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진리해안보존활동

공룡발자국과 조개 발자국

햇살수풀 2005. 7. 1. 23:32

공룡과 조개와 빗방울이  발자국 크기 내기를 한다면 얼마나 우스울까?

비슷한 시기에 공룡과 조개와 빗방울이 발자국을 남긴다면 어느 발자국이 남을 확률이 높을까?

크기로 보나 숫자로 보나 보나마나 뻔한 결론이지요. 이런 말 같잖은 소리를 왜 하느냐고요.

놀랍게도 확률이 훨씬 더 높을 것으로 예상되는 공룡 발자국은 천연기념물 지정에다 맨땅에 공룡공원까지 만들어 지역을 알리는 소재로 활용되고  전국에서 관광객을 끌어 들이고 있지요. 빗방울 자국(우흔) 조차도 그 희귀성 때문에 천연기념물로 보호되고 있습니다.

공룡발자국보다 훨씬 더 희귀하고 다른 지역에서 볼 수 없는 조개 발자국은 무시되는 현실이 안타까워서 비교 자체가 우스운 이 이야기로 온산공단의 이진리 이야기를 시작해 보려고 합니다.

 

이진리는 아시다시피 온산병의 근원지로서 인간이 공해를 막는 것이 아니라 공해가 인간을 몰아낸 현장이지요. 지금은 울산의 신항만 공사가 진행 중이고 인근 산들은 깍아서 공장 부지로 편입될 예정인 곳이지요. 신항만 공사 착공전 환경영향 평가를 하면서 이진리의 지질적인 가치를 알게 되어 천연기념물 지정을 의뢰했으나 가치 없다고 판정 되었다지요. 공사 착공 중 형식적인 환경영향 평가지만 그 영향평가에서 보존가치가 있다는 학계의 연구는 귀담아 들어야 하지 않을까요?

 

여기는 울산 바위의 기저석이라고 할 만한 커다란 암반이 드러나 있습니다. 차일암이라고 불리우는 이 바위는 지형적으로 설명하면 오랜 세월 파도의 힘에 의해 깍여서 만들어진 파식대가 융기해서 만들어진 지형입니다.

물이 빠지는 때에는 현재 해수면이 만든 파식대가 수직 절벽으로 서 있어서 이미 낚시꾼들에게는 잘 알려진 명소이기도 하지요. 깍아 놓은 듯한 절벽면에는 반구대 암각화와 비슷한 기하학적인 문양도 새겨져 있습니다.

뒷산 일대에는  해수에 의한 화강암의 다양한 풍화현상을 관찰 할 수 있습니다. 포트홀, 나마, 판상절리, 주상절리, 새프롤라이트, 토오르등 자연지리 책에서나 겨우 볼 수 있는 사진들을 여기서는 그대로 볼 수 있는 자연 학습장이지요. 그러나 이러한 것은 화강암이 드러나 있는 곳에는 어디서든지 관찰 할 수 있는 것이라고 칩시다.

 

여기서 제일 유일하고도 귀한 것은 조개 발자국에 의한 타포니입니다. 조개가 발이 있어 자국을 남기는 것은 어불성설이나 조개가 바위와 돌에 구멍을 파고 집을 지어 살았지요. 이러한 종류의 조개를 보링 쉘이라고 합니다. 주로 따개비같은 종들이지요.  이 곳 해안에 놓여 있는 자갈은 모두 조개가 살던 집을 하나씩 둘씩 가지고 있습니다. 제주도 현무암만 구멍이 있는 게 아니랍니다. 이런 돌들 보셨나요. 조개가 이런 구멍을 파려면 얼마나 많은 세월을 거쳐야 할까요? 또 바다 속에 있어야 할 조개집이 되었던 돌들이 왜 해안 가에 나와 있을까요? 이것은 해안 융기의 산 증거가 되겠지요. 바위들은 화강암뿐만 아니고 거무스름하고 구멍숭숭 뚫린 현무암도 있고 지하 깊은 곳에서 형성된 거므스레한 화강암도있지요.

 

범바위는 배나루 사람들의 애환이 담겨 있는 상징적인 바위이지요. 이 곳 지명이 바로 범월갑이라고 하는데 이 지명이 유래한 바위라지요. 모양이 바다를 향해 수긋하게 숙이고 있는 순한 호랑이 상이어서 누구나 한 번 그 등에 올라 타고 싶은 마음이 드는 그런 바위이지요. 화강암이라 모양의 진기함만으로도 가치가 있는 바위이지요. 비록 지금은 소개 되었지만 그 옛날 바닷가에서 고기잡이하며 살았던 이진리 사람들의 가슴 속에 살아 있는 기상을 상징하는 바위이지요.

