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화강암의 신비 - 북한산, 월출산, 설악산의 아름다움
우리
나라 산악 국립공원들에는 깍아지른 듯 험한 암벽, 아슬아슬 매달려있는 크고 작은 바윗돌, 마치 사람이 일부러 둘러친 듯한 병풍바위 등의 온갖
형상의 기암괴석들로 가득하다. 그래서 외국의 어느 국립공원과 견주어 봐도 우리 산들만큼 아름다운 산은 없다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다. 기묘한
바위들이 가득한 가장 대표적인 산이 북한산, 월출산, 설악산, 속리산이다. 그렇다면 우리 나라에는 어떻게 이렇게 신기하고 멋진 바위산들이 많고,
또 이 바위들은 언제, 어떻게 해서 만들어졌을까?
신기한 모양의 바위들이 빚어내는 수려한 경관은 바로 이 산들의 대부분을 이루고 있는 화강암의 마술이다. 우리 나라 전체 암석의 30%나 되는 화강암은 1억 6∼7천 만년 전, 공룡이 살던 중생대 지각운동 시 땅 속에서 만들어진 마그마가 지각의 약한 틈 사이로 끼어 올라온 후 그대로 굳어져서 만들어진 암석이다.
※ 화강암
우리 나라 지질사에서 가장 격렬했던 대보조산운동 시 한반도 여기저기에 만들어진 거대하고 복잡한 단층선 사이로 크게 두 차례에 걸쳐 마그마의 관입이 있었고, 이 마그마가 천천히 식으면서 굳어져 생성된 암석이 화강암이다. 이 때 마그마가 지표 가까이 올라오는 이유는 주변의 다른 암석보다 비중이 작아 상대적으로 가볍기 때문이다. 우리 나라 화강암의 거의 대부분이 대보조산운동 때 만들어진 대보화강암으로 흰색에 가깝다. 이보다 늦게 만들어진 남부지방 일대의 '불국사 화강암'은 분홍빛이 더 많은데 대보화강암에 비해 분포가 적다.
이 화강암 덩어리가 1억 년이 넘는 시간동안 지각운동과 풍화, 침식작용을 거쳐 지금의 아기자기한, 또는 거대한 바위로 땅위에 드러난 것이다.
지형학적으로 백운대나 인수봉과 같이 도움(dome)모양의 거대한 바위덩어리를 보른하르트(bornhardt)라고 하고, 불안정한 석탑과 같은 기암괴석을 토르(tor)라고 한다. 그밖에 화강암 풍화지형으로는 풍화혈이 있는데, 북한산, 설악산, 속리산, 월출산 국립공원에는 이들 지형이 매우 발달하여 오늘날과 같은 멋진 경관을 연출하고 있다.
2. 토르(Tor) - '똑바로 서있는 석탑'
'토르'란 말은 원래 잉글랜드의 Dartmoor 고원에 발달한 화강암 암괴를 가리키는 지방어였으나, 현재는 학문적으로 정착되어
널리 쓰인다. 토르는 풍화에 약한 암석이나 절리가 많은 암석에 잘 나타나는데, 화강암은 암석 중에서 수직, 수평 절리가 가장 잘 발달하는
암석이다.
※ 절리
암석이 지각변동에 의하여 압축력 또는 장력을 받을 때나 화성암이 냉각·수축할 때 생긴 틈을 말한다. 절리에는 육각기둥모양으로 쪼개지는 주상절리(현무암), 얇은 널판같이 쪼개지는 판상절리(안산암, 화강암), 육면체로 쪼개지는 방상절리(화강암)가 있다.
수직과 수평 방향의 절리들로 인해 블록모양으로 갈라진 화강암이 오랜 시간동안 풍화가 작용을 받으면, 블록의 모서리부분이 더 많이 풍화되어 가운데는 동글동글한 돌(핵석 core stone)이 남고 주변은 풍화 물질로 완전히 둘러싸이게 된다. 모서리 부분의 풍화된 토양이 씻겨지고 나면 둥글둥글한 핵석만 석탑처럼 쌓이게 되는데, 이것을 가리켜 토르라고 한다.
