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아낌없이 주는 나무
어려서 읽었던 동화 '아낌없이 주는 나무' 속의 그것처럼, 나무는 인간에게 흡사 부모의 자식에 대한 사랑처럼 모든 것을 제공한다. 건축재나 종이재료, 연료 및 깨끗한 공기, 깨끗한 물에서 심리적 안정감에 이르기까지 그 모든 것을 제공한다고 볼 수 있다. 그러기에 고도로 발달된 산업사회일지라도 사람들은 안정적인 상태를 위해서 주위에 나무를 심거나, 아니면 숲을 찾아간다. 특히 국토의 65%이상이 산지로 이루어져 있는 우리 나라는 세계에 자신 있게 자랑할 수 있을 정도의 푸르른 산림을 가지고 있다.
물론 이러한 산림은 그저 자연스럽게 만들어진 것이 아니며, 과거 조상들로부터 가꾸고 지켜 이어져온 결과일 것이다. 치악산국립공원 구룡사 입구의 '황장금표'(黃腸禁標)와 같이 우리 조상들은 일찍이, 이러한 산림을 보호하기 위해 금산(禁山)이나 봉산(封山)과 같은 제도를 실시하기도 하였으며 1930년대에는 연료림 조성계획을 세워 포플러, 비술나무, 아카시아나무, 오리나무, 싸리류 나무 등을 조성하기도 하였다.
※ 황장금표(黃腸禁標)
조선시대 왕족이 죽으면 몸통 속부분이 누런색을 띠고 재질이 좋은 소나무를 관곽재로 사용하였고,이런 소나무를 황장목이라 불렀다. 나라에서는 왕실의 관을 만드는데 필요한 질좋은 황장목을 원활하게 조달하고, 일반 백성에 의한 도벌을 예방하기 위해서 황장산을 지정했다. 이 황장산의 경계를 구분하기 위해 바위에 새긴 금표를 황장금표라 한다.
금산(禁山)
조선 전기의 산림제도로서 정부에서 특정한 산림을 국가의 필요에 따라 사용할 수 있도록 따로 지정한 산림을 금산이라 불렀고, 바위에 새긴 금표(禁標)를 통해 그 경계를 구분했다.
봉산(封山)
조선 숙종 이후에 나타난 조선 후기의 산림제도. 국가의 다양한 수요에 따라 산림을 기능적으로 보다 세분화시켜 관리·보호할 수 있는 시책을 말한다. 조선 후기에 들어서는 인구 증가에 따라 산림에 대한 개인 소유가 늘어나고 농지개간과 화전이 증대됨에 따라 산림의 관리와 보호에 대한 행정체제를 금산으로 더 이상 지탱할 수 없었다.
이처럼 우리 민족이 지켜온 소중한 생활환경으로서의 나무숲을 계속 유지해 나가기 위해서는 우리국토에 자라고 있는 숲과 숲을 구성하는 나무에 대해 좀더 자세히 알아야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할 것이다.
2. 기온에 따른 분포
우리 나라의 삼림은 기온에 따라 대체로 다음과 같이 난대림, 온대림, 아한대림(냉대림)으로 구분한다.
연평균 기온 섭씨 14도 이상 되는 지역에서 나타나는 수종을 난대림이라 하며, 수종에는 귤나무류, 돈나무, 잣밤나무류,
조록나무, 녹나무, 동백나무, 가시나무류, 후박나무 등의 상록활엽수종을 들 수 있다.
※ 상록활엽수(常綠闊葉樹)
일년 이상 고사하지 않고 넓은 잎을 가진 나무를 말한다. 열대·온대의 다우림, 열대의 맹그로브림, 난대의 경엽수림과 조엽수림이 이에 속한다.
우리 나라 전체 삼림면적의 약 85%가 포함되는 온대림은 연평균 기온 섭씨 5°∼14°의 범위에 나타나며, 수종에는 참나무, 밤나무, 단풍나무, 물푸레나무, 느티나무, 너도밤나무 등의 낙엽활엽수와 소나무 등의 침엽수가 주종을 이룬다.
