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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운하
햇살수풀
2008. 1. 24. 09:23
[시론] ‘사양산업 운하’를 벤치마킹하나 / 김정욱 | |
시론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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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하는 세계적으로 사양산업이다. 미국의 운하도시 세인트루이스는 19세기 말까지 중서부 제일의 도시로서 미국 최초로 올림픽과 세계박람회를 개최하는 기염을 토했으나 지금은 다니는 배도 별로 없는 심심한 도시로 전락했다. 경부운하가 본보기로 삼고 있다는 독일의 아르엠디(RMD) 운하도 부두들은 다 텅텅 비어 있다. 한반도 대운하와 닮은 꼴의 사업이 바로 미국의 플로리다 운하다. 플로리다는 반도의 구석구석을 다 운하로 연결하는 토목공사를 했다. 그러나 1928년에 공사가 끝나자마자 홍수로 범람하여 2000여명이 죽는 참사를 빚었다. 운하에는 물을 채워놓아야 하니 홍수 때에 범람하는 것은 당연하다. 그래서 수로를 따라 높은 둑을 죽 쌓아 올렸다. 지금 운하에 배는 거의 볼 수 없고 생태계 파괴로 인한 후유증만 심각하게 나타나 하천복원공사를 하고 있는데 복원공사비가 운하공사비의 10배나 들고 있다.
낙동강의 위천 상류는 갈수기에 평균 수심이 54㎝밖에 안 된다. 이런 강의 수심을 6m 이상으로 올려놓으면 물이 흐르지를 않고, 열흘 정도면 바다로 빠지던 물이 100일 이상 수로에 고이게 된다. 지금 중국의 태호가 녹조로 뒤덮이면서 수돗물에서 역겨운 비린내가 나고 양쯔강 하류에 큰 혼란이 벌어지고 있는데, ‘낙동호’도 이럴 가능성은 너무나 충분하다. 강이라는 것은 이리 구불 저리 구불 흐르면서 웅덩이와 여울이 생기고 물살이 빠른 데와 느린 데, 돌과 자갈과 모래와 펄이 깔린 곳과 수초가 자라는 곳이 따로 있고 그에 따라 각종 수중생물들이 제각기 살 곳을 찾고 물도 정화된다. 그런데 이 모든 구간을 깊은 웅덩이로 만들어 놓으면 많은 생물들은 살 수가 없고 물은 썩는다.
또 이 운하는 큰 홍수 피해를 일으킬 것이다. 지금 한강이나 낙동강 본류에는 댐을 만들 수 있는 곳은 다 만들었다. 만들지 않은 곳은 홍수 범람을 막을 수가 없기 때문이다. 운하의 수심을 6m 이상으로 유지하자면 댐의 하류 부분은 수심이 12m 이상 되는데 강의 수위가 오른 만큼 홍수는 범람하기 마련이다. 홍수가 오기 전에 물을 미리 빼면 된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는데, 이를 미리 알려줄 만한 용한 예언가가 우리나라에 아직 없다.
지금까지 행복도시다, 혁신도시다, 기업도시다, 첨단산업단지다 하는 개발사업들이 다 땅값을 크게 올려놓았다. 현재 우리나라의 땅값이 공시지가로 2천조원을 돌파하여 캐나다를 5개, 프랑스는 8개, 미국은 절반을 살 수 있을 정도가 됐다. 우리 국민들은 열심히 일할 생각들은 접은 지 이미 오래다. 무슨 개발사업이 일어나 땅값이 오르기만을 기다리고 앉아 있다. 한반도 대운하는 전국의 땅값을 한정 없이 더 올려놓을 것이다. 땅값이 오르면 기업하기 나빠지고 국가의 경쟁력은 떨어지고 국민들은 투기에 몰두하고 국운은 쇠퇴할 것이다.
국토는 대통령의 소유가 아니다. 이런 정당성이 없는 사업에 온 국력을 쏟아부을 것이 아니라 지식수준이 높은 우리나라의 젊은이들에게 고급 일자리를 만들어 줄 수 있는 그런 차원 높은 발전 계획을 세워야 할 때다.
김정욱/서울대 환경대학원 교수 |
[왜냐면] 운하는 18세기 수송시대로 가는 길 / 김충남·해리 리처드슨 | |
왜냐면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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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 대운하 계획은 이명박 당선인의 핵심공약이다. 그가 18세기 수송수단을 21세기 경제에 적용하려는 건 이해하기 어렵다. 이것은 아마도 자신의 오랜 건설 경험을 바탕으로 대형 건설공사를 통해 경제를 어려움에서 벗어나게 하겠다는 신념과 성공적인 청계천 복구에 따른 자신감, 그리고 유럽의 내륙수송으로부터 영향을 받았기 때문이라 볼 수 있다. 그는 독일 기술자들로부터 자문을 받았고 라인강을 방문했으며, 네덜란드 전문가들과도 협의한 바 있다. 유럽 운하의 실태, 경부운하의 경제성과 환경문제 등을 중심으로 검토하고자 한다.
