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한 교사되기

밤을 돌려 다오, 아이들에게 잠자는 밤을 돌려 다오.

햇살수풀 2007. 6. 3. 10:26

작년까지 실업계 학교에 근무했다.

올해 부터 인문계 학교에 근무한다.

학생들의 성적 차이, 성격 차이, 가지고 있는 고민 차이는 정말 너무 다르다.

같은 시대에 같은 울산이라는 공간에 같은 또래의

아이들이 맞나 싶을 정도로 그 차이의 간격은 크다.

한 가지 공통점이 있다.

 

집에 들어 가는 시간, 잠자는 시간, 그리고 학교에서 공부시간에 잠자는 습관.

실업계 아이들은 아르바이트 하고, 저들끼리 놀고,

몇몇은 인문계 학생처럼 공부도(?) 하느라 밤늦게 집에 들어 간다.

실업계 학생들은 시도 때도 없이 바로 휴대폰으로

문자 메세지나 전화를 해대는데 반해 인문계 학생들은 인터넷쪽지를 날린다.

 

우리반(인문계 일학년) 아이들 중 상당수 학생들은

밤에 열 시 반에 시작되는 야간 학원에 다닌다.

마치는 시간은 1시 10분이라고 한다.

야간자습을 마치는 시간이 되면 학교 앞에 학원 버스들이 줄줄이 서 있다.

성적이 상위권 학생들이 주로 야자 이후시간에 학원에 간다.

 

우리 반은 야자시간을 되도록 자신들의 자율 선택 맡기고 있다.

사실 저 담임하고 싶어요 해놓고

이렇게 학교 방침에 비협조적일려면 상당한 우려와 걱정이 된다.

그러나, 성적이 30-50점 나오는 아이들을 안고 가는 것이 능사는 아니다 싶다.

이 아이들은 몸은 학교에 있지만 마음은 공부에서 이미 멀거나

스스로 공부할 수 있는 능력이 결여되어 있다.

다른 식의 방식(진짜로 학원 보충 같은게 필요한)이 필요한 아이들이다.

성적이 우수한 아이들은 스스로도 공부할 능력은 되지만 몇 과목은

개인적인 요구가(학원수강) 있을 수 있다.

그리고 진짜 지금까지 늘 그래 왔듯이 개인과외나

사교육으로 근근히 성적을 유지하고 있는

아이들은 중상위 정도의 성적은 유지하지만

학습 분량이 늘어난 고등학교에서는 그마저도 쉽지는 않다.

중간고사 성적을 보고 잔뜩 겁이난 학부모는

잘하는 아이들만 모인 인문계에서 성적 석차가 낮아 지는 것은 당연한데도

갑자기 자기 아이들의 성적이 낮아진 것인양 잔뜩 우려하는 마음으로

학교를 불신하며 사교육에 더더욱 의존하며

공공연히 아이들을 자율학습 시키지 말아 달라고 요구한다.

 

학교에서는 모두 남아서 열심히 공부하기를 바라지만

아이들이란 체력적인 한계도 있고, 아이들의 나름대로의 특성도 있어

어른들이 요구하는 대로 일사분란한 모습을 보여 주지는 않는다.

야자시간에 아이들은 좁은 책상에 엎드려 퍼져 자기도 하고

멍하게 앉아서 딴 생각에 빠져 있기도 하다.

감독선생님이 보면 겉으로는 태연을 가장하고 앉아 있다.

 

이렇게 야간자율학습을 하거나 하지 않거나

인문계 학생이나 실업계 학생이나 모두 공통적으로 잠이 부족한 현상이 생겨난다.

아이들은 부족한 잠을 어떻게 충당할까?

학교에서 관찰한 바에 따르면 하루에 한 두 시간은 자거나, 멍한 상태로 보내는 것 같다.

그 시간이 어떤 시간이건 간에

나름대로 리듬이 있어 첫째시간, 또는 둘째시간이 그런 멍한 시간이다.

예전에는 오후시간 오교시가  점심 먹고 나른한 시간이었는데

지금은 그런 일괄적인 시간은 없고

아이마다 자기대로 멍한 시간이 한 두시간은 있는 것 같다.

 

내 생각에는 모든 학교는 밤 9시 이후에는

전기를 일괄 공급하지 않는 특단의 대책이라도 세워서

아이들을 밤에만은 학교에서 몰아 내었으면(?) 좋겠다.

또 사람들은 그러면 그 아이들이 어디로 가겠는냐고

모두 사교육 시장으로 몰려 가지 않겠느냐고 할 것이다.

그러면 허가받은 모든 학원도 밤 11시 이후에는 전기공급을 끊던 지

단속을 철저히 해서(관공서 공무원과, 교사와 학부모를 자원으로 쓸 수 있을 것이다)

심야간 영업을 근절시키면 되지 않을까 싶다.

 

아이들에게 어떻게 잠을 보충해 줄까를 고민해야 한다.

정말 아이들에게 잠을 좀 재우자라고 하면

현실감각 결여된 선생님이라고 할 지 모르겠다.

그러나 이거 정말 큰 일났다고 생각한다.

 

부모님 세대와 비교해서

아이들이 그렇게 공부를 많이 하는 시간에 비하면

아이들이 과연 학업성적이 올라갔을까?

모두 원점에서 심각하게 고민해야 할 문제라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