※ 풍화물질 : 새프롤라이트
화강암으로 이루어진 바위산을 등산하다 보면, 바위같이 보이나 푸석푸석하여 쉽게 부서지는 이른바 '썩은 바위'를 자주 볼 수 있는데, 이를 새프롤라이트(saprolite)라고 한다. 이는 바위가 풍화작용을 받아 토양으로 변하고 있다는 증거이다. 특히 화강암은 지하 깊은 곳에서 생성된 암석이므로 지표에서 만들어진 화산암이나 퇴적암과 같은 암석에 비해 풍화에 약하다.
북한산과 월출산, 설악산, 속리산에서는 여러 가지 모양의 토르가 관찰되는데, 설악산의 '흔들바위'가 대표적인 예이다. 월출산의 구정봉 북서 능선부와 장군봉 주변에서 큰 바위를 이룬 핵석들이 성곽처럼 쌓여 있고, 그 아래쪽과 지능선부(支稜線部)에는 5∼6개의 토르들이 모여 있다. 암괴 하나가 드러난 형태인 독립형 토르는 월출산과 북한산, 설악산의 능선, 사면, 계곡의 곳곳에 분포하여 기암괴석의 전시장 같은 느낌을 불러일으킨다. 수직절리가 더 우세한 경우에는 바위들이 높이 솟아 뾰족한 암첨을 이루는데, 설악산의 천불동 계곡과 마등령능선에서 흔히 볼 수 있다.
3. 보른하르트(bornhardt)
거대한 원추형의 바위산 토르는 암석에 절리가 많을 때 발달한다. 반면 절리가 많지 않으면 풍화를 적게 받아 거대한
도움(dome)형의 바위로 드러나게 되는데, 이와 같은 지형을 보른하르트(또는 domed ingelberg)라고 한다.
이 경우에는 절리가 거의 없이 화강암 원형 그대로 드러나 있거나, 또는 바위 표면에 평행하게 금이 가서 양파껍질이 벗겨지듯이 암석이 10cm내외로 얇게 벗겨져 매끈하게 솟아있다. 그래서 보른하르트는 주위의 평지와는 뚜렷하게 구분되어 솟구쳐 인상적인 모습을 보여준다. 미국 요세미티 국립공원의 엘 카피탄(El capitan)과 같은 지형이 전형적인 보른하르트이다.
산 전체가 화강암으로 이루어진 북한산의 백운대, 인수봉, 월출산의 천황봉(808m), 사자봉(560m), 장군봉(510m) 등의 산봉우리들이 각각 도움(dome)모양의 바위산으로 드러나 있어 보른하르트라고 볼 수 있다.
그런데, 이들 산지들은 매끈한 전형적인 도움형의 보른하르트에 비해 오랜 풍화, 침식으로 심하게 변형되어 있어 바위 표면이 매끄럽지는 않다.
4. 풍화혈(風化穴)
바위표면에 남은 풍화의 흔적들. 산에 올라 바위 여기저기를 둘러보면 바위 표면에 여기저기 움푹 패여 웅덩이 같거나, 바위 조각이
떨어져 나간 듯한 모양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풍화지형을 가리켜 풍화혈이라고 한다. 화강암에서 많이 볼 수 있는데, (석회암이나
화산암에도 나타난다.) 염분이나 수분에 대한 저항력이 약한 부분이 주변보다 화학적 풍화가 잘 되기 때문에 만들어지는 지형이다.
즉, 땅 속에서 수분의 함량이 높은 토양이 암석에 오랫동안 정체하여 화학적 풍화작용을 일으켜 만들어진 후 지표로 드러나거나, 지표 위에서 비가 내린 후 물이 괴거나 그늘이 져서 주변보다 습하기 때문에 풍화에 약해진 부분이 먼저 깍이거나 암석의 틈에 염류가 싸이면서 그 공간이 점차 확장되어 형성되기도 한다. 흔히, 가마솥바위(나마, gnamma)라고 부르는 것은, 바위의 위쪽에 항아리모양으로 오목하게 개별적으로 파인 구멍을 말하고, 벌집바위(타포니 tafoni)는 바위 측면의 그늘진 곳에 집단적으로 발달하는 풍화 지형이다.
