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전 10시 30분경, 한라산을 감싼 구름과 푸른 하늘
♧ 비를 뿌리지 않고 제주도를 지나간
태풍
참 이상한 태풍이었다.
지난 1일 괌 남서쪽 해상에서 발생한 제3호 태풍 '에위니아'가
지나가는 7월 10일. 전날밤 엄청난 폭우를 내리게 한 제주의 하늘은 정작 태풍이 지나가는 시간부터 갑자기 비를 멈추고 이렇게 해가
쨍하게 떠올랐다. 일부 서쪽 하늘의 검은 구름을 제외하고 대부분의 하늘은 파랗게 빛나고 하얀 구름만 간간이 하늘을 수놓는다. 한반도 전체가
파도와 폭우와 산사태로 들썩일 때, 제주의 하늘은 이렇게 새침을 떼고 있었던 것이다.
태풍이 지나간다는 소식에 도내 일부 학교 교장은 재량대로 '휴교'와 '등교'를 명하는데, 교육청 당국에서 조금 늦게 '휴교'를 지시했다. 하지만 벌써 등교를 시작한 학교는 그냥 밀어붙여 수업을 했다. 왜냐 하면, 아침에 비도 오지 않고 수업하는데 크게 지장을 주지 않을 것 같았기 때문이다. 중산간에 위치한 우리 학교는 고등학교여서 학교장 재량에 의거 처음부터 수업이 진행되었다.
* 저녁 11시 경, 흰구름의 진수를 보여주고
때마침 우리 학교가 헌혈하는 날이어서 전도에 혈액 비축량이 현저히 떨어졌다고 10시가 되자 차량 3대가 와서 운동장에 길게 포진했다. 우리 학교는 도내에서 가장 큰 고등학교이자 헌혈 실적이 제일 좋을 뿐만 아니라 그것도 현저해서 이 날을 놓치면 큰 타격을 입기 때문에 태풍이라고 고교생 2학년 이상을 대상으로 하는 헌혈을 멈출 수가 없었던 것이다.
때문에 남향 1층에 있는 1학년 교실에서 수업을 하면서 자꾸 신경이 쏠렸다. 태풍이 지나가는 시각에는 열려 있던 현관 뒷문 유리창이 박살이 나고, 복도의 금연 포스터 판넬이 우두둑 떨어지고 커다란 나무들이 기울어졌지만 햇볕은 그야 말로 '쨍쨍'이었다. 태풍은 폭우를 몰고 다니는데 계속해서 태풍의 눈에 있는 것도 아니고, 너무도 의외였다. 내 어려서 그 악명 높았던 '사라호' 태풍도 경험하고 숱한 태풍의 길목을 지켰지만 이렇게 황당할 수가 없어 쉬는 시간 틈이 날 때마다 이렇게 사진을 찍었다.
* 저녁 12시 경, 흰구름과 푸른 하늘
♧ 태풍이 한반도를 뒤흔드는 데도
뉴스에는 시시각각으로 한반도가 폭우로 태풍으로 난리법석인데 여기 이렇게 햇빛이 비치고 바람이 불어 주변은 너무도 건조해지기까지 했다. 어제 오전 10시 50분께 전남 진도 해안을 통해 상륙한 태풍 '에위니아'는 지금 상륙 11시간 여만에 영남 등 남부지방에 많은 비 피해를 내고 완전히 사라지고 말았지만 그 동안 많은 피해를 가져 왔다.
충청권을 지나면서 급속히 세력이 약화되기 시작했다. 이에 따라 기상청은 이날 오후 10시를 기해 대구시, 경상북도에 내려진 태풍경보와 서울시, 인천시, 경기도, 대전시, 충청남북도, 전라북도에 내려진 태풍주의보를 해제했다. 기상청은 30분 뒤인 오후 10시 30분을 기해 강원도 일대에 내려진 태풍경보와 태풍주의보를 잇따라 해제하며 전국의 태풍특보의 막을 내렸다.