※침엽수(針葉樹)
바늘처럼 선형으로 생긴 잎을 가진 나무를 말한다. 대체적으로 저온이나 건조에 대한 내성이 활엽수보다 강하다. 세계 삼림 면적의 1/3을 차지한다. 대표적인 수종으로는 소나무, 잣나무, 낙엽송, 전나무, 가문비나무 등이 있다.
북한의 북부내륙지방이나 남부의 고원지대에 나타나는 아한대림(냉대림)에는 가문비나무, 전나무, 잣나무, 주목등의 침엽수가 나타난다. 이처럼 기온에 따른 수종의 분포는 다양하게 나타난다.
왼쪽 그림에서와 같이 냉대, 온대, 난대림의 분포는 대략적으로 위도에 따라 북쪽에서는 냉대림이, 남쪽에서는 난대림이 분포하나, 정확히 위도에 일치하지 않음을 알 수 있다.
이것은 위의 그림과 같이 기온변화에 위도 외에도 고도, 해류 등이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일례로 강릉연안으로 북상하는 난류에 의해 같은 위도이더라도 동해안이 서해안 보다 기온이 높다.
그렇다면 이제 위도와 고도가 달라짐에 따른 삼림의 분포에 대해 좀더 자세히 알아보도록 하자.
3. 위도에 따른 분포
무궁화는 우리 나라를 상징하는 꽃이다. 또한 우리 나라의 각 지방에는 각각의 지역을 상징하는 나무가 있다. 이러한 상징목을
설정할 때는 물론 그 지역에서 대표적으로 볼 수 있는 나무를 선정하였을 것이다. 다음 우리 나라의 몇 개 지역의 상징목이나 꽃을 살펴보자.
우리가 차를 타고 서울에서 혹은 강원도에서 남쪽으로 찾아 간다고 생각하자. 각 도시를 지나며 차창 밖으로 보이는 삼림의 모습이 점차 변함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왼쪽 지도에 나오는 각 지역의 상징목만을 본다고 해도, 다음과 같은 분포적 특성을 찾아 볼 수도 있을 것이다.
강원도의 상징목인 잣나무는 침엽수로, 따뜻한 부산이나 제주도의 해안가에서는 찾아보기 힘들다. 반면 제주도의 녹나무나 부산의 동백은 난대림에 속하여 강원도 산지나, 서울에서는 흔히 찾아보기 힘들 것이다.
충북이나 경북의 느티나무는 온대림에 속하여 우리나라 거의 전역에 나타난다. 또한 전남지역에 흔한 왕대나무는 그 북한계선이 차령산맥으로, 그 북쪽에서는 왕대나무 숲을 찾아 보기 힘들다.
이것은 위도상 남쪽은 더 따뜻하고 북쪽으로 갈수록 기후가 점점 한랭해져서 그 온도에 따라 나타나는 식물의 종류가 다르기 때문이다. 또한 꽃의 경우 그 개화일이 다름을 이용하여 최근에는 개화 달력이란 것이 나오기도 한다. 이처럼 식물은 위도에 따라 수평적 분포대를 형성한다.
4. 고도에 따른 분포
한라산이나 설악산을 오를 때 주위의 나무에 대하여 조금만 관심을 갖고 살펴보자. 산밑과 산정상에서 나타나는 나무의 종류나 모양이
다른 것을 알 수 있을 것이다.
설악산에 올라본 사람은, 등반 초기 험한 산세와 함께 그 위엄을 뽐내던 길쭉길쭉 하던 나무들이, 중청봉과 대청봉 사이 약 1700여m 에 이르러서는 마치 포복을 하듯 어렵게 정상에 오른 늙은 수도승의 참선 모습을 보여주는 듯한 눈잣나무 군락지로 변함을 보며 탄성을 질러도 보았을 것이다.