이들 풍화혈은 설악산의 울산바위, 북한산의 백운대, 월출산 등 화강암 산지 여기 저기에서 나타난다. 월출산에서는 사자봉 주변의 도움들의 위쪽과 구정봉 위쪽에 집중되어 나타나는데, 크기가 적게는 수cm정도의 것도 있으나, 평균직경이 10∼40cm의 것들이 대부분이다.
5. 화강암의 관입과 풍화작용
※ 관입
관입이란 지구 내부 암석이 높은 열과 압력으로 액체상태로 변하여 된 마그마가 지각 사이로 뚫고 올라오는 것이다. 이 때 관입한 마그마가 식어서 굳은 관입암은 결정체가 큰 조립질 광물들로 구성되어 있다. 화강암은 대표적인 관입암이다.
보른하르트나 토르, 풍화혈과 같은 신기한 지형이 화강암 분포지역에서 특히 잘 발달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것은 화강암이 액체상태로 녹은 암석, 즉 뜨거운 마그마가 지각을 뚫고 올라오면서 굳은 것이어서 처음부터 덩어리를 이루고 있을 뿐 아니라 천천히 식기는 했지만 1천℃ 이상의 높은 온도에서 식은 것이므로 바위에 절리가 발달하기가 쉽기 때문이다.
같은 암석이라도 절리의 방향과 간격의 차이에 따라 풍화정도에 영향을 받기 때문에 바위의 모양과 크기가 달라진다. 그 예로 북한산에는 수직방향의 절리가 큼직큼직하게 발달하여 날카롭고도 웅장한 거대한 암봉이 발달하였고, 반면, 월출산은 수직방향과 수평방향의 절리가 고르게 많이 발달하였기 때문에 북한산의 백운대 같은 봉우리에 비해 훨씬 작은 바위들이 탑처럼 쌓여 섬세하고 여성적인 아름다움을 갖추게 된 것이다.
화강암 풍화지형들은 분포지역이 광범위하고 형태적으로도 매우 다양하기 때문에 발달과정에 대한 일반적인 설명에 논란이 많아 여러가지 이론들이 있다. 우선, 열대 지방에서 잘 발달하는 이들 지형이 온대기후인 우리 나라에서 탁월한 것으로 볼 때 과거의 기후로 형성과정을 설명할 수 있다고 본다. 중생대에 관입한 국립공원 월출산, 북한산, 설악산 화강암은 지금보다 훨씬 따듯하고 습윤했던 신생대 제3기 동안 화학적 풍화와 침식을 받아 핵석과 주변 풍화물질이 만들어졌다.
※ 화학적 풍화
일련의 화학반응, 즉 용식, 가수분해, 산화와 환원, 수화작용 등의 반응에 의하여 암석의 구성에 변화가 일어나거나 혹은 완전히 용해되어 버리는 것이다. 화학적 풍화를 일으키기 위해서는 첫째 온도가 높고 수분이 많이 공급되어야 한다. 둘째로 암석의 공극과 열적 조건에 따라 심층풍화가 진행될 수 있다. 셋째 암석이 지표에 노출되어 있을 때보다 수분이 골고루 공급되는 흙 속에서 화학적 풍화가 빨리 진행된다.
이후 신생대 제 4기 빙하기의 한랭한 기후환경-우리 나라는 주빙하기후-하에서 암석과 토양이 얼고 녹는 과정에서 풍화물질이 떨어져 나가 핵석이 지표로 드러난다. 노출된 암석은 계속적인 침식과 풍화작용으로 인해 암석(토르)의 표면이 예리해지고, 도움형 바위(보른하르트) 표면의 박리가 가속화되며, 풍화혈이 확대 진행되었을 것으로 본다. 즉 고온다습한 환경하에서의 심층풍화와 이후 한랭한 기후 하에서의 동결-융해 작용을 함께 받았다고 해석된다.
