거리와 윤리학

먹을거리에 대한 새로운 인식/ 마트에서 투표하기/ 세 가족/ 아는 것이 힘이다


제1부. 전형적인 현대식 식단

힐러드-니어스티머 가족, 현대인의 보통 식단

누구나 다 먹는 것이 비윤리적이라구요?


1. 싸게 먹는 닭, 사실은 비싸다

닭을 다루는 윤리적 방법?/ 닭장 속으로/칠면조 번식장에서의 하루/ 환경에 전가되는 비용/ 노동자들에게 전가되는 비용/ 그 무엇보다 큰 비용?/ 미리 내놓는 결론

2. ‘동물보호조치 보증’ 달걀의 숨겨진 실상

대체 뭘 ‘보증’한다고?

3. 고기와 우유 생산 공장

돼지에 관한 진실/ 돼지의 슬픈 일생/‘웨인 브래들리’, 아이오와 주의 양돈업자/ 베이컨 만들기/ 수익성과 동물복지/ 제이크의 우유는 어떻게 만들어졌을까/ 닭장 쓰레기를 먹는 소/ 곡물을 먹는 오스트레일리아산 소고기/ 도살장의 살풍경

4. 맥도날드와 월마트의 양심

좀 덜 잔인한 빅맥?/ 건강과 환경을 더 생각하는 빅맥?/ 작은 것이 아름다운가?/ 월마트, ‘언제나 낮은 가격’, 그러면 비용은?


제2부. 양심적인 잡식주의자

매서렉-모타밸리 가족, 채식 위주의 잡식 식단

채소가 좋아, 생선이 좋아?


5. 상표는 얼마나 양심적인가 -니만 목장 베이컨의 경우

클로버밭의 돼지들/ 니만 목장을 움직이는 사나이

6. 상표의 진실-‘유기농 인증’ 및 ‘인도적 사육 인증’ 달걀

인도적 사육 인증의 진실/ 더 나은 대안이란?/ 좋은 달걀은 얼마나 나가나?

7. 해산물은 안전한가?

‘공유 재산의 비극’과 대구 이야기/ 지속 가능한 방식으로 잡힌 고기인가?/ 호라이즌 시푸드/ 수확이 가져오는 피해/ 물고기는 아플까?/ 먹을 것이냐, 말 것이냐?

8. 토산품 먹을거리만 먹는다?

점점 늘어나는 새로운 움직임/ 토산 음식만 먹는 데 따르는 윤리적 문제/ 항공 수송과 해상 수송/ 자신의 에너지 사용량을 줄이는 법

10. 무역, 공정 무역, 노동자의 권리

공정 무역/ 미국 내 불공정 무역 사례

11. 외식과 가정식, 윤리적 선택은?

식당에서- 카페 ?화이트독?/ 패스트푸드점에서- 치폴레/ 대형 마트에서- 홀푸드마켓


제3부. 완전 채식주의자들

조앤과 조 파브 가족, 완전 채식주의자

베건은 건강하다


11. 유기농으로 가자

유기농 식품이란 무엇인가?/ 어째서 유기농인가?/ 유전자로 장난치기/ GM은 빈곤자들의 복음인가?/ 유기농 운동과 유기농 식품 산업/ 유제품을 둘러싼 논쟁/ 유기농의 윤리학

12. 아이들을 베건으로 키우는 일은 비윤리적일까?

베건 식단은 건강하다

13 베건은 환경에 더 유익한가?

물의 소비/ 토지의 황폐화

14. 육식의 윤리학

공장식 농업에 대한 잘못된 옹호론/ 인간은 동물보다 우월한가?/ 동물과 인간을 동등하게?/ 최상의 육식 옹호론/ 최상의 육식 옹호론에 대한 반론/ 논쟁의 결론/ 자기 손으로 죽이기/ 쓰레기통 다이빙- 가장 윤리적이고 가장 싼 식사/ 비동물성 고기는 가능할까?

15. 무엇을 먹을 것인가?

공장식 농장의 먹을거리/ 물고기와 기타 해양 동물들/ 유기농, 로컬푸드, 공정 무역/ 인도적 사육 동물인가, 채식주의인가, 베건인가?/ 비만의 윤리학/ 먹을거리는 윤리 문제이다. 하지만 광신은 필요 없다


감사의 글

옮긴이의 말

미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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