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리수업자료

화산지형

햇살수풀 2005. 7. 28. 08:39
해발고도가 720m 밖에 안되지만 계곡 좌우에 펼쳐지는 기암과 폭포 등의 뛰어난 경치를 자랑하는 경북 청송에 자리잡고 있는 주왕산과, 우리나라 3대 명산중의 하나인 신비의 산 한라산(1950m)은 그 시기는 달리하지만 화산 폭발이라는 땅속 열기의 분출이 경관형성에 기본이 되었다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화산지형'이란 지하의 마그마(magma)가 지표로 솟아 올라오는 활동에 의하여 형성되는 각종 지형을 가리키는 것으로, 화산분출물이 쌓여 이루어지는 지형과 침식을 받아 생기는 지형 등이 있다.

한반도에는 과거 중생대 말기부터 수없이 많은 화산활동이 있었으며, 그로 인해 만들어진 많은 화산지형을 가지고 있다. 그렇다면 이제 수천만년의 비바람을 겪어낸 주왕산의 기암과 거대한 화산체 한라산의 형성 과정을 찾아 과거로의 여행을 떠나보도록 하자.


1. 폭포와 기암괴석의 전시관 주왕산(중생대 백악기의 화산 활동)

공룡들의 시대가 끝나갈 무렵인 중생대 말기를 '백악기'라고 한다. 한반도에서는 이 백악기에 들어서면서(지금으로부터 약 9000만년전) 격렬한 화산활동이 시작된다. 이때는 지금의 경상남북도의 동남부에서 전남 남해안으로 이어지는 활모양의 지역을 그 중심무대로 하여 화산 활동이 있었다.

금성산, 주왕산에서부터 남쪽으로 영천 보현산, 밀양의 천황산, 거제,남해,고흥반도, 완도, 진도 등이 이 지역에 속한다. 이들 중 이시기에 형성된 화산 활동의 대표적 흔적인, 경북 청송의 주왕산 형성에 대하여 좀더 자세히 알아 보도록 하자.

주왕산은 기암절벽이 병풍처럼 둘러졌다 해서 석병산이라 불려오기도 했다. 주왕산의 대표적 경관은 주방천 계곡을 중심으로, 제 1폭포와 그 위로 이어지는 구룡소와 선녀탕 일대일 것이다. 수직에 가까운 절벽에 싸여 고요하기만 한 계곡으로는 폭포 소리만이 들려오고, 깊고 가파른 계곡 좌우로 펼쳐지는 수많은 산봉과 기암의 산세는 웅장하고 험준하면서도 둥글둥글한 모양이 노년의 강직함을 드러내는 듯 하다. 그렇다면 이곳에 이러한 둥글둥글한 기암절벽과 폭포가 만들어진 원인은 무엇일까?

이곳의 기암은 지금으로부터 약 7천만년전 중생대 백악기의 화산 폭발로 이루어진 것이다. 화산 폭발시 분출한 응회암류 화산재는 용암처럼 흘러내려 산지사이의 낮은 계곡을 메우게 되었다. 이렇게 흘러내린 화산재는 양이 엄청난 데다 3백∼8백도의 높은 온도를 갖기 때문에 자체 열과 무게로 인해 산산이 부서졌던 용암 입자들이 다시 달라붙어 하나의 단단한 암석으로 굳어지게 된다.


※ 응회암(凝灰巖, tuff)

폭발성 화산 분출시, 세립의 화산쇄설물의 파편이 고결되어 형성된 암석을 말한다. 입경은 일반적으로 2∼4mm 이하이며, 파편의 크기가 보다 큰 것을 집괴암 또는 화산각력암이라고 한다.


또한 급속한 냉각으로 체적이 줄어든 용암은, 냉각면에 수직으로 수축해 용암류에 일반적으로 나타나는 기둥모양의 주상절리가 발달하게 된다. 그후 수천만년동안 계속된 비바람은 상대적으로 약한 기존의 높은 산지였던 지역을 침식하게 되었다.