이렇듯 나무는 고산에서의 기후환경 즉 거센 바람과의 싸움에 이기기 위해 바닥에 엎드린 듯한 모습을 스스로 만들게 된 것이다. 또한 높은 산에서는 고도에 따른 온도차가 있어 수종분포가 다르게 나타나기도 한다.
제주도의 경우 한라산 수종의 수직분포는 남쪽과 북쪽사면의 차이는 있으나, 대략 난대림(해발 400m∼600m), 온대림(해발600∼1500m), 아한대림(1500m이상)로 구분한다.

즉 해발고도 600m 이하의 낮은 곳에는 비자나무, 가시나무류, 굴거리 나무, 사스레피나무, 조록 나무, 후박나무, 녹나무 등 상록활엽수종이 자란다.
해발 600∼1500m 이르는 지대에는 한반도 중부 지방과 매우 비슷한 식물들이 자라고 있다. 이 지대에 자라는 대표적인 나무로는 벚나무, 단풍나무, 때죽나무, 졸참나무와 느티나무등이 있다.
1700m이상의 정상부분에서는 구상나무, 고채목, 주목나무를 주로 하는 침엽수림과 떡버들털진달래,눈향나무,시로미를 주로 하는 관목대가 나타난다.
특히 구상나무는 한라산을 비롯한 덕유산, 지리산의 고산지대에 자생하는 상록침엽수로 세계에서 우리 나라에만 나는 한국 특산종으로 한랭한 기온에 자라는 나무이다. 이렇듯 고도에 따른 수종의 분포를 수직적 분포라 한다.
5. 사람들에 의해 형성된 식생
속리산 국립공원을 들어가다 보면 그 입구 한쪽에서 제일 먼저 사람들을 반겨주는, 세조에 의해 벼슬까지 얻은 정이품송을 볼 수 있다. 소나무는 휑한 허허로움 속에 선비의 절개를 표현했던 김정희의 '세한도'에서와 같이 십장생으로 선비들의 그림에 빠짐없이 들어갔으며, 청념한 절개를 표현하면서도 우리나라 어디에서나 볼 수 있는 가장 흔한나무이다.
항상 우리 민족과 함께 해온 이 소나무는 아직도 우리 국민이 가장 좋아하는 나무로 뽑히고 있다. 그러나, 우리 전체 산림의 40% 정도를 차지하고 있으며 척박한 땅에서도 잘 자라는 이 소나무는 우리나라의 기후적 환경 때문에 저절로 형성된 숲이 아니다.
우리 한반도에서의 안정된 숲은 온대 활엽수에 속하는 참나무류나 단풍나무같은 낙엽활엽수가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낙엽활엽수로 덮여있던 과거 한반도에 농경문화가 정착되면서, 우리 조상들은 퇴비와 난방을 하기 위해 활엽수를 벌채하게 되었다. 그 결과 활엽수가 자라던 곳의 지력도 따라서 쇠퇴할 수 밖에 없었을 것이고, 그리하여 척박한 토양에서도 잘 자라는 소나무가 자라게 되었다.
또한 소나무는 가옥재나 배를 만드는 재료로 쓰여지기 시작하면서 조선시대에는 '송목금벌'등의 소나무 보호정책을 실시하여 소나무를 보호하게 되었다. 이러한 과정 속에 우리 산야에는 소나무가 뒤덮이게 된 것이다. 우리 산야에 사람들의 손길이 끊어지게 된다면 소나무는 다시 사라질 수 있다는 것이다.
애국가에 등장하는 '남산 위의 소나무'는, 이와 같이 이 땅에 사는 우리 민족의 손길로 키워진 나무라는 것에 더 큰 의미를 줄 수도 있을 것이다.
이와 같이 나무는 위도와 고도에 따른 기온 변화에 적응하고, 또 사람들의 간섭에 변화하며 그 뿌리를 내리게 되었다. 때로는 인간을 보호하는 부모가 되고, 또 친구가 되고, 인간을 가르치는 선생이 되기도 하며 인간의 삶과 함께 해온 나무. 이렇듯 인간과 나무는 같이 가야 할 운명 공동체인 것이다.
