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유목민
떠도는 3억 명, 중국의 新 유목민
농촌에서 광저우시로 온 농민공 가족. 이들처럼 온 가족이 이삿짐을 옮기며 이동하는 모습은 중국 어디에서나 볼 수 있는 흔한 풍경이다.ⓒ Getty Images
[대기원시보] 중국 정부는 2006년 초원의 사막화를 막기 위해 네이멍구(內蒙古)를 비롯한 여러 지역 유목민을 도시와 농촌으로 이주시켰다. 그러나 중국 사회에서 유목민은 점점 늘어나고 있다. 초원에서 소와 양을 키우는 전통적인 유목민이 아니라 일거리를 찾아 낯선 도시를 떠도는 신 유목인이다. 그들 중엔 취업과 창업을 위해 타지로 나선 젊은 대졸자도 있지만, 대부분은 일자리가 없어 농촌을 떠나온 실업농민이다.
최근 중국정부 인구 통계로는 전국적으로 외지에서 표류 중인 인구는 3억을 넘었다. 그러나 중국사회의 통계가 정확하지 않다는 점을 고려한 전문가들은 현재 표류 중인 인구가 3억 명을 넘어설 것으로 보고 있다. 유동인구가 늘어나는 것은 경제가 급속히 발전하는 나라에서는 흔히 있는 일이다. 그러나 중국은 국민을 배려하지 않은 호적제도와 토지제도의 영향이 더 크다.
중국공산당은 1957년 새로운 호적관리방법을 공표했다. 이때부터 호적은 신분증 역할뿐 아니라 식품공급, 주거, 의료, 교육, 퇴직, 주거복지 등 모든 사회복지를 위한 기초 근거자료가 되었다. 그러나 이 호적 때문에 또 모든 중국인은 이사나 일자리 옮기는 문제에서 자유를 얻지 못했다. 전세계에서 자국민에 대해 거주지와 일하는 지역을 제한하는 나라는 대략 5개 국가인데 중국은 세계에서 유일한 대국으로 손꼽힌다. 중국은 80년대 개혁개방을 추진한 이래 급속한 경제성장을 이뤘지만, 주민을 한 곳에 묶어두는 중국의 호적제도는 도시와 시골을 분리시켰다.
청두시 외곽의 농민공 거주지역에서 초등학생이 공부를 하고 있다 당국이 농민공 초등학교를 부동산업자에 매각하는 바람에 다닐 학교를 잃었다.ⓒ AFP/Getty Images
벗을 수 없는 굴레 '호적제'
중국정부가 현행 호적제도를 포기할 땐 일자리를 찾아 도시로 떠도는 인구가 급격히 늘어나 도시빈민화 현상이 나타날 수도 있다. 북경시만 해도 90년대 중반 이후부터 유동인구에 의한 범죄가 점점 증가하고 있다. 이들 중 또 많은 사람이 빈곤을 벗어나지 못해 북경시의 치안관리에 새로운 문제를 가져오고 있다.
이들이 도시민으로 대우받지 못하고 빈민으로 전락하는 데는 농민을 구속하는 토지제도가 중요한 원인이다. 중국 헌법에 농지는 ‘집단소유제’로 토지 소유권이 농민 개인에게 있는 것이 아니라 정체가 불분명한 ‘집단’에 있다. 농민은 도급제로 토지를 사용하며 이런 토지사용권은 ‘사람이 농촌에 있을 때’를 전제로 한 것이다. 일자리를 찾아 도시를 유랑하는 많은 농민은 시골의 토지사용권도 그대로 유지하고자 한다. 토지를 팔 수 있는 권한은 없어서 토지를 황무지로 내버려두더라도 말이다.
도시를 찾은 많은 농민은 토지사용권을 유지하려고 주거지를 옮기지 않으니 도시민의 대우도 받지 못하고 있다. 만약 토지가 개인 소유였다면 농민들은 토지를 팔거나 세를 주고 나서 도시에서 창업하거나 또는 이주를 했을 것이다.
원저우시 인력시장에서 일거리를 찾고 있는 농민공들ⓒ AFP/Getty Images
표류하는 인권
2003년 중국 호적제도의 문제를 명백하게 드러낸 사건이 발생했다. 쑨즈깡(1976~2003년)이라는 후베이성 청년은 2003년 광주의 한 회사에 취직이 돼 광주로 이사했다. 광주에 온 지 얼마 되지 않아서 그는 현지 임시거주증 처리를 못 한 상태였다. 3월 17일 저녁, 그는 신분증을 휴대하지 않은 채 외출했다가 임시거주증을 조사하는 경찰에 잡혀 파출소로 끌려갔다. 그는 친구에게 전화를 걸어 신분증명서를 파출소로 보내 달라고 부탁했지만 친구가 파출소에 도착했을 땐 그가 이미 다른 수용소로 이송된 후였다.
호적제의 병폐를 여실히 보여준 쑨쯔강 치사 사건.
3일 뒤, 3월20일 쑨즈깡은 수감자를 치료하는 한 병원에서 사망한 상태로 발견됐다. 당국은 그가 병원에서 관리인과 다른 환자에게 맞아 구타를 당해 사망한 것으로 공표했다. 쑨즈깡이 부랑자가 아닌 신분이 확실한 대학생이었기에 당시 중국에서는 쑨즈깡 사건이 많은 논란이 됐고 비슷한 사건이 연이어 폭로되기도 했다. 그러나 중국에서는 현지인이 아닌 호적인구, 즉 유랑인구에 대한 인권유린은 사회 곳곳에서 여전히 발생하고 있다.
임혜원 기자
대기원시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