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산고 학생회선거
12월 22일 수요일은 학생회선거가 있는 날이다. 학교마다 나름의 자랑스러운 전통이 있기 마련이데
삼산고의 전통은 뭐니뭐니해도 자율적으로 구성되어 활동하는 학생회가 아닐까 한다.
삼산고 학생회는 2,3,5대 학생회장이 모두 서울대에 진학했다는 점이 특이하다.
삼산고가 이제 겨우 5회 졸업생을 배출했다는 것에 비한다면 엄청난 비율이다. 아이들 말대로 명문대 진학을 위한 스펙쌓기쯤으로 치부될 수도 있겠다. 학생뿐만 아니라 학부모들 간에도 상당히 관심이 높다. 그러나 삼산고 학생회장은 공부를 잘한다는 것만으로는 되기 어렵다.
해를 더할수록 후보자 경쟁도 치열해지고 후보군도 우수한 학생들로 채워 지는 것 같아 초기 학생회를 담당했던 선생님으로서 자부심도 높다.
2007년 처음 삼산고에 왔을때 맡은 업무가 학생부 학생회담당이었다. 맨 처음 행사가 학생회 간부 수련회였다.
4월 꽃 피는 좋은 시절이었다. 경주 국민수련원에서 학생회 수련회가 있었는데 인솔교사로 따라가게 되었다.
교감선생님(허남술), 학생 부장 선생님(서상호), 학생부 기획(권용철), 그리고 학생회담당 나, 찬조출연해 주신 교무부장(백권용),체육선생님( 송기정), 그리고 밤에 3학년 부장이셨던 조광제선생님, 학생회장 어머님, 부회장 어머니들이 찬조로 방문해 주셨다.
학생들은 학생회 구성원 멤버 전체였다. 회장은 윤광현, 부회장은 한얼이었다. 모든 진행은 학생들이 맡았다.
내가 한 일은 전체 아이들을 위한 예산집행이 전부였으므로 아이들 따라 가서 카드 긁어 주고 간단한 간식 사준 게 다다.
프로그램 지도는 서상호선생님과 권용철선생님이주로 맡았다. 면밀하게 준비하여 학생들의 자발성을 이끌어 내는 것이다.
새삼 서상호선생님이 존경스럽다. 삼산고의 학생회 전통을 세워 준 주춧돌 같은 분이라고생각된다.
나는 그 첫 학생회 간부 수련회에서 깜짝 놀랐다. 학생들이 이렇게 바뀔 수도 있구나. 아이들을 믿어도 되겠구나.
어떤 대학생 동아리나 학생회가 해 내기에도 어려워 보이는 내용들을 해 내고 있었다.
급식문제, 체벌문제, 좋은 수업만들기, 학교 일상질서문제에 이르기까지 학생들의 토론과 회의는 질서정연하고 훌륭하게 이루어졌다.
일반 학생들에게 보여 주고 싶을 만큼 태도가 훌륭하여 놀랐다.
비록 소수 우수한 학생이기는 하지만 아이들에게 이런 수준 높은 토론문화를 만들어 줄려면 그간 많은 교사의 노력이 있었을 것이다.
원래 학생부장 선생님의 명성에 대하여 많이 들어 알고 있었지만 새삼스럽게 부장선생님이 우러러 보였다.
지금까지 교직 경험에서 자주 볼 수 없는 훌륭한 분으로 아직까지도 마음 속 깊이 존경하고 있다.
아뭏튼 그 해 학생회와 함게 호흡했던 경험은 기쁜 일이었다.
그 다음 해에도 부장 선생님이 함께 일하자고 하셨으나, 통근거리가 너무 멀어서 학생부 일을 사양해서 지금까지도 미안한 마음이 있다.
학생부 일은 일단 학생보다 먼저 출근을 해야 한다는 부담이 제일 큰데 나는 우리학교에서 통근 거리가 가장 먼 곳에 있어서 더 잘 할 수 있는 일을 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거기다가 갓난 아이까지 생기고 보니 더더욱 그랬다.
지금 학교를떠나는 시점에서 보니 아이들과 학교에 좀 미안하다.
아직 봉사활동, 청소관련 일을 나에게 물어 오는 사람이 많은 걸 보면 환경부 일도 열심히 했다 자부하고
외부 상금을 많이 받아 왔던 인사부 일도 잘 했다고 평가하고 올해처럼 학생들이 많은 외부상을 받아 온 적도 없으니 그것도 잘했다고 평가한다. 너무 자뻑 스타일인가, 지나친 낙관주의자인가.