이제 우리는 말도 못하고 서있는 주위의 나무를 보는데 있어, 그저 우연히 자라는 의미 없는 나무가 아니라, 자연환경 및 인간의 손길에 적응하며 뿌리내린 삶 자체로 표현하는 규칙성 있는 나무의 생존모습을 찾아보아야 할 것이다. 항상 베풀기만 하며 묵묵히 서있는 나무를 보며 떠나보자.
출처 : 국립공원관리공단
어려서 읽었던 동화 '아낌없이 주는 나무' 속의 그것처럼, 나무는 인간에게 흡사 부모의 자식에 대한 사랑처럼 모든 것을 제공한다. 건축재나 종이재료, 연료 및 깨끗한 공기, 깨끗한 물에서 심리적 안정감에 이르기까지 그 모든 것을 제공한다고 볼 수 있다. 그러기에 고도로 발달된 산업사회일지라도 사람들은 안정적인 상태를 위해서 주위에 나무를 심거나, 아니면 숲을 찾아간다. 특히 국토의 65%이상이 산지로 이루어져 있는 우리 나라는 세계에 자신 있게 자랑할 수 있을 정도의 푸르른 산림을 가지고 있다.
물론 이러한 산림은 그저 자연스럽게 만들어진 것이 아니며, 과거 조상들로부터 가꾸고 지켜 이어져온 결과일 것이다. 치악산국립공원 구룡사 입구의 '황장금표'(黃腸禁標)와 같이 우리 조상들은 일찍이, 이러한 산림을 보호하기 위해 금산(禁山)이나 봉산(封山)과 같은 제도를 실시하기도 하였으며 1930년대에는 연료림 조성계획을 세워 포플러, 비술나무, 아카시아나무, 오리나무, 싸리류 나무 등을 조성하기도 하였다.
※ 황장금표(黃腸禁標)
조선시대 왕족이 죽으면 몸통 속부분이 누런색을 띠고 재질이 좋은 소나무를 관곽재로 사용하였고,이런 소나무를 황장목이라 불렀다. 나라에서는 왕실의 관을 만드는데 필요한 질좋은 황장목을 원활하게 조달하고, 일반 백성에 의한 도벌을 예방하기 위해서 황장산을 지정했다. 이 황장산의 경계를 구분하기 위해 바위에 새긴 금표를 황장금표라 한다.
금산(禁山)
조선 전기의 산림제도로서 정부에서 특정한 산림을 국가의 필요에 따라 사용할 수 있도록 따로 지정한 산림을 금산이라 불렀고, 바위에 새긴 금표(禁標)를 통해 그 경계를 구분했다.
봉산(封山)
조선 숙종 이후에 나타난 조선 후기의 산림제도. 국가의 다양한 수요에 따라 산림을 기능적으로 보다 세분화시켜 관리·보호할 수 있는 시책을 말한다. 조선 후기에 들어서는 인구 증가에 따라 산림에 대한 개인 소유가 늘어나고 농지개간과 화전이 증대됨에 따라 산림의 관리와 보호에 대한 행정체제를 금산으로 더 이상 지탱할 수 없었다.
이처럼 우리 민족이 지켜온 소중한 생활환경으로서의 나무숲을 계속 유지해 나가기 위해서는 우리국토에 자라고 있는 숲과 숲을 구성하는 나무에 대해 좀더 자세히 알아야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할 것이다.
2. 기온에 따른 분포
우리 나라의 삼림은 기온에 따라 대체로 다음과 같이 난대림, 온대림, 아한대림(냉대림)으로 구분한다.

※ 상록활엽수(常綠闊葉樹)
일년 이상 고사하지 않고 넓은 잎을 가진 나무를 말한다. 열대·온대의 다우림, 열대의 맹그로브림, 난대의 경엽수림과 조엽수림이 이에 속한다.
