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택과 집중의 미학 통영의 유명한 먹거리
전지모 답사를 함께 다녀왔다.
여러가지 본 것이 많지만 이번에는 먹거리에 대하여 적어 보아야겠다고 마음먹었다.
요즘 내 관심이 지역생산 공동체와 먹거리에 있다.
특히 지역먹거리 생산운동이 관심이 많다. Local food movement는 그 지역내에서 생산되는 먹거리들로 생활을 영위하는 것을 말하는데 이렇게 광범위하게 열린 세상에서 그게 도대체 가능한 일인 지 직접 실험해 보고 싶은 마음도 있다. 자연과 함께 한 일년이라는 책이 나와 관심이 유사한 사람이 행한 실험을 기술한 책이다. 아무튼 이번 답사는 통영 원조 맛집을 찾아서 끼니를 해결하는 포스라운(호사스럽다의 경상도 사투리) 경험이 수반되어 무엇보다 기뻤다. 단체 답사에서 기대하기 어려운 수확이다.
우리가 경험한
첫번째 음식은 뭐니뭐니해도 충무김밥이다. 두번째 음식은 시락국밥이고, 세 번째 음식은 오미사 꿀방에 대한 것이다.
멍게비빔밥과, 굴국밥, 졸복국등도 훌륭한 음식이었으나 이것은 다음 기회로 미루고 앞의 세 음식은 이런 제목으로 써도 되겠다 싶어서 묶어 본다.
충무김밥은 김밥을 좋아하는 사람이 기대하기에는 부족한 김밥이다. 왜냐하면 옆구리 터진 김밥 정도가 아니라 속이 텅빈 김밥이기 때문이다. 아무것도 없다. 단지 맛있는 김으로 맨밥을 쌋을 뿐이다. 같이 나오는 오징어, 오뎅 무침이 특별하고 국물이 시락국 국물이라는 것이 독특하다고 할까? 그러나 충무김밥이 유명한 이유가 바로 선택과 집중이다. 단순히 한 끼니를 해결해야 하는 가장 합리적이고 효율적인 방법이 충무김밥의 형태가 아닐까 싶다. 만약 유래를 따진다면 이 김밥도 어쩌면 군사훈련하던 군사들에게 급하게 공급하던 주먹밥까지 거슬러 올라가야 하지 않을까 싶은데 그 때는 오늘날 같은 김이 있었을 리는 만무하다. 그러나 김이란 조류가 없지는 않았겠지. 주변에 흔한 김을 나물삼아 뭉쳐서 먹지 않았을까 하는 것이 나의 상상력이다. 아무튼 충무는 여수, 부산, 거제등을 비롯하여 남해의 한려수도에 흩어진 여러섬들을오가는 뱃길의 중심항구였으니 일찍부터 바쁘고 급한 사람들이 오가는 곳은 틀림 없었겠다. 더구나 남해의 풍부한 수산물이 모이는 집산지였으므로 얼마나 많은 고깃배들이 오고 갔을 것인가? 고깃배들도 물 때 맞춰 움직여야 하니 바쁘고 번잡하기는 마찬가지였을 것이다. 사계절 내내 다른 지역보다 기온도 높은편이고 습도도 높은 편이니 음식이 상하기도 쉽다. 초무침이 기본인 것은 상하기 쉬운 음식이기 때문이고 김에 밥만 마는 형태는 짬을 이용한 바쁜 시간이 그 원인이 아닐까 싶다. 김밥건물은 전국에서 처음 봤다. 5층짜리 건물 전체가 김밥 건물이다. 과연 충무김밥의 명가다운 곳이다. 지금도 여전히 성업 중인데 지금은 전국의 관광객 수요까지 가세했으니 더 말해 무엇하겠는가?
사진 출처 : 박선은샘 찍은 사진
사진 출처 : 박선은샘
사진출처 : 사공훈샘
원조시락국밥은 시레기 국밥을 말한다. 시레기는 원래 겨울동안에 먹기 위하여 무나, 배추등을 말려서 보관한 것을 말한다.
시레기 국밥은 시레기 삶은 것에다 된장을 풀고 마늘로 양념한 것이 가장 단순한 것이다. 나는 주로 멸치국물을 우려내서 쓴다.
