햇살수풀의 세상구경

인디아 둘째날 2

햇살수풀 2007. 3. 1. 22:09

가트란 인도 강가 강가의 계단들을 말한다. 로마의 원형 경기장 계단을 연상하면 되겠다.

우기가 되면 물이 한 칸 한 칸 범람하기도 할 테니

 일종의 강의 무량을 측정하는 실용적인 수단도 될 수 있겠다.

 힌두교도들은 이 계단들을 통해서 강가 강 안으로 목욕하러 들어 간다.

바이클 릭샤꾼은 17세의 소년으로 잘 몬다는 칭찬에 발이 잘 닿지도 않는 패달을 열심히 밟으면서 우쭐댄다.

그러더니 1달러를 팁으로 줘야 한다고 웃으면서 흥정을 한다. 아제라는 이름의 릭샤꾼은 결국 나중에 처음 오는 길이라 다른 릭샤꾼을 한참이나 기다려야 했다. 덕분에 조금씩 풍경을 담을 수 있어서 우리에게는 다행인 셈이다.

바이클 릭샤야 말로 인구가 많은 인도에서 참 유용한 교통수단이다.

바퀴가 셋 달려 있어서 인력을 고용한다는 미안함도 조금 벗을 수 있다. 연료 낭비도 없으면서 그 정도 속도가 인간이 품위를 지키면 참을 수 있는 속도가 아닐까 생각해 보았다.

오토릭샤 또한 인파가 복잡하고 길이 좁은 곳에서는 편리하고도 저렴한 교통수단이다.

 

 

바이클 릭샤에서 바라다 보이는 풍경은 혼잡함과 분주함 그리고 묘한 흥분까지 느끼는 것이다. 참으로 오랫만에 느껴 보는 사람 사는 맛이다. 꽃불용 솜(디아), 갠지즈 강물을 떠 가기 위한 다양한 종류의 물통들을 비롯한 강가 강에서만 볼 수 있는 상품들, 화려한 사리, 펀자비, 옷감들을 진열한 가게들을 살펴 보느라 혼이 쏙 빠질 지경이다.

우중충하고 칙칙한

순례자들에 비해서 진열 상품들은 고급스럽고 화려하다 못해 현란하다.

빈디(인도 여성들이 제 삼의 눈이라고 불리는 미간에 붙이는 장식품)를 하나 사서 인도 여성 흉내를 내 본다. 갸격 흥정은 재미 있고 둘러 보는 눈 맛도 매우 좋다.

결국 온 인도 전역에서 온 신부들이 좋아한다는 문직 비단 스카프를 세트로 샀다.

우리돈 10000원도 안 되는 값이다. 재질에 비해 믿을 수 없이 싼 가격이라 그네들 표현대로 해피하다.

 

좁은 시장 길의 끝에 가트가 있다. 메인 가트로 알려진 다사스 와메드 가트로 열마리의 말을 제물로 바친 가트라는 뜻이란다.

 가트에서는 성스러운 강가 강을 향하여 매일 밤 의식(pooja)이 행해지는 곳이기도 한다.

가트 주변에는 순례자와 죽음을 기다리는 노인들이 구걸을 하면서 연명하므로 행색이 초라한 사람들이 많다. 아이들 행색도 초라하고 눈빛도 절망하거나 영악스러워 하기도 하는 어른들의 눈빛을 닮았다.

아이들이 아이같지 않고 그들의 눈을 들여다 보면 내 양심에 구멍이 날 것 같아 자꾸 외면한다.

주변을 산책하다 보니 어느새 화장장 까지 왔다. 소들이 어슬렁 거리고 매캐한 연기와 사람타는 냄새로 구역질이 날 것 같다.

동료들은 멀찍이 서 있고 내가 오늘의 기록을 담당하였기 때문에 가까이 다가갔다.

나무들이 쌓인 단 위에 시체가 놓여져 있다. 아직 머리가 제대로 타지 않아 귀가 드러나 보였다. 무섭고 오싹했다. 가만히 생각해 보면 그래도 화장이 가장 깨끗한 시체 처리법이 아닐까 생각한다. 우리는 우리 눈에만 보이지 않으면 되는 줄 안다. 매장된 시체에 벌레들이 우글거리는 장면을 보지 않았을 뿐이지 화장법이나 매장법이나 뭐가 그리 다르겠는가?

죽은 사람은 뜨거운 것이나 가려운 것을 모른다는 것을 생각하면 어서 빨리 대자연 의 구성물이 되도록 하는 것이 합리적인 방법이다.

 

화장터를 지나 좁은 미로를 더듬어서 샨티라는 게스트 하우스에서 늦은 점심을 먹는다.

중국 음식인 짬뽕, 짜장면 등이 있어서 반가운 마음에 모두 우동, 짬뽕밥, 짜장면등을 주문한다.

얼마나 늦게 나오는 지 모두가 배개 고프다고 난리다.

원숭이가 지붕위로 뛰어 다니는 모습을 보기도 하고,

집에 전화를 걸기도 하면서 지루한 시간을 죽여 본다.