우리 나라 전체 삼림면적의 약 85%가 포함되는 온대림은 연평균 기온 섭씨 5°∼14°의 범위에 나타나며, 수종에는 참나무, 밤나무, 단풍나무, 물푸레나무, 느티나무, 너도밤나무 등의 낙엽활엽수와 소나무 등의 침엽수가 주종을 이룬다.
※침엽수(針葉樹)
바늘처럼 선형으로 생긴 잎을 가진 나무를 말한다. 대체적으로 저온이나 건조에 대한 내성이 활엽수보다 강하다. 세계 삼림 면적의 1/3을 차지한다. 대표적인 수종으로는 소나무, 잣나무, 낙엽송, 전나무, 가문비나무 등이 있다.
북한의 북부내륙지방이나 남부의 고원지대에 나타나는 아한대림(냉대림)에는 가문비나무, 전나무, 잣나무, 주목등의 침엽수가 나타난다. 이처럼 기온에 따른 수종의 분포는 다양하게 나타난다.
왼쪽 그림에서와 같이 냉대, 온대, 난대림의 분포는 대략적으로 위도에 따라 북쪽에서는 냉대림이, 남쪽에서는 난대림이 분포하나, 정확히 위도에 일치하지 않음을 알 수 있다.
이것은 위의 그림과 같이 기온변화에 위도 외에도 고도, 해류 등이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일례로 강릉연안으로 북상하는 난류에 의해 같은 위도이더라도 동해안이 서해안 보다 기온이 높다.
그렇다면 이제 위도와 고도가 달라짐에 따른 삼림의 분포에 대해 좀더 자세히 알아보도록 하자.
3. 위도에 따른 분포

우리가 차를 타고 서울에서 혹은 강원도에서 남쪽으로 찾아 간다고 생각하자. 각 도시를 지나며 차창 밖으로 보이는 삼림의 모습이 점차 변함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왼쪽 지도에 나오는 각 지역의 상징목만을 본다고 해도, 다음과 같은 분포적 특성을 찾아 볼 수도 있을 것이다.
강원도의 상징목인 잣나무는 침엽수로, 따뜻한 부산이나 제주도의 해안가에서는 찾아보기 힘들다. 반면 제주도의 녹나무나 부산의 동백은 난대림에 속하여 강원도 산지나, 서울에서는 흔히 찾아보기 힘들 것이다.
충북이나 경북의 느티나무는 온대림에 속하여 우리나라 거의 전역에 나타난다. 또한 전남지역에 흔한 왕대나무는 그 북한계선이 차령산맥으로, 그 북쪽에서는 왕대나무 숲을 찾아 보기 힘들다.
이것은 위도상 남쪽은 더 따뜻하고 북쪽으로 갈수록 기후가 점점 한랭해져서 그 온도에 따라 나타나는 식물의 종류가 다르기 때문이다. 또한 꽃의 경우 그 개화일이 다름을 이용하여 최근에는 개화 달력이란 것이 나오기도 한다. 이처럼 식물은 위도에 따라 수평적 분포대를 형성한다.
4. 고도에 따른 분포

설악산에 올라본 사람은, 등반 초기 험한 산세와 함께 그 위엄을 뽐내던 길쭉길쭉 하던 나무들이, 중청봉과 대청봉 사이 약 1700여m 에 이르러서는 마치 포복을 하듯 어렵게 정상에 오른 늙은 수도승의 참선 모습을 보여주는 듯한 눈잣나무 군락지로 변함을 보며 탄성을 질러도 보았을 것이다.
이렇듯 나무는 고산에서의 기후환경 즉 거센 바람과의 싸움에 이기기 위해 바닥에 엎드린 듯한 모습을 스스로 만들게 된 것이다. 또한 높은 산에서는 고도에 따른 온도차가 있어 수종분포가 다르게 나타나기도 한다.
제주도의 경우 한라산 수종의 수직분포는 남쪽과 북쪽사면의 차이는 있으나, 대략 난대림(해발 400m∼600m), 온대림(해발600∼1500m), 아한대림(1500m이상)로 구분한다.