* 오후 1시 경, 독수리 날개를 연상시키는 구름
동해 전해상과 울릉도, 독도에 내려진 태풍주의보도 각각 풍랑주의보와 강풍주의보로 대치했다. 어제 오후 10시 지역별 강수량은 남해 264.5㎜, 거제 251㎜, 산청 229.5㎜, 진주 203㎜, 고흥 204.5㎜, 부산 139.5㎜, 제주 145.5㎜이며 가장 늦게까지 태풍의 영향권에 남아있는 강원도 영동과 경북 동해안 일대에도 80㎜ 이상의 폭우가 쏟아놓고 일단 막을 내린 것이다.
태풍 피해는 아직 집계가 되지 않았지만 많은 인명 피해와 엄청난 재산 피해가 예상된다. 제주도에도 전날 밤 급하게 쏟아 내린 비로 많은 피해를 냈는데도, 이상하게 이렇게 하늘은 멀쩡하게 개었던 것이다. 일과가 끝난 후 동쪽 성산포에 볼 일이 있어 가고 오는 중에도 하늘을 계속 지켜보며 사진을 찍었다. 저녁 노을은 그렇게 곱진 않았어도 그런 대로 볼만 했다.
* 오후 2시 경, 나무 사이로 보이는 구름과 푸른 하늘
♧ 태풍은 폭풍우를 동반하는 열대저기압
태풍(颱風, typhoon)은 중심 최대풍속이 17m/s 이상의 폭풍우를 동반하는 열대저기압을 말하는데, 북태평양 남서부에서 발생하여 아시아 동부로 불어오는 바람이다. 세계기상기구(WMO)는 최대풍속에 따라 4계급으로 분류해, 열대성폭풍부터 태풍의 이름을 붙이는데, 한국과 일본에서는 열대성폭풍 이상을 태풍이라고 부른다.
1953년부터 태풍을 구분하기 위해 해마다 발생 순서에 따라 일련번호를 붙여서 제 몇 호 태풍이라고 부르면서, 별도의 이름을 갖게 되었다. 괌에 있는 미국태풍합동경보센터에서 23개씩 4개조 총 92개로 구성하여 알파벳순으로 미리 만들어 놓고 발생순서에 따라 하나씩 차례로 사용한다. 1978년 이전에는 여성의 이름만 사용하였으나 각국 여성단체의 항의로 남성과 여성의 이름을 함께 사용해왔다.
* 오후 3시 경, 한라산을 곱게 감싼 흰구름
그러던 것이 아시아 여러 나라 국민들의 태풍에 대한 관심을 높이고 태풍경계를 강화하기 위하여 2000년부터 발생하는 태풍 이름은 그 동안 사용하던 영어 이름 대신 우리나라를 비롯한 14개 태풍위원회 회원국에서 각 10개씩 제출한 총 140개의 태풍이름이 사용되고 있다. 모두 140개의 태풍 이름은 1개조 28개씩 5개조로 묶어 1조로부터 5조까지 차례로 사용되고 5조가 끝나면 다시 1조로 돌아온다. 이름의 순서는 제출 국가의 알파벳순으로 되어 있다.
우리나라에서 제출한 태풍 이름은 개미, 나리, 장미, 수달, 노루, 제비, 너구리, 고니, 메기, 나비 등 10개이며, 북한은 기러기, 도라지, 갈매기, 매미, 메아리, 소나무, 버들, 봉선화, 민들레, 날개 등 10개로서 대부분 동식물 이름으로 구성되어 있다. 이중 한국식 이름은 국가 이름의 알파벳 순서에 따라 각조에서 11번째와 25번째에 올라 있으며, 북한이 정한 이름은 각조 3번째와 17번째에 올라 있다.
* 오후 6시 30분 경, 성산포에서 본 한라산(가운데 구름으로 쌓인 부분)
♧ 센바람이라고 다 태풍은 아니다
열대저기압은 일반적으로 열대해역에서 해수면의 온도가 평균 26℃ 이상이어야 하고, 공기의 소용돌이가 있어야 하므로 적도
부근에서는 발생하지 않으며, 남북 위도 5도 이상에서 발생한다. 또 공기가 따뜻하고 공기 중에 수증기가 많고 공기가 매우 불안정해야 한다.
