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리수업자료

달콤쌉싸름한 쵸콜릿의 거짓말

햇살수풀 2005. 8. 25. 09:08
달콤쌉싸름한 초콜릿의 거짓말
[인권프리즘] 초콜릿에 녹아있는 한숨과 배고픈 땀
2005/8/19
한수진
나를 홀리게 만드는 몇 가지가 있는데, 그 중 하나가 초콜릿이다. 우유가 적당히 들어간 진한 초콜릿의 부드러우면서도 쌉쌀한 맛은 입에 넣을 때마다 감동적이다. 초콜릿을 이용한 케이크와 음료, 아이스크림도 순수한 초콜릿 못지 않게 내 미각을 흥분시킨다.

그렇지만 초콜릿의 매력은 그 맛이 전부가 아니다. 마음이 붕 뜨고 우울할 때에 나에게 초콜릿만큼 좋은 약은 없다. 초콜릿의 검은 갈색 기운이 행복 바이러스로 전환되어 신경 세포에 전달 되면 어떠한 흥분제나 우울증 치료제 보다 강력한 효과를 발휘한다. 나의 질풍 노도의 시기 동안 거의 매일 먹었던 하늘색 젖소 그림의 밀크 초콜릿과 대학 졸업 작품 작업을 하던 6개월 동안 꾸준히 복용한 초콜릿 시럽을 두 배로 넣은 아이스 초코가 그 증거다.

하지만 초콜릿에 홀렸던 정신을 되찾고 나면 초콜릿의 쌉쌀했던 맛은 씁쓸한 맛으로 변하고 달콤함은 더 이상 느껴지지 않는다. 내 손에 들어오는 많은 상품들이 그렇듯 초콜릿에도 누군가의 희망 없는 한숨과 배고픈 땀이 담겨 있기 때문이다.

처음에는 중미 아메리카에서, 다음에는 아프리카에서 노예가 된 사람들이 유럽사람들의 초콜렛 수요를 감당하기 위해 착취를 당했다.
Mary Evans Picture Library
처음에는 중미 아메리카에서, 다음에는 아프리카에서 노예가 된 사람들이 유럽사람들의 초콜렛 수요를 감당하기 위해 착취를 당했다.

한국에서는 초콜릿 상표 때문에 초콜릿이 가나를 비롯한 서 아프리카 지역에서 전해졌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지만 아프리카에서 코코아 나무를 재배하기 시작한 것은 19세기 후반의 일이다. 초콜릿의 원산지는 중앙 아메리카 지역으로, 열대 우림의 아마존 강과 그 일대에서 야생으로 자라고 있던 코코아 나무를 처음 발견하고 재배하기 시작한 사람들은 고대 마야와 아즈텍 인들이었다.

마야 인들은 600년대부터 볶은 코코아 열매를 이용해 특별한 음료를 만들어 마셨으며 코코아 열매를 화폐로도 이용하였다. 그 당시 코코아 열매 4개는 호박 한 개를, 10개는 토끼 한 마리, 그리고 100개는 노예 한 명에 해당하는 가치를 가졌다. 아즈텍 인들도 코코아 열매를 이용해 귀한 음료를 만들어 마셨으며 종교적인 의식에도 코코아 열매를 사용하였다. 특히 아즈텍 인들에게 코코아 열매가 귀중했던 이유는 그들이 존경하는 신 중의 하나인 퀘찰코틀(Quetzalcoatl)이 농업을 관장하는 신으로, 사람들에게 코코아 나무를 물려주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오랜 전설에 따르면 퀘찰코틀은 신들의 왕에게 쫓겨났으나 언젠가 다시 돌아올 것이라 하였기 때문에 사람들은 그를 섬기며 그를 기다리고 있었다. 1517년 스페인의 정복자 돈 헤르난 코르테스가 아즈텍에 도착했을 때 사람들은 그가 퀘찰코틀이라 생각하고 그를 환영하며 초콜릿 음료를 대접했다. 곧 아즈텍인들은 자신들이 틀렸음을 깨달았지만 이미 그들의 왕국은 정복당한 뒤였다.

