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밭에 심은 것을 헤아려 보니 무려 열 일곱가지나 된다. 지금 추수하는 것은 열무이다. 어찌나 맵고 짠지 무우새끼라고 무우맛은 다 가지고 있다. 고추도 익었고 토마토는 올해는 많이 열리겠다. 집에서 산나물과 돌나물도 가져다 심어 두었다. 그러고 나니 밭에 자꾸 애착이 간다. 과일나무도 심고 싶고 꽃나무도 심고 싶지만 그것은 내 밭이 아니라서 참는다.
우리학교에서 배드민턴을 배운다. 초등학교에 가서 체육선생님에게 지도를 받는다. 가벼운 운동이라 몸에 아주 좋다. 운동을 마치고 집에 오면 일곱시 쯤 되는데 밥을 간단히 먹고 둘이서 산책을 나간다.
밭까지 걸어 가면 약 일킬로 정도 된다. 물조리개에 물을 담아서 물을 준다. 조금 있으면 상치를 먹을 수 있겠다. 가족들이 가까이 살고 있으면 조금씩 나눠 먹을 수 있을 텐데 아쉽다.
어제는 둘이서 조금 떨어진 곳에 있는 도랑에 물을 떠서 들고 오는데 어두컴컴한 길(아스팔트)에 뱀이 구불구불 기어간다. 인수씨는 그런 뱀을 처음 봐서인지 겁도 없이 쉬익쉬익 하면서 앞까지 가 본다. 나는 시골사람이라 돌멩이 부터 잡게 되겠지만 새끼 뱀이고 그 먼 길을 개구리 소리 듣고 내려 왔으니 불쌍해서 가만히 살펴 보았다. 아스팔트의 마찰력 때문에 바로 가지 못하고 사선으로 구불구불 기어서 산으로 간다. 턱이 있어서 넘어 갈 수 있었을 지 의문이다.
요즈음 학교의 아이들은 늘 그렇다. 문제를 알면 알수록 교사로서 부족한 내 능력이 실감되고 나의 범위를 넘어서는 사회문제, 가정 문제가 한계이다. 우리반 아이가 자해를 한다. 조그만 큰소리도 참지 못하고 무서워 하고 아이들의 약간 언짢은 소리도 못 참는다. 어릴 때 부터 왕따를 심하게 겪어서 대인관계도 원만하지 못하고 심리적 방어기제는 초등 저학년 아이수준이다. 자꾸 자신을 해하려고 하니 따라 다닐수도 없고 고민이다. 남교야 이런 아이는 어떻게 대하여야 하는 지 한 수 가르쳐 줘.
나는 그저 교사의 능력이 부족할 때는 감싸 안는 것만이 수라고 생각한다. 할 수 있는 방법으로 사랑해 주는 것외에 무엇을 할 수 있을까? 그렇지만 내가 그런 힘을 가질 수 있는 것은 나도 사랑이 가득차야 하지 않겠어요. 가족들이 부족한 사랑과 관심을 채워서 이웃과 제자들에게 넘쳐나도록 해 주자고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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