※ 주빙하기후
기후가 매우 한랭한 빙하의 주변에서는 서릿발의 작용이 매우 활발하여, 풍화작용, 토양수의 순환 등이 특이하게 펼쳐진다. 이로 인하여 주빙하 지형이라고 부르는 각종 지형-영구동토층과 구조토-이 발달하는데, 주빙하 기후란 이러한 주빙하 지형을 발달시키는 기후를 가리키는 것이다. 그러나 한랭한 기후는 빙하 주변에만 분포하는 것이 아니다. 오늘날 북극해 연안의 툰드라 지역은 빙하가 없으나 대표적인 주빙하 기후 지역에 속한다. 위도 상으로 볼 때 빙하기에는 지금보다 주빙하 기후가 지금보다 훨씬 남쪽으로 내려왔었다. 유럽에서는 지중해 연안의 남부 유럽을 제외한 전역이, 그리고 북아메리카에서는 대체로 북위 40℃ 이북 지역이 주빙하 지역에 속했었다. 한반도에서는 위도에 따라 차이가 있겠으나 백두산 관모봉 일대의 권곡의 존재로 미루어 600∼800m 이상의 산지는 주빙하 작용을 활발히 받았을 가능성이 크다고 본다.
출처 : 국립공원관리공단

신기한 모양의 바위들이 빚어내는 수려한 경관은 바로 이 산들의 대부분을 이루고 있는 화강암의 마술이다. 우리 나라 전체 암석의 30%나 되는 화강암은 1억 6∼7천 만년 전, 공룡이 살던 중생대 지각운동 시 땅 속에서 만들어진 마그마가 지각의 약한 틈 사이로 끼어 올라온 후 그대로 굳어져서 만들어진 암석이다.
※ 화강암
우리 나라 지질사에서 가장 격렬했던 대보조산운동 시 한반도 여기저기에 만들어진 거대하고 복잡한 단층선 사이로 크게 두 차례에 걸쳐 마그마의 관입이 있었고, 이 마그마가 천천히 식으면서 굳어져 생성된 암석이 화강암이다. 이 때 마그마가 지표 가까이 올라오는 이유는 주변의 다른 암석보다 비중이 작아 상대적으로 가볍기 때문이다. 우리 나라 화강암의 거의 대부분이 대보조산운동 때 만들어진 대보화강암으로 흰색에 가깝다. 이보다 늦게 만들어진 남부지방 일대의 '불국사 화강암'은 분홍빛이 더 많은데 대보화강암에 비해 분포가 적다.
이 화강암 덩어리가 1억 년이 넘는 시간동안 지각운동과 풍화, 침식작용을 거쳐 지금의 아기자기한, 또는 거대한 바위로 땅위에 드러난 것이다.
지형학적으로 백운대나 인수봉과 같이 도움(dome)모양의 거대한 바위덩어리를 보른하르트(bornhardt)라고 하고, 불안정한 석탑과 같은 기암괴석을 토르(tor)라고 한다. 그밖에 화강암 풍화지형으로는 풍화혈이 있는데, 북한산, 설악산, 속리산, 월출산 국립공원에는 이들 지형이 매우 발달하여 오늘날과 같은 멋진 경관을 연출하고 있다.
2. 토르(Tor) - '똑바로 서있는 석탑'

※ 절리
암석이 지각변동에 의하여 압축력 또는 장력을 받을 때나 화성암이 냉각·수축할 때 생긴 틈을 말한다. 절리에는 육각기둥모양으로 쪼개지는 주상절리(현무암), 얇은 널판같이 쪼개지는 판상절리(안산암, 화강암), 육면체로 쪼개지는 방상절리(화강암)가 있다.
수직과 수평 방향의 절리들로 인해 블록모양으로 갈라진 화강암이 오랜 시간동안 풍화가 작용을 받으면, 블록의 모서리부분이 더 많이 풍화되어 가운데는 동글동글한 돌(핵석 core stone)이 남고 주변은 풍화 물질로 완전히 둘러싸이게 된다. 모서리 부분의 풍화된 토양이 씻겨지고 나면 둥글둥글한 핵석만 석탑처럼 쌓이게 되는데, 이것을 가리켜 토르라고 한다.