※ 주상절리

암괴나 지층에 있어서 기둥 모양의 절리가 지표에 대해 수직으로 형성되어 있는 형태를 말한다. 용암이 분출되어 굳어진 화산암지역에서 많이 나타나는 현상이다. 뜨거운 용암의 평탄면이 동시에 냉각될 경우, 수축은 그 표면에서 여러방향으로 등질적으로 일어난다. 등간격으로 배열된 중심점을 향하여 수축이 일어날 때 각 중심점 사이의 중앙부에서는 양쪽으로 직각 방향의 균열이 발생하며 그 균열은 상호 교차되어 일반적으로 6각형의 패턴을 이루어 주상절리를 형성하게 된다.

주상절리의 노두 관찰이 쉬운 곳은 울릉도, 제주도의 송악산 남쪽해안, 서귀포시 대포동, 포항시 달전동, 연천 한탄강 연안, 광주 무등산 입석대 등에서 볼 수 있다. 이들 지역에서는 절리면을 따라 암주들이 쉽게 풍화되어 제거 되므로 급애를 이루며 특히 하안이나 해안에서는 이 급애면상에 폭포가 발달하는 것이 보통이다. 제주도 서귀포의 정방폭포, 천제연 폭포, 천지연 폭포 등은 그 대표적인 예이다.


또한 계곡 사이에 흘러들어 단단한 암석이 된 화산재는, 주위보다 침식에 강하여 이 부분이 남아 현재의 기암괴석을 이루고 있는 것이다. 주상절리를 따라 이루어진 침식은 수직절벽과 폭포 등을 만들게 되었다. 이는 제주도에서 많이 나타나는 폭포의 형성원인과도 같다. 이처럼 주왕산의 기암과 폭포는 과거 주위보다 낮았던 계곡에 흘러든 용암이 굳어 남은 지형이라고 보면 된다.


2. 화산의 보배 제주도(신생대의 화산활동)

중생대 말기부터 이어진 한반도의 화산활동은 신생대에도 계속하여 나타난다. 신생대 제 3기에서 제 4기에 걸친 수 차례의 화산활동에 의한 용암분출로 이루어진 화산섬으로서 '화산의 보배'라고 일컬어질 정도로 각종 화산지형이 다채롭게 발달되어 있는 제주도는 그 대표적인 예이다.

최근이라는 말이 어색할 수도 있지만, 오랜 한반도 생성의 역사를 두고 볼 때 비교적 최근에 형성되어 화산지형의 각종 원초적인 형태를 그대로 보존하고 있는 제주도는 지형 자체만으로도 자연에 대한 신비감 내지 경외감을 일으키게 하여 관광지로서의 조건을 충분히 내세우고 있다. 또한 제주도 자체를 거대한 한라산의 능선이라고 표현해도 무리가 안될 만큼, 제주도의 중앙에 우뚝 자리한 한라산은 한반도 북쪽 끝의 백두산과 더불어 민족의 성산(聖山)으로 일컬어지고 있다.

물론 이곳 제주도 및 한라산은 단 한차례의 분출로 인해 만들어진 것은 아니다. 지금까지 대체적으로 알려진 연구결과에 따르면, 현재의 제주도를 만든 화산활동은 120만년 전부터 2만 5천년 전까지 계속되었으며 오늘의 모양이 만들어지기까지 약 4단계(학자에 따라 5단계로 세분하기도 한다)의 화산활동을 거쳤다고 보고 있다.

1단계 : 산방산∼서귀포를 잇는 해안선을 중심으로 기저현무암이 형성(120만년∼73만년전)
2단계 : 현재 제주도의 규모로 용암대지가 만들어진 시기(63만년∼30만년)
3단계 : 한라산 화산체가 형성된 시기(30만년∼10만년전)
4단계 : 후속 화산활동으로 많은 기생화산(오름) 형성(10만년∼2만년)

2단계의 화산분출은 제주도의 평면 형태를 형성하게 되었으며, 3단계의 분출은 제주도 중앙에 높은 한라산체를 형성 하였다. 약 10만년~2만 5천년 전까지의 4단계에는 백록담의 화구를 만든 폭발분화와 더불어 '백록담현무암'이 소규모로 분출하는 한편 후화산작용의 일환으로 중산간 지역에 수많은(약 350여개) 기생화산(제주도 말로 '오름', '악' 등으로 불린다)을 형성하였다.


