흘러라 동강, 이 땅의 힘이 되어서 -신경림-
저 아름다운
비술나무와 돌단풍산이
팔과 다리를 움추리고
죽어가게 해서는 안된다.
산마루에 우뚝솟은
소나무와 굴참나무들이
독한 냄새에 콜록콜록
기침을 하게 해서는 안된다.
천년 우리의 땀과 눈물이 밴
우물가와 방아간 터가
돌이킬 길 없는
어둠과 죽음에 묻히면
다시는 황조롱이도 비오리도
찾아와 날지 않으리라.
고여 썩는 물 속에서
숨을 헐떡거리며 우리에게 보낼
어름치와 묵납자루의
원망스런 눈길이 보이지 않느냐
우리들의 노래가 칙칙한 물속에
손발을 늘어 드린채
쓰러져 있게 해서는 안된다.
기쁨과 슬픔의 이야기들이
죽음으로 널브러져
있게 해서는 안된다.
더 많은 물을 얻어
더 잘 살기 위해서라지만
따스한 동굴과 포근한 강변을
물에 묻어
천년을 함께 살아온
반딧불이와 수달이
날개를 떨어 뜨리거나
어깨가 쳐져서
갈 곳 업어 비슬거리게
해서는 안 된다.
이 나라에 넘쳐 나는 땅의 향기가
갑자기 악취로
바뀌어서는 안된다.
더 많은 것을 낳으면서
더 많은 것을 기르면서
더 많은 것을 살리면서
흘러라, 동강
이 땅의 힘이 되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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