밥만 한 숟갈 말면 아침 대용으로 그만이다. 통영 서호시장 원조시락국밥은 장어뼈를 우린 물을 사용한다. 관광객들의 아침식사시간은 이미 파장이다. 사실은 세벽 4시에 시작한다고 하니, 전국으로 나가는 고기배의 선원들과 새벽시장 보는 사람들이 주된 고객이다. 밤에도 일찍 문을 닫는다. 피난민 먹거리도 아닌데 우아한 밥상을 받고 싶은 사람에게 이 메뉴는 사절이다. 이것 역시 바쁜 시간을 활용하는 사람들에게 출출한 허기를 달래 주는 가장 효율적인 밥상이다. 특히 기타 반찬 서빙 방식이 독특하다. 반찬이라고 해 봐야 기본 양념인 땡초, 고추가루, 마늘 다진것, 산초가루, 소금, 간장, 가게마다 다른 비법인 다데기, 젓갈, 정구치무침, 열무김치등속인데 이것도 일일히 접시에 담아 서빙하지 않는다. 개인 접시에 각각 알아서 덜어서 먹는다. 주인도 시간이 절약되고 먹는 이도 시간이 절약된다. 물때 맞춰 나가고 들어 오는 바쁜 시간 모두에게 가장 좋은 방식의 서빙 방법이다. 가게 주인이 아예 냉장고를 자체 주문했다. 이 냉장고 방식은 특허를 내도 될 것이다. 그리고 바쁘게 움직이는 곳이면서, 사람들이 빈번하고 임대료가 비싸서 가게를 확장 할 수 없는 곳에 있는 가게들이 응용하면 좋을 방식이다. 이것 또한 선택과 집중이 아닌가? 다른 메뉴는 아예 없다. 메뉴는 딱 한 가지. 시락국밥뿐이다. 그러나 전국에서 온 뜨내기손님들로 미어터진다. 입소문이 무섭긴 무섭기 때문에 일정한 맛으 비법을 지키는 게 무엇보다 중요할 것이다.
마지막 오미사꿀빵
사진 출처 : 김석용샘
이것 또한 단순한 단팥도너츠다. 오직 이것 한 가지만 만들어 판다.
단팥소를 듬뿍 넣고 튀긴 도너츠에 조청을 바르고 깨를 뿌린 것이 다이다. 이렇게 쓰고나니 단순한 것 같지만, 단팥소의 맛을 유지하는 것, 튀김옷의 식감을 유지하는 것, 조청의 단맛 비율, 끊적이는 정도 등 여러 비법이 있을 것이다. 처음 먹어 본 이야길에서 산 그냥 꿀빵과, 원조 오미사꿀빵은 그 차원이 달랐다. 오미사는 꿀빵 가게 옆의 세탁소이름이라고 한다. 지금은 한정생산만 해서 오전 중에 다 떨어 진다고 한다. 비법을 지키면서 빵을 만들려면 사실 한정수량 생산하기에도 벅찰 것이다. 음식 만들기의 지루함과, 단조로움을 생각해 보면 대량생산 자체가 불가능하다. 통영의 대표 음식 세 가지는 모두 선택과 집중의 결과이지만 그 재료들을 생각해 보면 모두 느리고 오랜 시간이 필요한 것이다.
빠르고 급하게 서둘러야 할 때도 있지만 진정한 맛과 멋은 느리고 느린 세월과 삶의 여유에서 나온다고 감히 말하고 싶다.
짠물에서 자라야 하고 해풍에 씻기고 씻겨야 만들어 지는 김이 그렇고, 오래된 장독에서 오랜 세월 숙성 될 수록 맛을 내는 된장이 그렇고, 마른 상태로 더 긴 시간 매달려 있어야 하는 시레기가 그렇고, 오랜세월 전통비법을 고스란히 그대로 유지하는 오미사 꿀빵의 주된 재료인 조청의 맛이 그렇다.
여기에 실린 사진은 모두 다른 이들이 찍은 것이다. 내 사진기의 밧데리가 나가는 바람에 음식 아이디어는 많았으나 기록을 못 남겼다.
지리적 아이디어가 없어서 답사기라 하기에는 좀 그렇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