코르테스는 아즈텍에서 맛 본 코코아 열매를 스페인으로 가져갔고 코코아 음료를 만들어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코코아 열매가 다른 유럽 국가에 알려지기 전까지 약 1세기 동안 스페인의 귀족들은 비밀리에 코코아 음료를 즐겼다. 이후 코코아 음료는 유럽 전역에 퍼지며 귀족들에게 사랑을 받았다. 코코아 음료의 인기가 높아지면서 코코아 열매에 대한 수요가 늘자 유럽 국가들은 식민지에 코코아 나무를 심기 시작했다. 1660년 프랑스는 서인도 제도에 코코아 나무를 재배하고, 남아메리카에서도 재배하여 유럽의 다른 국가에 수출하였다. 그리고 1879년에 아프리카의 골드코스트(현재의 가나)에서 재배에 성공하자 코코아 재배는 카메룬, 아이보리코스트, 나이지리아, 토고 등지로 확산됐다.

"사람들이 초콜렛을 먹는 것은 내 살을 먹는 것과 같습니다." 드리사(사진)는 서아프리카 코트 디부아르의 코코아 농장에서 노예노동을 강요받았었다. 초콜렛이 만들어지는 과정에서 어떻게 제3세계 어린이의 노동이 착취되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BBC가 방영한 다큐멘타리에 소개된 드리사군의 사연은 많은 서구인들에게 충격을 던져줬다.
http://www.radicalthought.org 
"사람들이 초콜렛을 먹는 것은 내 살을 먹는 것과 같습니다." 드리사(사진)는 서아프리카 코트 디부아르의 코코아 농장에서 노예노동을 강요받았었다. 초콜렛이 만들어지는 과정에서 어떻게 제3세계 어린이의 노동이 착취되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BBC가 방영한 다큐멘타리에 소개된 드리사군의 사연은 많은 서구인들에게 충격을 던져줬다.

초콜릿을 즐기는 사람과 초콜릿 공장은 유럽에 있는데 코코아 열매는 아프리카와 남아메리카, 아시아에서 재배되었던 이유는 날씨 탓도 있겠지만 코코아 열매 재배가 매우 노동 집약적인 산업이기 때문이다. 유럽의 국가들은 운송비 정도만 들여서 식민국 노예들의 노동력으로 코코아 열매를 생산하여 큰 돈을 벌 수 있었다. 아마존 열대 우림에서 야생으로 자라던 코코아 나무는 이렇게 정복과 식민지의 역사를 거치며 아프리카와 아시아에서도 재배되기 시작한 것이다.

초콜릿이 여러 대륙에서 대량 생산 되며 초콜릿의 가격이 내려가고, 그 덕분에 나와 같은 평민들도 초콜릿의 맛을 즐기게 되었으나 초콜릿에 얽힌 착취의 역사는 현재 진행형이다.

2002년의 연구 조사에 따르면 284,000명의 어린이들이 서 아프리카 코코아 농장에서 일을 하고 있었다. 그 중 200,000명이 전세계 초콜릿의 40%를 생산하는 아이보리 코스트(서부 아프리카 남서부에 위치, 유럽 식민주의자들이 이곳에서 상아를 산출한 것 때문에 ‘상아 해안’이라는 이름을 붙였다)에서 일을 한다. 11,994명의 아동은 가족이 없었으며 84,300명이 농약을 사용하거나 날이 넓은 칼을 사용하는 위험한 작업 환경에서 노동을 하고 있었다. 이 아이들 중 2,100명은 중개매매상을 통해 농장에 왔다. 이 곳에서 생산된 코코아 열매의 대부분은 허쉬, 네슬레, M&M/Mars와 같은 미국과 유럽의 다국적 기업으로 팔린다.