※ 풍화물질 : 새프롤라이트
화강암으로 이루어진 바위산을 등산하다 보면, 바위같이 보이나 푸석푸석하여 쉽게 부서지는 이른바 '썩은 바위'를 자주 볼 수 있는데, 이를 새프롤라이트(saprolite)라고 한다. 이는 바위가 풍화작용을 받아 토양으로 변하고 있다는 증거이다. 특히 화강암은 지하 깊은 곳에서 생성된 암석이므로 지표에서 만들어진 화산암이나 퇴적암과 같은 암석에 비해 풍화에 약하다.
북한산과 월출산, 설악산, 속리산에서는 여러 가지 모양의 토르가 관찰되는데, 설악산의 '흔들바위'가 대표적인 예이다. 월출산의 구정봉 북서 능선부와 장군봉 주변에서 큰 바위를 이룬 핵석들이 성곽처럼 쌓여 있고, 그 아래쪽과 지능선부(支稜線部)에는 5∼6개의 토르들이 모여 있다. 암괴 하나가 드러난 형태인 독립형 토르는 월출산과 북한산, 설악산의 능선, 사면, 계곡의 곳곳에 분포하여 기암괴석의 전시장 같은 느낌을 불러일으킨다. 수직절리가 더 우세한 경우에는 바위들이 높이 솟아 뾰족한 암첨을 이루는데, 설악산의 천불동 계곡과 마등령능선에서 흔히 볼 수 있다.
3. 보른하르트(bornhardt)

이 경우에는 절리가 거의 없이 화강암 원형 그대로 드러나 있거나, 또는 바위 표면에 평행하게 금이 가서 양파껍질이 벗겨지듯이 암석이 10cm내외로 얇게 벗겨져 매끈하게 솟아있다. 그래서 보른하르트는 주위의 평지와는 뚜렷하게 구분되어 솟구쳐 인상적인 모습을 보여준다. 미국 요세미티 국립공원의 엘 카피탄(El capitan)과 같은 지형이 전형적인 보른하르트이다.
산 전체가 화강암으로 이루어진 북한산의 백운대, 인수봉, 월출산의 천황봉(808m), 사자봉(560m), 장군봉(510m) 등의 산봉우리들이 각각 도움(dome)모양의 바위산으로 드러나 있어 보른하르트라고 볼 수 있다.
그런데, 이들 산지들은 매끈한 전형적인 도움형의 보른하르트에 비해 오랜 풍화, 침식으로 심하게 변형되어 있어 바위 표면이 매끄럽지는 않다.
4. 풍화혈(風化穴)

즉, 땅 속에서 수분의 함량이 높은 토양이 암석에 오랫동안 정체하여 화학적 풍화작용을 일으켜 만들어진 후 지표로 드러나거나, 지표 위에서 비가 내린 후 물이 괴거나 그늘이 져서 주변보다 습하기 때문에 풍화에 약해진 부분이 먼저 깍이거나 암석의 틈에 염류가 싸이면서 그 공간이 점차 확장되어 형성되기도 한다. 흔히, 가마솥바위(나마, gnamma)라고 부르는 것은, 바위의 위쪽에 항아리모양으로 오목하게 개별적으로 파인 구멍을 말하고, 벌집바위(타포니 tafoni)는 바위 측면의 그늘진 곳에 집단적으로 발달하는 풍화 지형이다.
이들 풍화혈은 설악산의 울산바위, 북한산의 백운대, 월출산 등 화강암 산지 여기 저기에서 나타난다. 월출산에서는 사자봉 주변의 도움들의 위쪽과 구정봉 위쪽에 집중되어 나타나는데, 크기가 적게는 수cm정도의 것도 있으나, 평균직경이 10∼40cm의 것들이 대부분이다.
5. 화강암의 관입과 풍화작용
※ 관입
관입이란 지구 내부 암석이 높은 열과 압력으로 액체상태로 변하여 된 마그마가 지각 사이로 뚫고 올라오는 것이다. 이 때 관입한 마그마가 식어서 굳은 관입암은 결정체가 큰 조립질 광물들로 구성되어 있다. 화강암은 대표적인 관입암이다.
