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월, 장마가 끝났다는 기상청의 공식 발표에도 불구하고 한 달 내내 릴라성 집중 호우가 계속돼, “이제 우리나라도 아열대성 기후대로 접어든 것 아니냐”는 말이 제법 많은 사람들 사이에 오고 가기도 했다. 때 아닌 ‘아열대 기후’ 논란이 나오게 된 근거는 바로 지구온난화에 있다. 지구온난화는 과다한 온실가스 배출 때문에 발생하는데, 전체 온실가스의 80% 이상을 이산화탄소(CO2)가 차지한다.
교토의정서 이후 CO2 배출감축 의무화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줄이기 위해 1992년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에서 열린 유엔환경개발회의에 154개국이 참가해 기후변화협약을 체결했고, 5년 뒤인 1997년에는 선진 36개국(미국과 호주도 참석했지만 이후 탈퇴)이 일본 교토에 모여 이른바 ‘교토의정서’를 채택했다. 교토의정서에 서명한 36개국은 이산화탄소 의무감축국으로서 2008년부터 2012년까지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의무적으로 줄여야 한다. 또한 의정서 체결에 따라 이산화탄소 배출권(이하 탄소배출권)에 대한 거래도 가능하도록 허용됐다. 어느 일정 수준 이하로 이산화탄소를 줄이기 어려운 국가들의 부담을 줄여주기 위해서다. 우리나라는 현재 교토의정서에 의한 의무감축국가에 포함되어 있지는 않지만 오는 2012년이면 온실가스 의무감축대상국가로 지정될 것으로 보인다. 탄소배출권 시장은 이산화탄소를 배출할 권리를 국가나 기업끼리 사고파는 시장을 말한다. 2002년 런던에서 개설된 후 지금까지 미국, 독일, 프랑스 등에서도 문을 열었다. 세계 탄소배출권 시장 규모는 지난해 말 기준으로 300억 달러에 이른다. 본격적인 시장 규모를 갖추기 시작했던 2004년, 5억 달러에 불과했던 것에 비하면 엄청난 속도를 급팽창하고 있는 셈이다. 세계은행(IBRD)은 오는 2010년이면 탄소배출권 시장 규모가 1500억 달러에 이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2012년 온실가스 의무감축국 지정 탄소펀드는 자금과 기술을 투자해 이산화탄소를 비롯한 온실가스를 줄이는 프로젝트에 투자하는 펀드이다. 구체적으로는 주식형 펀드가 주식을 매입하듯이 탄소펀드는 탄소배출권을 매입해 투자하는 펀드라 할 수 있다. 탄소배출권의 구매자와 판매자를 연결하는 브로커리지 회사에 투자하는 금융상품, 파생상품에 대한 간접투자 형태로 접근 가능하다. 현재 골드만삭스 등 외국의 대형 투자은행은 배출권 가격 연동상품을 취급하고 있지만, 국내는 산업은행 등 일부 은행이 관심을 보이고 있는 등 이제 배출권에 대한 것을 인식하기 시작하는 단계일 뿐 관련상품을 취급하는 금융기관은 전무하다시피 한 실정이다. 온실가스를 줄인 실적을 유엔으로부터 인정받으면 그에 비례해 탄소배출권을 판매할 수 있는데, 배출권 판매 및 구매 주체는 국가와 기업으로 국가가 할당받은 배출권을 다시 각 기업이나 개인에 배분하는 형태로 이뤄진다. 탄소배출권 가격은 2005년 이산화탄소 1톤당 5~6달러에 판매되기 시작, 2006년 10달러, 2007년 현재 15달러 선을 형성하고 있다. 2008년~2012년까지의 온실가스 의무감축 이행기간 동안에는 배출권 가격이 더 오를 것으로 예상되는데, 우선 당장 내년부터는 1톤당 30유로(현재 미국이 교토의정서에서 탈퇴되어 있는 관계로 2008년부터는 탄소배출권 가격은 유로 통화로 거래된다) 수준이 될 것으로 보인다. 국제적으로도 배출권 거래는 교토의정서 채택 국가가 몰려있는 유럽에서 주로 이뤄지고 있는데 현재 온실가스 감축 의무 부담이 없는 우리나라의 경우 아직까지는 탄소배출권을 수출하고 있는 입장이다. 하지만 의무감축국으로 지정되면 언제까지 수출국 지위를 유지할 수 있을지 장담할수 없게 된다. 이에 따라 우리나라에서도 온실가스 배출이 많은 일부 대기업을 중심으로 배출권 사업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고, 일부 기업은 사업에 참여하고자 하는 의향도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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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DM(Clean Development Mechanism) 사업
온실가스 감축의무를 갖고 있는 선진국이 개도국에 투자해 얻은 온실가스 배출권을 자국의 감축 실적으로 이용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 온실가스도 줄이면서 수익도 창출할 수 있는 사업으로 주목받고 있다. | |