삼산고 학생회는 구성되면 큰 행사가 간부수련회, 체육대회, 축제, 학생회선거가 큰 행사이다. 이 모든 행사 기획에서 마무리 청소까지 아이들이 다 참여해서 치러낸다. 일학기 중에 치르는 체육대회는 고삼 학생회장이 맡고 이학기 축제는 이학년 부학생회장이 주도한다. 삼학년 학생회장이 행사를 주도하게 되면 삼학년들 입시부담이 가중되는 경향이 생긴다. 이런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8월 달에 선거를 치르는 것으로 학교규정을 바꾸어 보기도 했으나 행사가 축소되는 바람에 다시 학년말에 선거를 치른다. 앞으로 축제, 교지가 격년 간으로 진행되기로 했기 때문이다. 간부수련회는 학생회가 구성되고 처음 이루어지는 단합대회의 성격이다. 연간계획 및 부서조직이 이 때 이루어 진다. 교사들은 전체 행사에는 일일이 기획하고 준비하지만 세세한 시간계획과 세부일정은 멀찌감히 빠져 주는 게 좋다. 그래야 아이들의 자발성이 살아난다. 대략 해야 할 일의 큰 테두리 정도만 잡아 주면 된다. 경직된 어른들의 사고로는 걱정도 되고 조마조마한 마음이지만 아이들의 자발성을 믿어도 된다. 지나치게 어른들이 개입하게 되면 아이들이 어른(교사)들에게 의존하게 된다.
간부 수련회만 잘 긑나면 체육대회, 축제같은 큰 행사가 어른들 개입없이 수월하게 진행 될 수 있다.
체육대회는 특히 부서활동이 돋보인다.
학생회장과 체육부장이 중심이 되어 행사를 치르며 특히 체육부장은 교실수업에서 소외되는 학생을 아우를 수 있는 학생이 되면 더욱 좋다.
학생회장이 모범생 대표라면 체육부장이나 예능부장은 끼있는 학생들을 이끌어 줄 수 있는 아이들이면 더욱 좋다고 할 수 있다.
축제 또한 학생회가 중심이 되고 그 외에 학생들과 교사와의 소통 문제, 학교내외의 소소한 학생 인권 복지와 관련된 분야에 주도적으로 참여 할 수 있게 해 주면 더더욱 좋겠다.
삼산고등학교에서는 다면평가이전에도 학생이 교사를 평가하고 긍정정인 내용을 피드백해 주는 좋은 시스템이 정착되어 있다.
내년에 부학생회장이 된 학생의 후보가 다시 소리함을 살려 내겠다는 공약을 내었으니 지켜 나갈 수 있으리라 믿는다.
축제는 학생회 활동의 가장 핵심적인 행사다.
작년에는 신종플루 때문에 축제를 안 했고 올해는 많이 축소해서 행사를 치렀다.
학생회 후보 출마자들의 한결같은 공약이 내실있는 축제였으니 내년에는 좀 바뀔 수 있었으면 좋겠다.
축제 행사 자체는 아이들 목소리 보다도 교사들 목소리 보다도 교장 선생님 의지에 더 달려 있는 문제다.
교내외 체벌 문제, 학생에 의한 교권 침해 문제등 이런 것들은 아이들과 소통이 잘 되는 학교에서는 크게 문제 될 일이 없다.
경험상으로 학생들의 자정 능력으로 거의 개선될 것이라고 보기 때문이다.
아이들이 버릇이 없다고 해서 그 아이들이 잘못된 것이 아니라 애정과 사랑의 표현 방법을 배울 필요가 있을 뿐이니까.
아이들의 버릇 없음이 문제가 아니라 애정과 사랑이 결핍되어 가는 것이 가장 큰 문제이다.
학생회 활동이 잘 이루어질려면 여러 가지 행사를 요식적인 절차가 아니라
시간이 좀 걸리고 다소 난잡해 보이더라도 인내하고 참아주는 자세가 필요한 것 같다.
되도록 많은 학생들이 참석할 수 있도록 기회를 열어 주었으면 좋겠다.
첫 해처럼 학생회장 명의로된 상장도 주는(학교직인) 행사도 만들어 냈으면 좋겠다.
창의 인성 교육이 중요하다고 말하면서 교과교육, 그것도 국영수 몰입교육에 매진하는 학교 현장의 분위기를 바꾸기 위해서라도 학생회활동은 중요하다고 생각된다.
삼산고등학교 학생회 선거에서 그 가능성을 보았다.
권요한, 임채빈, 김성모,정유수 학생회장 후보로 나왔던 아이들 면면과 부학생회장 후보 곽명한, 김태준, 김영주학생의 면면을 살펴 볼 때 이 아이들이 이끌어 갈 학생회의 모습이 크게 기대된다.
아이들과 함께 보낼 수 없게 된 점이 유감이다.
다른 학교에 가 있더라도 삼산고 학생회의 모습을 꼭 지켜 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