따라서 우리나라와 일본, 중국 등지에 영향을 주는 태풍은 북위 5∼20도, 동경 110∼180도 해역에서 주로 7∼8월에 많이 발생한다.
세계적으로 연간 발생하는 열대저기압은 평균 80개 정도인데, 이를 발생 해역별로 구분하면, 북태평양 남서해상에서 발생하는 것을 '태풍(30개)'이라 하고, 북대서양과 카리브해역, 멕시코만 등 태평양 동부에서 발생하는 것은 '허리케인(hurricane, 23개), 인도양과 오스트레일리아 부근 남태평양 해역에서 발생하는 것은 사이클론(cyclone, 27개)이라 한다.
오스트레일리아 부근 남태평양 해역에서 발생하는 것을 지역 주민들은 달리 부르는데, 윌리윌리(willy-willy, 7개)라고 한다. 이와 같이 비교해 보면 세계의 열대저기압 중 약 반이 태풍인 셈이다. 1961부터 1990년까지 30년간 통계에 의하면 1967년에 39개로 가장 많이 발생하였고, 1969년 19개로 가장 적게 발생하였다. 또한 1976년에 직간접으로 많은 영향을 준 것으로 나타났다.
* 저녁 7시 경, 북쪽 바다 위로 떠있는 한가로운 구름
♧ 제4호 태풍 '빌리스'가
북상중이라는데
태풍의 발생 초기에 저위도에서 발생해 천천히 서쪽으로 오다가 소멸되는 것과 점차 북으로 올라와
북위 20∼30도 부근에서 진로를 북동쪽으로 방향을 바꾼 다음 빠른 속도로 진행한다. 겨울에서 봄철에 걸쳐서는 앞에 든 것이, 여름과 가을에는
북으로 올라와 전향하는 것이 많아진다. 주목할 것은 여름철의 태풍경로로, 8월 이후 북태평양 고기압이 약화되거나 일본 남쪽 해상으로 치우치게
되면 한반도나 일본으로 도는 경우가 많다.
8월 이후의 태풍은 우리나라에 폭풍우를 몰고 오는 것이 보통이다. 태풍의 진로는 포물선이 정상이나 때로는 지그재그나 고리 형태 등의 이상 진로를 취하는 것도 있다. 모든 태풍의 중심을 자세히 추적해보면 주어진 모양의 경로를 따라 진행하지 않고 복잡한 경로를 나타내는 경우가 많다. 태풍이 육지를 횡단하는 경우에는 한쪽의 중심이 소멸되고 다른 쪽에 중심이 생겨서 그쪽으로 세력이 옮기는 경우도 있다.
* 저녁 7시 경, 동쪽 일출봉 너머로 보이는 구름
이번 일본 오키나와 남서쪽 해상을 지나 제주도 서쪽 바다를 거쳐 진도 해안으로 상륙했던 태풍이 소진되자마자 기다렸다는 듯이 제4호 태풍 '빌리스'가 괌 서쪽 먼바다에서 발생한 뒤 북상하고 있다는 보도다. 10일 기상청의 발표로는 9일 오후 3시께 괌 서쪽 1천㎞ 부근 해상에서 발생한 '빌리스'는 11일 새벽 괌 서북서쪽 1천480㎞ 부근 해상, 12일 새벽에는 대만 타이베이 남동쪽 960㎞ 부근 해상까지 진출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빌리스' 시간당 19㎞ 속도로 북서진하고 있으며, 중심기압은 996hPa로 중심의 최대 풍속은 초속 18m(시속 65㎞)의 소형급으로 알려져 있으나, 12일에는 중심기압 985hPa로 중심 최대 풍속이 초속 27m(시속 97㎞)로 중형급 태풍으로 커질 것으로 보고 있다. 제3호 태풍 '에위니아'는미크로네시아에서 제출한 '폭풍의 신'이라는 뜻이었고, 이번 제4호 태풍 '빌리스'는 필리핀에서 제출한 '쾌속'이란 뜻이다. 그러나, '빌리스'는 아직도 적도 부근에 있어 걱정할 단계는 아니라고 한다.
* 저녁 8시 경, 충청 지방이 난리인데도 저렇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