즉 해발고도 600m 이하의 낮은 곳에는 비자나무, 가시나무류, 굴거리 나무, 사스레피나무, 조록 나무, 후박나무, 녹나무 등 상록활엽수종이 자란다.
해발 600∼1500m 이르는 지대에는 한반도 중부 지방과 매우 비슷한 식물들이 자라고 있다. 이 지대에 자라는 대표적인 나무로는 벚나무, 단풍나무, 때죽나무, 졸참나무와 느티나무등이 있다.
1700m이상의 정상부분에서는 구상나무, 고채목, 주목나무를 주로 하는 침엽수림과 떡버들털진달래,눈향나무,시로미를 주로 하는 관목대가 나타난다.
특히 구상나무는 한라산을 비롯한 덕유산, 지리산의 고산지대에 자생하는 상록침엽수로 세계에서 우리 나라에만 나는 한국 특산종으로 한랭한 기온에 자라는 나무이다. 이렇듯 고도에 따른 수종의 분포를 수직적 분포라 한다.
5. 사람들에 의해 형성된 식생
속리산 국립공원을 들어가다 보면 그 입구 한쪽에서 제일 먼저 사람들을 반겨주는, 세조에 의해 벼슬까지 얻은 정이품송을 볼 수 있다. 소나무는 휑한 허허로움 속에 선비의 절개를 표현했던 김정희의 '세한도'에서와 같이 십장생으로 선비들의 그림에 빠짐없이 들어갔으며, 청념한 절개를 표현하면서도 우리나라 어디에서나 볼 수 있는 가장 흔한나무이다.
항상 우리 민족과 함께 해온 이 소나무는 아직도 우리 국민이 가장 좋아하는 나무로 뽑히고 있다. 그러나, 우리 전체 산림의 40% 정도를 차지하고 있으며 척박한 땅에서도 잘 자라는 이 소나무는 우리나라의 기후적 환경 때문에 저절로 형성된 숲이 아니다.
우리 한반도에서의 안정된 숲은 온대 활엽수에 속하는 참나무류나 단풍나무같은 낙엽활엽수가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낙엽활엽수로 덮여있던 과거 한반도에 농경문화가 정착되면서, 우리 조상들은 퇴비와 난방을 하기 위해 활엽수를 벌채하게 되었다. 그 결과 활엽수가 자라던 곳의 지력도 따라서 쇠퇴할 수 밖에 없었을 것이고, 그리하여 척박한 토양에서도 잘 자라는 소나무가 자라게 되었다.
또한 소나무는 가옥재나 배를 만드는 재료로 쓰여지기 시작하면서 조선시대에는 '송목금벌'등의 소나무 보호정책을 실시하여 소나무를 보호하게 되었다. 이러한 과정 속에 우리 산야에는 소나무가 뒤덮이게 된 것이다. 우리 산야에 사람들의 손길이 끊어지게 된다면 소나무는 다시 사라질 수 있다는 것이다.
애국가에 등장하는 '남산 위의 소나무'는, 이와 같이 이 땅에 사는 우리 민족의 손길로 키워진 나무라는 것에 더 큰 의미를 줄 수도 있을 것이다.
이와 같이 나무는 위도와 고도에 따른 기온 변화에 적응하고, 또 사람들의 간섭에 변화하며 그 뿌리를 내리게 되었다. 때로는 인간을 보호하는 부모가 되고, 또 친구가 되고, 인간을 가르치는 선생이 되기도 하며 인간의 삶과 함께 해온 나무. 이렇듯 인간과 나무는 같이 가야 할 운명 공동체인 것이다.
이제 우리는 말도 못하고 서있는 주위의 나무를 보는데 있어, 그저 우연히 자라는 의미 없는 나무가 아니라, 자연환경 및 인간의 손길에 적응하며 뿌리내린 삶 자체로 표현하는 규칙성 있는 나무의 생존모습을 찾아보아야 할 것이다. 항상 베풀기만 하며 묵묵히 서있는 나무를 보며 떠나보자.
출처 : 국립공원관리공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