일반투자자 접근은 아직 어려워 지난 8월 20일 국내 최초로 탄소펀드가 출시된 것은 이처럼 탄소배출권 거래시장이 세계적으로 크게 성장하고 있는데다, 우리나라에서도 온실가스 감축사업 및 탄소시장에 대한 관심이 고조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번에 출시된 탄소펀드의 명칭은 ‘한국사모 탄소 특별자산1호 투자회사’로 국내외 온실가스 감축사업을 투자대상으로 하고 사모형으로 만기 15년에 2000억원 규모로 조성될 예정으로 본격적인 탄소배출권 투자시대를 열었다. 또한 지난달 중순 탄소배출권을 간접투자기구 투자 대상에 포함시키는 간접투자자산운용업법(간투법) 감독규정 개정안이 금융감독위원회의 승인을 받아 관련 펀드 출시가 가능해졌다. 이에 따라 지난 4월 공모절차를 통해 산업자원부로부터 탄소펀드 운용주체로 선정된 한국투자신탁운용은 8월 CDM(온실가스저감) 관련상품을 출시한데 이어 일반투자자를 대상으로 하는 탄소배출권 관련 탄소펀드 출시도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탄소배출권이 금감위의 승인을 받아 간투법상 투자대상에는 포함돼 관련 상품 출시가 가능해졌지만, 당장 일반 개인투자자들이 투자할 수 있는 공모형 펀드 상품이 나오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시각이 많다. 따라서 우선은 기관과 기업을 대상으로 하는 사모형 펀드 상품을 중심으로 출시될 것으로 보인다. 탄소펀드 도입 사업을 주도하고 있는 에너지관리공단의 고규용 팀장은 공모형 탄소펀드 출시에 대해 “탄소배출권 거래를 담당하는 전문 회사가 국내에는 아직 전무하다시피 해 배출권 이전이 자유롭지 못한데다 증권선물거래소와 같은 공개적 거래시장이 형성돼 있지 않아 아직은 시기상조”라면서도 “향후에 배출권 이전이 자유로워지고 중국과 같이 탄소배출권거래소가 곧 생기면 일반 개인투자자들이 쉽게 접근할 수 있는 펀드 상품이 출시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이산화탄소나 메탄가스를 줄이는 사업은 투자위험이 비교적 적은 대신 수익률이 높지 않고, Non-CO2를 줄이는 사업은 대부분 고수익-고위험 사업의 형태이므로 투자대상 포트폴리오의 적절한 조화가 필요하다. 실제로 펀드가 우선적으로 투자 고려중인 사업에는 태양광 사업, 폐열회수 발전사업, 디스플레이 공정에서 발생하는 Non-CO2 저감사업, 바이오 가스사업 등 다양한 종류의 사업이 포함되어 있다. 이러한 사업의 투자규모는 10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일부 사업들은 투자를 위한 MOU를 체결하는 등 사업성 분석, 금융조건 협의가 완료된 상황이며, 나머지 사업들도 투자를 위한 협의절차를 진행하고 있기도 하다. 현재 투자의향서(LOI)를 제출한 탄소펀드의 투자자들은 대부분 보험, 은행 등의 기관투자가들로 구성될 예정이며, 온실가스 다배출 기업들은 올해 말까지 출시될 예정인 배출권에 투자하는 펀드에 높은 관심을 나타내고 있다.
연내 국내 최초 탄소시장 개설 2012년 4500억원 규모 탄소배출권 거래 전망 |
이르면 올해 안에 탄소시장이 국내 최초로 개설될 것으로 보인다. 탄소시장은 정부가 온실가스 감축실적 등록소를 통해 발급한 감축실적(KCER:Korea Emission Reduction)을 거래하는 시장을 말한다. 상품판매자는 온실가스 감축실적 보유자로서 등록소를 통해 감축실적을 검증받으면 정부(산업자원부)가 실적에 비례하는 인증서를 감축사업 수행자에게 발급한다. 공급자가 있으면 수요자도 존재하기 마련. 정부와 신재생 에너지 공급협약을 맺은 공기업과 조기 감축실적을 향후 의무부담에 활용하기 위한 국내 기업이 상품구매자 역할을 맡을 것으로 보인다. 현재 국내 잠재 배출권시장 규모는 1498억원으로 추정되며, 이중 국제시장에서 거래가 가능한 규모는 1422억원으로 전 세계 시장의 8.8%에 해당한다. 산업자원부는 정부의 인센티브 지원, 감축실적 수요창출 등을 통해 국내시장의 활성화를 도모하고 해외시장에 적극 진출함으로써 2012년까지 국내 탄소시장 규모가 4487억원까지 확대가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럴 경우 국제시장에서 거래가 가능한 배출권 규모는 4343억원으로 2012년 전 세계 시장의 11.8%를 차지할 것으로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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