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리수업자료

흘러라 동강, 이 땅의 힘이 되어서

햇살수풀 2005. 8. 24. 13:02


흘러라 동강, 이 땅의 힘이 되어서 -신경림-

 

저 아름다운

비술나무와 돌단풍산이

팔과 다리를 움추리고

죽어가게 해서는 안된다.

산마루에 우뚝솟은

소나무와 굴참나무들이

독한 냄새에 콜록콜록

기침을 하게 해서는 안된다.

천년 우리의 땀과 눈물이 밴

우물가와 방아간 터가

돌이킬 길 없는

어둠과 죽음에 묻히면

다시는 황조롱이도 비오리도

찾아와 날지 않으리라.

고여 썩는 물 속에서

숨을 헐떡거리며 우리에게 보낼

어름치와 묵납자루의

원망스런 눈길이 보이지 않느냐

우리들의 노래가 칙칙한 물속에

손발을 늘어 드린채

쓰러져 있게 해서는 안된다.

기쁨과 슬픔의 이야기들이

죽음으로 널브러져

있게 해서는 안된다.

더 많은 물을 얻어

더 잘 살기 위해서라지만

따스한 동굴과 포근한 강변을

물에 묻어

천년을 함께 살아온

반딧불이와 수달이

날개를 떨어 뜨리거나

어깨가 쳐져서

갈 곳 업어 비슬거리게

해서는 안 된다.

이 나라에 넘쳐 나는 땅의 향기가

갑자기 악취로

바뀌어서는 안된다.

더 많은 것을 낳으면서

더 많은 것을 기르면서

더 많은 것을 살리면서

흘러라, 동강

이 땅의 힘이 되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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