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에 컴퓨터를 새로 받았다.
노후 컴퓨터를 교체하는 데
작년에는 담임을 맡지 않아 가장 노후화된 컴퓨터를 가지고 있었다.
학교에서는 업무의 중요도 순서로 컴퓨터를 교환해서 관리한다.
오래 되었다고 성능이 떨어지는 것도 아니지만 그래도 기준은 오래된 순서로 새 컴퓨터를 교체해 준다.
작년 컴퓨터는 마우스 연결부분과 외장 메모리를 접속하는 부분이 전기 접속부분이 고장이 자주났다.
온도가 높아지면 사람이 아프듯이 자주 접속이 되지 않고
손발에 해당하는 마우스가 말을 안 들으니 여러가지 애로가 많았다.
그래도 인문계 교실에서는 컴퓨터를 의존해야 하는 과목이라 개인적으로 하나 살까 하는 고민도 했었다.
올해는 가장 오래된 컴퓨터다 보니 업무는 중요하지 않지만 그래도 새 컴퓨터를 쓰게 되었다.
교실에서 아이처럼 기뻐하면서 구글을 띄워놓고 지구를 휙휙 돌리며 자랑을 했더니
아이들도 와와 하며 좋아한다.
야들아 지리과목은 교과교실 하나 있어야 하지 않겠니?
선생님이 기뻐지면 아이들도 기뻐진다.
독도 좀 찾아 봐 주세요. 마라도에 짜장면 집도 찾아 봐요. 궁금해요.
남극갑시다. 하바드 보내주세요.등등 요구도 많다.
그래도 아이들 말을 다 들을 수는 없고 경제지리 단원과 관련된 유럽의 입구 유로포트의 석유화학 기지를 보여 주니 울산은 아무것도 아니네요... 확실히 좋은 컴퓨터는 좋기는 좋구나.
그러면서 수업 본론으로 들어 가려고 하는데 정훈이 녀석이 한 마디 한다.
선생님요, 우리반 정기 할아버지가요 독도 수비대장이었대요.
입으로요 박격포 소리내고 대포 소리 내면서요 일본 배를 쫓아 냈대요.
난 또 아이들이 장난하려고 하는 줄 알았다.
학기초라 정기가 누군지도 모른다.
뭐라고 진짜가?
정기 너 그러면 너들 일학년 때 독도지킴이 학교할 때 왜 참석 안했어?
그 때요 뭔가 뭔지 몰랐잖아요.
진짜예요.
정훈이는 신이 났다.
선생님 인터넷에 서기종이라고 쳐 보세요.
그 사람이 정기 할아버지예요.
그래 그러면 한 번 검색해 보자.
독도수비대 이야기와 함께 기사들이 주르륵 쏟아진다.
아 이분이냐?
정기 좀 닮았네.
정기 너 할아버지 아직 살아 계시냐.
그럼요 울산에 계세요.
우리는 가끔 역사를 너무 옛 일로 생각한다.
역사는 계속 이어지고 지금도 계속되며 지금도 역사라는 사실을 잊고 산다.
세계화 세계화 하면서 내가 사는 이 곳이 세계의 중심임을 잊고 산다.
살아 있는 역사를 쓰고 계시는 분 꼭 한 번 만나 뵙고 싶다.
그래서 전화번호를 얻었다. 손자인 정기를 통해서..
가운데 정기, 은퇴 후 된장 장사 할거라는 내 말에 보기만 하면 인사말이 된장주세요하는 정훈이, 순하게 생긴 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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