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한 교사되기

000의 반성문

햇살수풀 2010. 11. 16. 10:17

고삼수업시간

화장실에 간다고 나간 아이가 수업이 끝나기 전 십분전에 들어 왔다.

출석부에 무단결과를 표시했더니

밖에서 행정실주사님 일하는데 일을 도왔다고

거짓말로 둘러 댄다.

너무나 뻔히 둘러 대는 것이 눈에 보여

확인하러 갔더니

행정실 주사님이 일을 하시고 계시길래 그런가 보다 하고 교실로 올려 보냈다.

사실은 또 속았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아이들에게도 도망 갈 여지는 남겨 두어야 한다는 생각에 확인은 나중에 해도 되겠다는 마음이었다.

주사님(고향이 같다고 여러모로 편의를 봐 주신다)께 여쭤 보았더니 역시나다.

 

다음에 지나가는 길에 넌지시

너 선생님 속였더라. 실망이다. 난 널 믿었는데 넌 나를 잘도 속였더구나. 어쩌고저쩌고 잔소리를 했다.

그랬더니 반성문 쓰라고 으르딱딱 거리지도 않았는데 자발적으로 반성문을 써 왔다.

 

그 반성문이다. 물론 그 이후로는 수업시간에 나가지도 않았고

약속을 지키려고 노력하는 모습이 보인다.

믿어 줘야 한다. 시간이 많이 걸리더라도...

너무 많은 시간이 걸려서 교사가 스스로 지쳐 나가는 게 더 문제다. 요즘 학교생활이 너무 재미없고 심심하다.

일학년들이 없었으면 숨통도 없을 뻔 했다는 생각이 든다.

내일 모레가 수능이니 시험이 끝나면 좀 재미 있을려나?

 

그 학생이 쓴 반성문

 

이번에 선생님께 거짓말한 것을 반성하며 선생님께 죄송하고 지금 반성문에 적는 약속을 선생님께 지키겠습니다.

1.수업시간 시작전에 반드시 교실에 들어와서 공부 준비를 하겠다.

2. 수업시간에 떠들지 않고 최상의 집중력을 가지겠다.

3. 화장실에 가고 싶어도 참고 공부하겠다.

4. 선생님께 거짓말을 안하겠다.

 

어쩌다 보니 무단결과 없애려고 거짓말을 했습니다.

 정말 죄송하고 선생님의 믿음을 저버려서 죄송합니다.

 선생님의 믿음은 다시 쉽게 생기지 않겠지만

그래도 선생님의 믿음 100%에서 10% 믿음이라도 생기게 공부 열심히 하고 거짓말 안하겠습니다.

 

 

아이들을 끝까지 믿어 주자. 스스로 변화하지 않으면 진정한 변화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