텃밭이야기

조선시대 서민음식

햇살수풀 2008. 1. 17. 20:51

2007년 12월 12일 (수) 11:21   세계일보

조선시대 서민들은 뭘 먹고 살았을까?

◇돼지껍질 식해.
배꽃술, 밀기울장, 보리식초, 토란대김치, 실국수, 잣떡, 돼지껍질식해…. 낯설게 들리지만 400∼500년 전 조선시대 서민 가정에서 흔히 먹었던 음식들이다.

무형문화재 제38호이면서 궁중요리연구가인 한복려(사진)씨가 조선시대 서민들의 음식문화를 서술한 ‘산가요록(山家要綠)’을 최근 다시 펴냈다. 

산가요록은 세종∼세조 4대에 걸쳐 어의였던 전순의가 산가, 즉 일반 서민의 가정에서 먹는 음식과 만드는 법을 설명한 책. 술빚기·장담그기·초빚기·김치담그기·재료저장하기·곡물음식만들기·과자만들기·반찬만들기 8개 장으로 구성돼 실제 주방살림을 할 때 필요한 모든 요리법이 총망라돼 있다.

한씨가 펴낸 ‘다시 보고 배우는 산가요록’(궁중음식연구원)은 이 내용을 한글로 쉽게 풀어쓰는 한편 책에 나타난 모든 요리를 다시 시연해 사진과 함께 실었다.

책에는 솔방울자반과 꿩고기식해, 참새조림이 평범한 반찬으로 등장하는 등 현대인의 식탁에서는 보기 힘든 식재료도 자주 이용했음을 알 수 있다. 오래되거나 변한 장맛을 고치는 법, 작은 생선을 오래 보관하는 법, 술이나 김치가 급히 필요할 때 간단하게 만드는 법 등 현대인에게도 유용한 정보가 적지 않다.

장이나 김치 등이 현대의 것과는 다소 다르다는 점도 자료에서 알 수 있다. 조선시대에는 장을 빨리 발효시키기 위해 말똥에 묻어놓았으며, 참깻묵을 쪄서 찧어 항아리 입구에 펴 발라 벌레가 들어오는 것을 방지했다. 
◇조선시대 백김치.                                            ◇초를 담그는 도구들.

콩으로 만든 장 외에도 밀기울을 섞어 넣은 밀기울장, 무를 넣은 청근장, 상수리가루를 넣은 상실장, 참깨가루를 섞은 천리장 등 장의 종류가 매우 많았던 것도 시선을 끈다.

김치는 침채(沈菜)라고 부르며 배추나 무 등에 소금을 뿌리고 물을 부어 저장하는 반찬을 의미했다. 무김치와 동치미, 파, 동과 등으로 김치를 담가 먹었으며 배추에 고춧가루나 젓갈을 넣은 요즘의 김치는 이 시대에는 찾아볼 수 없다.

한씨는 지난해 작고한 어머니 고 황혜성씨와 함께 5년에 걸쳐 산가요록을 분석하고 해설서를 준비했다. 드라마 ‘대장금’에서 음식 감수를 담당했던 한씨는 “‘산가요록’의 시대가 대장금 시대와 비슷해 고증에 이 책의 도움을 많이 받았다”며 “산가요록에는 조미료와 첨가물을 쓰지 않은 웰빙 요리법과 저장방법이 많은 만큼 현대인들이 참고할 만한 가치가 충분하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