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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호수지방

햇살수풀 2006. 8. 23. 10:25
스코틀랜드 내셔널 트러스트 사무총장님 댁에서 잠이 깸4시 00분.
약간의 여행 경로를 정리하고 내 영혼의 위치를 가늠해 보는 명상의 시간을 가졌다.
잠이 많음에도 불구하고 집을 나오면 뒤척이게 되고
낯선 집에서의 긴장감 때문에 일찍 잠에서 깨어났다.
아침 공기는 쌰늘하고 냉한 기분이 들 만큼 쌀쌀한 날씨이지만 명상하기에는 좋은 날씨.
해뜨는 모습을 지켜보면서 조용한 주택가에서 비둘기 우는 소리, 작은 새들이 지저귀는 소리를 듣고 있다.
주택가에 넓은 정원이 있다는 것이 이 주변의 특징이다.
녹지확보가 충분하여 전원 같다는 느낌이 든다.
숙소에서 준비해 주시는 아침을 먹고(빵, 커피나 홍차, 과일) 도시를 둘러 본 후
고속도로를 타고 호수지방으로 내려 갈 예정이다.
막 식사를 하는데 핸드폰이 울려서 보니 보험회사에서 날라온 경고 메시지이다.
일상적인 경고려니 하면서 무시할려고 보니 외무부에서도 날아 온다.
무슨 일이 있었는 지 물어 보니 비행기 테러 사건에 대하여 알려 주신다.
어제밤 일로 에딘버러와 글래스고가 가히 마비상태였다고 한다.
출발하지 못한 승객들 때문에 숙소구하기가 엄청 어려웠다고 한다.
우리는 그것도 모르고 한 밤중까지 돌아 다녔다.
하긴 미리 알았다 한들 우리 수준에서 어떻게 해야 할까.
긍정적인 마음을 갖는 것 외에 할 수 있는 일이 뭐가 있을까?
그런것 저런것 다 걱정하면 집에서 이불 둘러쓰고도 내집에 비 올까봐 걱정할 것이다.
글래스고는 에딘버러나 런던 보다는 훨씬 현대적인 느낌이 드는 도시이다. 현대적인 건물인 높은 빌딩이 더 많았다. 지금은 산업혁명 시대의 우울한 분위기에서 벗어나 새로운 산업 도시로 도약하는 준비를 하고 있다고 한다. 글래스고에도 대성당이 볼 만하다고는 하나 도시마다 있는 대성당을 다 돌아 볼 수는 없고 오늘 호수지방까지 갈려면 길이 엄청 멀기 때문에 서둘러 출발하기로 한다.
글래스고를 벗어나는 M8 고속도로를 타다 잉글란드로 내려가는 M74 도로를 갈아 탄다. 다정한 구릉과 여기저기 경작지로 개간된 드럼린을 만난다. 저거 찍어야 하는데 모두가 한 목소리이다. 고속도로인 점이 아쉽다. 성능좋은 손섀 카메라에는 찍혔을라나.
구릉위에 자유롭게 풀을 뜯는 양, 말 젖소들 뿐 드문드문 보이는 숲과 곳곳에 박혀 있는 꽃들. 풍경이 어느새 우리나라 산과 들을 보는 듯 익숙해 진다.
고속도로에서 벗어나니 지도 읽기가 어려워 지고 복잡해 진다.
한사람은 운전하고 한사람은 지도를 읽고 두사람은 이정표를 읽어야 하는데
테러소식 때문에 신문을 읽거나, 깜박 잠을 자면서 한 눈파는 사이에
지도상의 위치를 벗어났다.
영국의 도로에서 갈림길이 나타나면 라운드 어바웃으로 표시한다. 한바퀴 돌면서 자신의 갈 길을 찾아야 한다. 도로에 이정표가 잘 되어 있어 비교적 쉽게 길을 찾을 수 있지만 여러 갈래의 갈림기이 나타났을 때 한 바퀴 돌고 나면 왔는 길인지 가야 할 길인지 헷갈리게 된다. 우리나라와는 차량의 진행 방향이 반대이다 보니 길 찾기가 더욱 어려워 진다. 그러나, 여행자들에게 목적지가 무슨 상관이랴?
찾아가는 찾아가는 모든 과정이 새롭고 신기하다. 소축척 지도에는 없는 작은 마을들도 모두 예쁘고 고풍스럽다. 마음의 그릇을 비우면 무엇이든 담을 수 있지 않을까? 마침내 호수지방에 도착했다.

숙박소를 찾아서 돌아 다닌다.
호수지방은 영국사람 모두가 좋아하는 휴양지대이다.
마침 월요일까지 무슨 축일이라고 휴일이라 한다.
주차하기가 만만하지 않고 일행이 혼성이라 방 구하기가 쉽지 않다.
우리는 저렴하면서도 훌륭한 방을 구하기를 원한다.
한밤중까지 이집 저집을 다니면서 이 집에 방 있습니까하는 말을 반복한다.
빨리 방을 구해야 할 텐데 잘 구해지지 않는다.

그럭 저럭 이 도시에 없으면 다른 도시에 가지뭐 하는 마음으로 돌아 다니다 보니 호수지방의 중요한 도시와 호수들을 다 둘러 봤는 셈이다.
그러다가 경치 좋은 곳이 있으면 또 여기 세워 보자 하는 일을 반복한다.
아름드리 나무들, 구릉위에 펼쳐진 초지들, 한가로이 노니는 양떼들-가까이서 보면 열심히 풀을 뜯어 먹고 있다.-모두 그림같다.
호수지역은 내셔널 트러스트에서 보존하는 지역이다.
예쁘고 작은 도시들-우리나라 인구기준으로는 인구 2-3만 정도-을 여러개 지나 지도에 있는 목적지를 찾다 보니 어느새 한밤중이다.
밤이라 지도도 읽을 수 없고 불빛 따라 찾아 간 도시가 글레스미어이다. 여러 호텔을 들렀으나 모두 다 찼다. 월요일까지 휴일이니 호수지방으로서는 한 대목이다.
어떤 호텔에서 소개해 준 호텔을 찾아가니 워즈워드 호텔이다.
밤이 늦었으나 저렴하게(40파운드-우리돈 8만원정도) 쉴 수 있었다.

(아침식사까지 제공되는 값이니 호텔치고는 가장 값이 싸게 잔 곳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