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1월 15-16일
인디아 둘째날
덜컹거리는 기차에서 눈을 떴다.
왔다갔다 하면서 짜이와 커피를 외치는 승무원들, 그리고 짤랑거리는 동전소리,
구수한 향내가 몹시 구미가 당긴다.
짜이 한 잔이 단지 4루피라는 걸 알고 있지만 나에게 가장 작은 돈은 1달러짜리이다.
환율이 달러당 43. 5루피이니까 36정도는 거슬러 주겠지
했더니 단지 6루피를 준다.
더 달라고 했더니 1루피를 던져 주고는 휘딱 가버린다.
아직 기차에 불은 켜지지 않았고 모두 자고 있는 미명, 고요한 새벽이다.
소리치는 것도 난감해서 속는 셈 치자 해 버렸다.
효용으로 생각하면 1000원 정도의 효용가치가 이미 충분하니까.
여명 속에 밝아 오는 인도의 전원 풍경이 다정하다.
소도, 닭도, 양도 사람도, 개도 모두 여명 속에서 활기차게 움직인다.
안개에 싸인 풍경들이 날이 밝을수록 점점 가까와 진다.
옆칸에서 잤던 동료 박외득 샘이 새벽 풍경이 좋아 사진을 여러 장 찍었다고 아침 인사를 한다.
기차 안 사람들이 하나 둘씩 깨어나고 우리들도 부산을 떤다.
간단한 세수를 하고 간식을 먹으면서 새벽의 짜이 이야기를 했더니
다음에 오면 더 달라고 요구해 보자는 장난스런 제안에 그러기로 한다.
확실한 가격을 묻지 않은 내 잘못도 있으니까 가격을 물어 보고
내가1달러를 냈는데 7루피만 받았다고 하니 주머니에서 잔돈을 다 꺼내 보여 준다.
나는 순순히 돌려주려나 하고 생각하는 순간
10루피짜리를 흔들면서 내가 준 돈이 10루피라고 우긴다.
크기가 좀 작긴 하지만 달러랑 색깔은 유사하다.
그러면서 확인하라고 10루피를 내게 주면서 이돈과 같은 거라고 우긴다.
듣는사람 생각에 내 입장이 곤란해질 판이다.
10루피짜리를 돌려 달라고 우기는 걸 잘 통하지 않으면
같이 우기면 통한다는 말이 생각나서
이건 내가 돌려 받아야 할 돈이니까 내가 가질 거다.
네가 나를 속인 것이다라고 우기니
입장이 곤란한 지 잽싸게 다른 칸으로 가버린다.
나와 승무원 사이에 실랑이를 보고 모두들 즐겁게 웃었다.
그래 우리 모두에게 즐거움과 교훈을 선사한 값이라고 치자.
하루에 한 번씩만 속아 주던 지 기부를 하자고 마음 다짐을 한다.
그것은 마음의 행복을 산 비용이라고 치면 된다.
세상에서 돈으로 마음의 행복을 , 즐거움을, 기쁨을 살 수 있는 곳은 별로 없다.
어젯밤에는 아줌마라고 나혼자 인도 사람들사이에 앉았다.
옆자리에는 젊은 부부와 시크교도 할아버지, 그리고 젊은 남자 두 명이 함께 앉았다.
옆자리 시크교도 할아버지가 계속 뭐라뭐라 하면서 삼층으로 올라가라고 하는데
제대로 알아 들을 수가 없다.
인도 열차의 침실칸은 6명씩 좌석이 배치되어 있다.
시트를 주는 칸이 가장 비싼 칸이고 상위 카스트가 주로 이용한다.
다른 칸들은 시트를 주지 않거나, 침실 변형이 안 되거나 다양한 종류가 있다.
가장 좋은 기차라고 함에도 불구하고 쥐도 봤고 바퀴벌레도 기어 나왔다.
침대칸은 세 사람씩 앉게 되어 있고 잠을 잘때는 좌석을 내리고 자는데
높이가 낮아 바로 앉을 수가 없다.
둘째칸은 너무 불편해 보이고 제일 윗칸은 화장실 다니기가 불편해 보인다.
나의 좌석은 맨 아래칸이다.
동료들의 짐까지 나에게 맡겨 놓았으니 짐도 걱정되고
원래 내자리가 일층이니 일층을 고집했다.첫날인데다가 바짝 긴장이된다.
나중에 잠잘 때 보니 임신한 부인인데 만삭이다.
넉넉한 인도의상과 너무나 앳된 모습이라 미처 내가 눈치 채지 못한 것이다.
힘들게 중간층으로 올라가는 그녀 모습이
애처럽게 손내미는 사람들의 눈길을 피하는
내모습에 오버랩 되면서 내 양심을 후려친다.
본의 아니게 몰인정한 사람이 되어 버렸다.
아침에 진심으로 사과했다.
어젯밤에 올라가는 너의 모습을 보고 임신한 줄 알았다고 정말 미안하게 되었다고 했다.
밝게 웃으면서 괜찮다고 한다.
휴대폰도 최신식 모델이고 그의 남편은 무선 노트북을 사용하고 있었다.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면서 차창 풍경을 감상한다.
인도사람들도 우리나라 사람들 만큼 호기심 많고 재미있는 사람들이다.
차창 너머로 바가지 하나씩 들고 아침 볼일(소대변)을 보러 나온 사람 모습
소똥을 만두처럼 빚어 말리는 모습, 담벼락에 과자처럼 붙여서 말리는 모습이 정겨우면서도 낯설다.
기차가 마침내 바나라시 역에 도착했다. 얼굴은 검고 눈만 하얀 사람들이 마중을 나왔다.
여자들의 옷은 화려하기 그지 없건만 남자들의 옷 색깔은 칙칙하고 어둡다.
바이클릭사, 오토릭샤들이 진열되어 있고 호객하는 소리와 부산한 행동들이 자못 소란스럽다.
오토릭샤를 타고 호텔까지 간다. 호텔정원에서 늦은 아침을 먹는다.
정원을 손질하는 인도사람들의 행동이 얼마나 굼뜬 지
둘러 보는 우리가 그만 일을 도와 주고 싶다는 마음까지 든다.
기차에서 불편했던 몸을 잠시 쉬게 하고 모두 바이클 릭샤를 타고 메인 가트에 가 보기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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