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한 교사되기

아이가 행복해야 교사가 행복하다

햇살수풀 2006. 7. 10. 23:23

우리반 한 아이는 할머니와 산다.

할머니 연세도 팔십 둘이시니 아이 거둘 형편이 못된다.

거의 세시간 마치고 네시간 마치고 학교에 등교한다.

여러번 부모님에게 상담 요청을 했으나

전화통화조차도 귀찮아하는 기색이 역력하다.

대화다운 대화도 못해 보고 아이를 통해 이것저것

물어 보았으나 담임을 래포다운

래포가 형성 되지 않아 상담같은 상담을 못해 봤다.

 

여러 번 시내에 나갈 일이 있으면 그 애 집 앞을

지나간다는 핑게를 대고 야 니네 집에 한 번 가서 할머니도 보고싶다.

너도 보고 싶다. 안 돼요. 다음에 오세요. 다음에 오세요.

협박을 하며 을러대서 겨우겨우 소통이 된 듯하다.

아직 가정방문을 못 했다. 어제께 답사를 다녀 오면서 그 집 근처를 지나가면서 또 전화를 했다.

겨우겨우 할머니와 통화를 했다.

한 참 얘기하고 집에 왔더니 할머니께서 다시 전화가 와서

아이에게 무슨 일이 생기더라도 아빠에게는 연락을 하지 말란다.

어릴 때 아이를 맡겨서 아이에게 무슨 일이

생기면 어머니인 자기를 원망한다고 한다.

 

이렇게 살고 있는 아이는 과연 행복할까?

물질적 풍요 속에 아이는 마땅한 대화 상대도 없이 외로움에 떨고 있지 않을까?

아이를 알면 알수록 늘 내 힘이 부족하다는 사실만 깨달을 뿐이다.

중요한 것은 스물 셋 밖에 안되는 아이들 중에 이런 아이들이 여럿이라는 점이다.

교사는 심리적으로 튼튼한 사람이어야 겠다는 생각이 든다.

내가 심리적으로 여유가 있으면 방법을 찾아 보지만

내 일로 정신적으로나 신체적으로 시간적으로 쫓기게 되면 있던 힘도 없어지는 듯하니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