코코아 농장에서 아동노동이 이용되고 있는 이유는 낮은 임금과 불안정 하면서도 낮은 시장가격 때문이다. 아동 노동자는 성인 노동자보다 임금이 낮고 열악한 작업 환경과 긴 작업 시간에도 불만을 제기하지 못한다. 이것은 낮은 임금의 노동 집약적인 코코아 농장에서 일하기에 알맞은 노동자 조건이다. 그래서 아이들은 일자리가 없는 가족의 어른들을 대신해 돈벌이에 나선다. 아동 노예 매매를 통해서도 코코아 농장에 아동 노동력이 제공된다.

초콜릿은 어마어마하게 팔려나가는데, 초콜릿 농장은 왜 낮은 임금과 불안정하고 낮은 시장가격으로 고통을 받을까? 이유는 간단하다. 세계의 초콜릿 시장을 쥐고 있는 기업들은 코코아 농장의 아이들 따위엔 관심이 없기 때문이다. 그들의 관심은 코코아 열매의 질과 생산량에 영향을 미치지 않을 만큼의 낮은 임금을 책정하는 것, 코코아 열매의 시장 가격을 불안정하게 유지하는 것(가격안정에 따른 과잉생산과 코코넛 열매의 질이 낮아질 것을 우려하기 때문), 그리고 농장이 정부의 보호를 받지 못하도록 세계은행(World Bank)과 IMF에 로비를 하는 것에 있다. NGO와 그 외 기구들이 코코아 나무 재배국가 정부와 함께 여러 노력들을 하고 있지만 정작 문제의 핵심인 돈줄을 쥐고 있는 기업들은 책임을 회피하기 바쁘다.

글로벌 익스체인지가 지난 6월에 벌인 "M&M Mars가 자사 초콜릿 생산과정에 대해 페어트레이드의 인증을 받을 것"을 요구하는 캠페인 이미지.
http://www.globalexchange.org 
글로벌 익스체인지가 지난 6월에 벌인 "M&M Mars가 자사 초콜릿 생산과정에 대해 페어트레이드의 인증을 받을 것"을 요구하는 캠페인 이미지.

이렇게 이야기하는 나는 이제 언행일치를 위해 초콜릿을 끊기를 시도해야 한다. 물론 초콜릿을 계속 먹을 수 있는 방법은 있다. 아동 노동을 사용하지 않고, 적절한 임금과 가격에 구입한 코코아 열매로 만든 초콜릿을 사먹는 것이다. 하지만 그렇게 하려면 그렇지 않아도 높은 나의 엥겔지수는 더욱 높아질 것이다. 일반 초콜릿이 400g에 4,500원 정도 하는데, 미국의 공정한 무역 활동을 하고 있는 단체에서 팔고 있는 초콜릿은 400g에 약 12,000원이다. 한국에서 공정한 무역을 통해 만든 초콜릿을 판매하는 곳은 아직 찾지 못했다. 물론 내가 눈 한번 딱 감고 구입해 먹을 수도 있다. 나는 초콜릿을 먹어 만족하고, 아이들은 농장에서 일하는 대신 공정한 초콜릿 무역을 통한 기금으로 학교에 갈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더 많은 사람들이 쉽게 구입할 수 있어야 다국적 초콜릿 기업들이 위기감을 느끼고 자신들의 제품에도 공정 무역 확인증을 붙이고 싶어 하지 않을까?

초콜릿을 끊는 것과 공정한 무역의 고가 초콜릿을 먹는 것 사이의 선택은 그리 간단하지가 않다. 별 거 없는 보통 사람들끼리의 연대가 국경을 넘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ILO에 따르면 전세계적으로 5살에서 14살 사이의 2억1천1백만 명의 아이들이 노동을 하고 있으며 70%가 농업에 종사한다. 이 통계는 5살 미만의 일하는 아동과 일하는 환경이 위험하지 않고 1주일에 14시간 이하로 노동을 하는 12살과 14살 사이의 아동을 포함하고 있지 않다. 15살과 17살의 아이들은 더 열악한 환경에서 노동을 한다.
한수진 (경계를 너머 활동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