※ 기생화산

주화산의 산록에 형성된 작은 화산추(火山錐)를 말함. 측화산이라고도 하며, 주화산이 형성될 때 그산록의 지각의 틈을 따라 용암이 분출되거나, 가스분출에 의해 형성된 것이다. 제주도에서는 '오름', '악', '봉' 등으로 불리운다.


한라산체의 상부 백록담 부근이 지형적으로 경사가 급한 것은 이때 분출된 마그마가 점성이 큰 조면암질 안산암으로, 이전 1,2단계의 점성이 작은 현무암질 용암과 달랐기 때문이다. 분출 형식도 흘러넘치는 일출식에서 폭발식으로 바뀌었으며, 이전 단계와는 달리 용암의 점성이 높아 멀리까지 흘러내려가지 않고 분화구 주변에 떨어져 쌓일 수 밖에 없었다.


※ 안산암

화산암의 일종으로 현무암 다음으로 흔하며 담회색, 갈색, 회색 등의 색을 띤다. 안산암은 중성의 화산암이고, 조직은 반상구조를 나타낸다. 판상절리, 주상절리가 많아 관광지를 이루는 경우가 많다. 풍화에 강하여 건축재나 석재로 이용된다.


백록담 부근과 같은 이러한 형태의 화산체를 지형학에서는 종상화산(Tholoide 과거 슈나이더의 분류로서, 그 모양이 종모양처럼 경사가 급한데서 연유하였으며, lava dome으로 불리기도 함)이라고 한다. 반면 제주도 전역을 순상화산(shield volcano, 슈나이더의 분류에 따르면 'Aspite'로 불리기도 함)이라 하는데, 순상화산은 방패를 뒤집어 놓은 것처럼 완만한 경사를 가지고 있는 화산체를 말한다.

이렇게 화산체가 모양을 달리하는 이유는 용암의 성분에 따라 달라진다. 즉 유동성이 큰 현무암질 용암이 분출하면 넓게 퍼져 순상화산체를 이루고, 유동성이 작은 유문암 혹은 안산암질 용암이 분출하면 종상화산체를 이루게 되는 것이다. 또한 제주도에서 볼 수 있는 언덕이나 산봉우리 같은 지형은 거의 대부분이 이 시기에 형성된 기생화산이라고 생각해도 될 것이다. 물론 이 뒤에도 단계를 나눌 만큼 지속적인 것은 아니지만 고려 시대, 조선시대 화산활동이 있었다는 기록이 전해지고 있다.

아직까지 우리나라 신혼부부들이 가장 많이 찾는 곳이기도 한 이 제주도. 그 빼어난 경관이 하루아침에 만들어진 것이 아니고, 수십만년에 걸친 화산활동과 침식으로 만들어진 것이다. 이제 일출봉에 올라 그 빼어난 경관에 감탄사만을 토하지 말고, 또 오름의 화구를 세트장으로 이용했던 영화 '이재수의 난'을 보면서도 뜨거운 용암을 분출하던 분화구를 연상해봄도 의미가 새롭지 않을 까 생각한다.

서기 79년, 베수비오화산에 의해 만들어진 폼베이의 비극은 약 1700여년 동안 잠겨 있다가 발견되었다. 푸르른 수풀로 덮여 있고 빼어난 경관을 자랑하는 우리 한반도 어딘엔가에도, 폼베이의 비극과 같은 묻혀진 도시가 있지는 않을까 의문을 품어봄은 어떠할까?


출처 : 국립공원관리공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