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한 교사되기

학교를 떠나는 아이들

햇살수풀 2006. 5. 3. 21:41

우리학교에 삼년 근무하면서 두 아이를 내 보내야 했다.

올해도 아마도 두 아이 정도는 내 보내야 할 것이다.

아이들은 왜 학교를 떠날까?

매년 많은 수의 아이들이 학교를 떠난다.

어른들이 보기에는 터무니 없는 이유로 떠나는 아이들도 많다.

예를 들면 두발규정 같은 것.

우리 세대의 사람들은 더러우면 좀 따라 주면 되지 뭐.

결국 내가 손해니까 하면서 학교의 규정과 개인의 자유들을 맞바꾸었다.

그러나 요즘  아이들은 머리를 마음대로 하는 것이 학교의 규정보다 더 중요하다.

 

내가 보낸 아이들은 주로 학교에 나오지 않고 장기간의 결석을 하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자퇴 될 수 밖에 없었다.

한 아이는 지금 두 해 아래의 후배들과 함께 잘 다니고 있다.

언니라서 그런지 공부도 열심히 할려고 하고

제딴에는 안간힘을 쓰는 눈치다.

저의 옛 모습을 알고 있는 나에게도 아주 살갑게 군다.

아직까지는 적응을 잘하고 있다.

그러나 그 애의 모습을 지켜 보는 나로서는 여란 신경이 쓰이는 게 아니다.

질풍 노도의 시기는 지나 간듯하나

언제 또 제 성질이 나와서 폭발할 는지 조마조마하다.

 

지금 자퇴를 할려고 하는 아이는 30일이 넘게 장기 결석 중이다.

두 번이나 가정 방문을 가서 학교에 나오라고 설득을 하고

한 번은 꼭 나온다고 약속을 했는데도 오지 않았다.

그 후로는 나도 다른 학생들을 챙기느라 못 챙기고 있다.

시험기간이라고 부모님께 전화를 한 전 했을 뿐이다.

시험기간인데도 오지 않는 것을 보면 이 아이도 자퇴를 할려고 하나보다.

또 한 아이는 가정형편이 어렵지 않은데도 계속 아르바이트를 하겠다고

고집하더니 요사이 학교 안 온지 며칠 되었다.

집에 연락을 했더니 학교에 잘 다니고 있는 줄 알았단다.

부모가 이모저모로 설득해 보고 있으나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 보겠다고 고집하고 있다고 한다.

중학교 때 부터 놓친 게 많아 우리학교라도 졸업하지 않으면 갈 데가 없다고 했더니

이리저리 알아 보고 포기하고 학교는 졸업해야겠다고 마음 먹었다 한다.

내일 학교에 나오면 어떻게든 설득을 해야 한다.

시험도 이틀이나 지났고

내일 시험 마지막 날인데

모두들 마음이 아픈 일들에 대한 댓가를 혹독하게 치른다.

 

나도 예전에 학교 다닐 때 가끔은 학교를 치워 버리고 싶었고

지금도 가끔은 나도 학교를 그만 치워 버렸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한다.

그 때나 지금이나 학교 안가면 뭐하지 하는 두려움 때문에 결정을 못한다.

자유롭게 학교를 떠나는 아이들의 뒷모습이 안스럽기는 하지만 부러울 때가 있기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