보른하르트나 토르, 풍화혈과 같은 신기한 지형이 화강암 분포지역에서 특히 잘 발달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것은 화강암이 액체상태로 녹은 암석, 즉 뜨거운 마그마가 지각을 뚫고 올라오면서 굳은 것이어서 처음부터 덩어리를 이루고 있을 뿐 아니라 천천히 식기는 했지만 1천℃ 이상의 높은 온도에서 식은 것이므로 바위에 절리가 발달하기가 쉽기 때문이다.
같은 암석이라도 절리의 방향과 간격의 차이에 따라 풍화정도에 영향을 받기 때문에 바위의 모양과 크기가 달라진다. 그 예로 북한산에는 수직방향의 절리가 큼직큼직하게 발달하여 날카롭고도 웅장한 거대한 암봉이 발달하였고, 반면, 월출산은 수직방향과 수평방향의 절리가 고르게 많이 발달하였기 때문에 북한산의 백운대 같은 봉우리에 비해 훨씬 작은 바위들이 탑처럼 쌓여 섬세하고 여성적인 아름다움을 갖추게 된 것이다.
화강암 풍화지형들은 분포지역이 광범위하고 형태적으로도 매우 다양하기 때문에 발달과정에 대한 일반적인 설명에 논란이 많아 여러가지 이론들이 있다. 우선, 열대 지방에서 잘 발달하는 이들 지형이 온대기후인 우리 나라에서 탁월한 것으로 볼 때 과거의 기후로 형성과정을 설명할 수 있다고 본다. 중생대에 관입한 국립공원 월출산, 북한산, 설악산 화강암은 지금보다 훨씬 따듯하고 습윤했던 신생대 제3기 동안 화학적 풍화와 침식을 받아 핵석과 주변 풍화물질이 만들어졌다.
※ 화학적 풍화
일련의 화학반응, 즉 용식, 가수분해, 산화와 환원, 수화작용 등의 반응에 의하여 암석의 구성에 변화가 일어나거나 혹은 완전히 용해되어 버리는 것이다. 화학적 풍화를 일으키기 위해서는 첫째 온도가 높고 수분이 많이 공급되어야 한다. 둘째로 암석의 공극과 열적 조건에 따라 심층풍화가 진행될 수 있다. 셋째 암석이 지표에 노출되어 있을 때보다 수분이 골고루 공급되는 흙 속에서 화학적 풍화가 빨리 진행된다.
이후 신생대 제 4기 빙하기의 한랭한 기후환경-우리 나라는 주빙하기후-하에서 암석과 토양이 얼고 녹는 과정에서 풍화물질이 떨어져 나가 핵석이 지표로 드러난다. 노출된 암석은 계속적인 침식과 풍화작용으로 인해 암석(토르)의 표면이 예리해지고, 도움형 바위(보른하르트) 표면의 박리가 가속화되며, 풍화혈이 확대 진행되었을 것으로 본다. 즉 고온다습한 환경하에서의 심층풍화와 이후 한랭한 기후 하에서의 동결-융해 작용을 함께 받았다고 해석된다.
※ 주빙하기후
기후가 매우 한랭한 빙하의 주변에서는 서릿발의 작용이 매우 활발하여, 풍화작용, 토양수의 순환 등이 특이하게 펼쳐진다. 이로 인하여 주빙하 지형이라고 부르는 각종 지형-영구동토층과 구조토-이 발달하는데, 주빙하 기후란 이러한 주빙하 지형을 발달시키는 기후를 가리키는 것이다. 그러나 한랭한 기후는 빙하 주변에만 분포하는 것이 아니다. 오늘날 북극해 연안의 툰드라 지역은 빙하가 없으나 대표적인 주빙하 기후 지역에 속한다. 위도 상으로 볼 때 빙하기에는 지금보다 주빙하 기후가 지금보다 훨씬 남쪽으로 내려왔었다. 유럽에서는 지중해 연안의 남부 유럽을 제외한 전역이, 그리고 북아메리카에서는 대체로 북위 40℃ 이북 지역이 주빙하 지역에 속했었다. 한반도에서는 위도에 따라 차이가 있겠으나 백두산 관모봉 일대의 권곡의 존재로 미루어 600∼800m 이상의 산지는 주빙하 작용을 활발히 받았을 가능성이 크다고 본다.
출처 : 국립공원관리공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