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소한 일상들

꿈 분석

햇살수풀 2009. 11. 16. 15:17

지난 여름 어느날의 꿈이다.

낮에 산야초님(운흥동천) 댁에서 봤던 옹기들 때문이다.

뒤숭숭한 꿈이다.

만신임에 틀림 없는 할머니가 물이 가득 채워지고

그 물에 여름날의 뭉게 구름이 떠 있는 하늘이 비치는

큰 옹기에다 대고 비손이를 하는 꿈.

꿈이란 머리 혈관에 흐름이 원활하지 않아서 생기는 현상이지만

기분이 이상해 지는 꿈이다.

 

산야초님이 효소 담근다고 인근 마을의 오래 된 독들을 모아서 씻고 있는 것을 봤기 때문일 것이다.

돌아 가신 할머니와 어머니를 보고 싶었던 것일까?

보통 사람 같으면 귀신 붙는 꿈이라고 했을 것이다.

어릴 적 우리집에도 그런 독들이 여기 저기 놓여 있었다.

부엌 입구에는 밀단지가 있었고 부엌을 들어 가면 바로 입구에 물독,

땔감 밑에는 겨울철에 밤, 도토리들을 갈무리하는 모래 담긴 독 속이 묻혀 있고

부엌 뒷문에는 쌀독과 보리쌀 독, 좁쌀독이 놓여 있었다.

좁쌀 독 안에는 면으로 된 자루가 들어 있고 그 자루에는 콩, 강남콩, 팥 같은 잡곡 자루가 들어 있었고

된장 독, 간장 독, 고추장독은 말할 것도 없고 조끄만 단지들은 꿀단지까지 올망졸망..

김장 담글 때를 대비한 엄청 큰 독들이 여분으로 놓여 있고

여분의 독들은 늘 물이 가득 차 있어서

하늘이 담기고, 산이 담기고, 나무가 담기고...

술고리와 구멍이 숭숭 나 있는 엄청 큰 떡시루, 똥장군으로 쓰는 똥단지 까지

옹기가 참 친근한 그릇이었는데 지금은 모두 민속 박물관에나 가야 볼 수 있는 물건이 되었다.

어머니의 하루는 장독간을 중심으로 돌아 갔고 으례 비손이하는 물 한그릇(힌 사기 그릇)들이 있었고

중요한 날이면 엄마와 할매들은 신성하고 무서운 표정으로 변하곤 했다(나에게는). 

지금은 시골이지만 집도 바뀌고, 사람도 바뀌고,

세월도 바뀌었다. 어머니 돌아 가시면서 그 큰 살림(우리엄마는 종부다)이 슬슬 줄어 들어 지금은 옛날 것이라고는 먼지 풀풀 나는 고서 그것도 몇 권 뿐이다.

울산에서 옹기 축제를 준비했는데 신종 풀루 때문에 취소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