조개가 만든 기기묘묘한 구멍들이 육지로 드러나자 소금기 머금은 해풍이 이 모양을 또 진기한 모습으로 만들었지요. 그 가치를 따지자면 인간이 만든 예술품에 비하겠습니까?

이 지역의 이런 바위위에 뚫린 구멍들을 타포니라고 하는데 강원도의 석회암이 만든 타포니나 마이산 타포니에 비하면 그 발생학적인 우연의 경우를 어찌 비교하겠습니까?

 

차일암 위의 해송들은 오랜 세월 바닷 바람을 맞으면서 한쪽으로만 자라서 의연한 기상을 보여 주는 편형수의 예로 적합합니다. 뒷산의 화강암산은 그 자체로 하나의 박물관이지요.두부 쌓아 놓은 모양으로 차고차고 개켜저 있는 이 돌산을 보면 보는 것만으로 지구의 역사를 가늠하게 합니다.

 

이 지역이 보존 되어야 하는 다른 이유를 더 대어 보라고 하면 울산에 몇 군데 남지 않은 자연해안입니다. 특히 온산공단일대는 상전벽해라고 할 만큼 조용한 어촌에서 세계적인 공단지대로 변모한 곳이지요. 그러나 세계적인 공업의 규모에 비해 여전히 환경오염의 오명에서는 자유롭지 못한 도시이기도 하고요.

우리들이 모두 잘 알고 있는 울산의 자연 해안들은 모두 휴양지 기능으로 손색 없는 곳이지요. 진하에서 간절곶까지, 울기등대 일부분, 주전과 정자 해변들이 그 곳들이지요. 특히 울기등대는 일제시대에 심은 해송들이라 지금 우리는 그 시대 우리 조상들의 은혜를 누리는 셈이지요.

 

이진리도 울기등대처럼 만들지 못 할 이유가 있습니까? 지금은 그 때 보다 더 기술도 발달하고 환경에 대한 생각도 많이 다르지 않습니까? 

 

 이 곳을 자연사 박물관으로 만든다면 근처에 있는 간절곶, 진하 해수욕장, 지금은 방치되어 있는 일본성인 왜성, 외고산 옹기마을까지 잘 연계된 휴양 관광자원으로 개발할 가치가 충분하다고 봅니다.  뭐 아름다운 자연과는 관련이 없기도 하지만 온산의 개발 역사 전시관도 함께 만들면 좋겠습니다. 온산개발 자체가 우리나라의 공업발전의 한 시대를 담아내는 하나의 지층이 될 것입니다.

 

이 지역의 지질 역사는 한반도 지질사를 대표한다고 해도 손색이 없을 장소입니다. 이 곳은 경상육괴라고 하는 호소성 퇴적암이 덮여 있었습니다. 이 퇴적암을 뚫고 중생대에 화강암이 뚫고 올라 왔지요. 화강암은 땅 바깥까지 나오지는 못하고 지하 깊은 곳에서 서서히 식어져 만들어졌습니다. 오랜 세월이 흐르면서 퇴적층이 서서히 깎여 나가고 화강암이 지면으로 드러날 즈음 어디서 화산재가 날아와서 쌓였습니다. 화산재가 굳어져 바위가 되자 조개들이 굴을 파기 시작했습니다. 조개들은 오랜 세월 살다가 구멍 속에서 돌이 되기도 했습니다. 바다 속에 있던 땅이 서서히 융기했습니다. 바같에 드러나 왔던 조개들이 만든 구멍들은 오랜세월 비바람을 견디면서 점점 그 크기를  키웠습니다. 짭쪼름한 소금기가 그 과정을 도왔습니다. 인간들이 나타나기 전에 이미 그 돌들은 거기 있었습니다. 지금 인간들이 그 오랜 세월을 한 순간에 덮어 버리려고 하고 있습니다.

 

체험 학습에 참가한 학생들에게 이곳이 꼭 보존되어야 될 지역이라고 이런저런 설명을 했습니다. 아이들도 함께 온 엄마들도 고개를 끄덕이십니다.

 

그리고 함께 오신 어머님 말씀이 우리의 모든 주장을 함께 담고 있습니다.

선생님, 저는 그 돌이 그 돌 같지만  선생님 말씀을 들으니 참 중요하구나 하고 느껴집니다. 무엇 보다도 우리 아이가 저렇게 돌과 바위에 집중하는 것은 처음 봅니다. 아이들이 모두 저렇게 좋아하는 것을 보니 여기는 분명 다른 곳과는 다른 곳이네요.

아이들은 모두 구멍 뚫린 돌을 찾느라 해변을 돌아 다니고, 바 위 속에 뚫린 타포니 앞에서 사진을 찍느라 여념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