마침내 음식이 나왔다. 그런데 왠걸 이건 짬뽕이랑 아무 상관도 없는 그야말로 국적불명의 희얀한

짬뽕음식이다. 모두들 다음 부터는  오리지날 메뉴를 주문해야 겠다고 다짐한다. 해질 녁까지 자유시간을 가지고 해질녁에 만나서 보트여행을 하기로 하였다. 미로를 다시 나와서 강가 강뽁의 가트로 간다. 늘 새로움에 대한 호기심이 많은 우리들은 또 새로운 길을 가기로 한다.

어쪄다 보니 불가촉 천민만이 시체를 들고 지나가는 길이다.

 미로를 따라 와 보니 화장터의 한 가운데다.

관광객들은 화장터의 한 가운데는 잘 못 가게 한다는데

 길을 잘못 들어 한 중간을 통과할 수 밖에 없게 되었다.

시체 태우는 곳이 여러 군데 있고 가까운 가족들은 불가까이에 먼 친척들은 주변에 모여 앉아 있으면서 하나같이 침울한 표정으로 고인을 애도한다. 가까운 가족들은 불까까이 있어서 열기로 번들거리고

땀과 눈물로 번질거려서 표정만 봐도 누가 고인과 가장 친한 사람인 지 금방 알 수가 있다.

한 가운데를 통과하느라 시체를 보지 않을래야 보지 않을 수가 없었다.

인도사람들도 보지 못하는 풍경을 생생하게 보는 셈이다. 인도사람들은 불가촉 천민들만 시체를 처리하는 일을 한다고 한다.

가난한 사람들은 태울 나무가 없어서 그슬려진 상태로 강가 강에 던쪄 진다. 충분히 태울 나무를 산 사람들은 시체가 속에 깊숙히 있어서 나뭇짐만 보이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에는 생사람을 태우는 것과 별반 다르지 않아 구역질이 나왔다.

개들은 고기를 얻어 먹지 않을까 하여 어슬렁 거린다. 아무리 생생한 구경도 좋지만 이런 구경은 사양하고 싶다. 이 글을 쓰는 지금도 이빨을 허옇게 드러내고 타고 있는 사람의 모습이 너무 생생하여 가슴이 울렁거린다.

 

수많은 아이들이 조금만 관심을 보이면 우우 몰려든다.

꼬질꼬질한 엽서를 한 묶음 들고 팔려고 시도하는 아이가 있어 관심을 보였더니

 끝까지 달라 붙어서 사달라고 한다.

애원조라 그만 쓸모없는 엽서를 1장을 산다.

생각 같으면 거저 줘 버리고 싶지만 쓸모있는 척하였다.

아이라고 해도 자존심이 있는 이런 아이들이 바로 인도의 미래가 아닐가 생각한다.

 

해질녁이 되니까 많은 사람들이 몰려 나온다. 백인 관광객이 여럿 보이고 우리나라 배낭 여행객들이 상당수 있다.

보트를 타고 강가 강의 풍경을 감상한다.

수세기에 걸쳐 내려온 가트들이 조명등에 비춰서 화려하였다.

불빛이 켜지니 낮의 꾀죄죄함이 다 어디로 갔나 싶고 의식을 올리는 광경이 장관이었다.

힌두교 의식인 푸자를 행하는 모습과 힌두경전을 읊조리는 소리가 마치 무슨 음악 같다.

단조롭고 단순한 리듬이 반복되는 힌두종교음악은 사람을 몽롱하게 한다.

꽃불을 띄우고 소원도 빌었다. 집까지 무사하게 돌아갈 수 있게 해 달라고 그리고, 각자의 소원을 꼭 이루어 지게 해 달라고 빌었다. 보트가 멀리 올 때까지 우리가 띄운 디아가 계속 따라 왔다.

강가 강의 폭이 꽤 넓어서 바로 가까이 보이는 장면 같아도 사진에는 잘 담기지 않았다.

 

보트 관람 후  SUR SARITA 음악 교ㅣㄹ에서 시타르의 선율과 타볼라 의 음악 연주를 감상하였다.

시타르는 인도 전통 현악기이고, 타볼라는 우리나라 장구처럼 생겼는데

소리는 강원도 물박소리랑 유사하다. 음악에 맞춰 부르는 가수의 음반을 하나씩 샀다.

짜이대접을 받았는데 조그만 흙잔을 나누어 주었다. 그 흙잔은 일회용으로 흙 냄새가 좀 난다.

나중에 알고 보니 인도에서는 불가촉 천민이 썼던 그릇은 다 깨는 것이 관습이라 한다.

불가촉 천민들은 바나나 잎으로 된 일회용의 그릇을 쓴다고 한다.

외국인은 일단을 불가촉 천민 취급을 받는다.

 오래오래 인도에 머무른다면 그 사람의 역할에 맞는 카스트가 부여된다고 한다.

 

 

한국인이 운영하는 가게에 들러 늦은 저녁을 먹는다.

저녁 또한 오래 기다려서 먹는 바람에 많이 늦었다.

가게들의 불빛이 꺼지고 나니 좁은 골목길은 암흑천지인데

눈빛만 하얀 사람들이 부산하게 움직인다.

낯선 땅이고 여자들만으로 구성된 팀이라 두려움에 떨면서 숙소에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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