유럽 수백년 걸쳐 건설 물동량 가격기준 3%뿐 바지선 관광 수익 안나 ■ 유럽운하 실태=초기 유럽연합 15개국의 내륙수로는 총 3만㎞나 된다. 유럽의 내륙수로는 수십 년에서 수백 년에 걸쳐 건설돼 건설비가 문제가 되지 않았지만, 3천㎞ 한반도 대운하의 일부분인 530㎞ 길이의 경부운하 건설비는 노선과 공법에 따라 최소 18조원에서 최대 40조원까지 들 것이며, 특히 낙동강과 한강을 연결하는 터널공사에만 20조원까지 들 것이라는 추산도 있다. 인천공항과 경부고속철의 실제 건설비가 계획 당시에 비해 세 배 정도로 커진 점을 고려할 때 경부운하의 실제 건설비는 상당한 규모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유럽에서 전체 물동량의 6%, 가격기준으로 3%만이 내륙수로를 이용하여 수송되고 있을 정도로 수로의 유용성이 줄어들고 있다. 과거 30년 동안 내륙수로를 통한 수송량은 연간 킬로미터당 1050억∼1210억t 정도로 큰 변화가 없었지만, 같은 기간 트럭을 통한 수송량은 킬로미터당 4천억t에서 1조2500억t으로 세 배 이상 늘어났다. 1970년 당시 내륙수로를 통한 수송은 전체 수송량의 12%를 차지했으나 지금은 그 절반으로 줄어들었다.
오늘날 유럽의 내륙수로는 주로 관광용으로 이용되고 있지만 바지선을 이용하는 관광객들은 저소득층이기 때문에 경제적 효과는 미미하다. 최근 이르러 영국이 운하 복구를 하고 있지만 수송이나 관광 목적이 아니라 운하 주변에 주거지역을 개발하려는 것이다. 영국의 대표적인 운하복구 계획은 36㎞의 웨이아룬 운하로, 복구비용은 경부운하 건설비의 1%도 안 되는 1억8800만달러에 불과하다.
현재 한국의 화물수송은 트럭 88%, 철도 10.4%, 연안해운 1.6%의 비율로 분담하고 있다. 그러나 운하가 트럭수송 부담률을 줄일 가능성은 매우 적을 것으로 본다. 운하가 화물수송량의 15∼20%를 점유할 것이라는 주장은 설득력이 약하다. 단거리 물동량이 많은 한국의 물류 특성상 운하를 통한 화물수송량은 기대보다 훨씬 적을 것이기 때문이다. 경부고속철도가 완공되면 철도를 통한 수송도 늘어날 것이다.
수송시간 수일 걸리는데다 홍수기·결빙기 사용불가 연안수송 진흥이 더 경제적 ■ 경제성=이 운하의 관광이용 가능성과 관련하여 운하 주변에 리조트 타운 15곳을 개발하고 운하 전 구역에 걸쳐 유람선을 띄움으로써 관광산업이 크게 진흥될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운하는 건설경비 탓에 대형 유람선이 항해할 수 있을 정도로 깊게 건설할 수 없을 것이므로 바지선, 작은 배, 또는 엔진이 달린 요트밖에 운항하지 못할 것이다. 계획된 운하의 깊이는 6m로서 2500톤 또는 그 이하 규모의 선박만이 운항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내륙지방에 관광자원이 많지 않아 상당수의 국내외 관광객을 유치하기 어려울 것이므로 운하건설에 따른 관광개발, 일자리 창출, 소득증가 등의 효과는 크지 않을 것이다.
운하를 이용한 수송은 연료비와 수송비용이 저렴하다는 장점이 있지만, 트럭이나 철도에 비해 수송기간이 훨씬 길고, 기후의 영향을 크게 받는다는 단점이 있다. 이명박 당선인 쪽은 경부운하를 통한 수송 소요 시간을 최대 40시간으로 추산하고 있으나 19곳의 갑문과 20㎞의 수로터널을 통과해야 하므로 그보다 더 많은 시간이 걸릴 것으로 판단된다. 사철 이용 가능한 유럽 운하와는 달리, 경부운하는 홍수기와 겨울철 결빙 시기에는 사용이 어려울 것이다. 유럽연합이 잘 발달된 연안수송망을 가지고 있듯이 한국도 연안해운을 진흥시켜 서울과 부산 사이 화물운송의 상당부분을 분담할 수 있을 것이다. 운하는 곡물·석탄·철광석 같은 대량화물 수송수단으로 유용하지만 한국에서는 그런 화물이 대부분 수입되는 것이기 때문에 연안 수송체계를 강화하는 것이 더 경제적이다.
미시시피강 오염 심해 ‘암의 통로’ 선박사고라도 나면 치명적 수중생태계 파괴 철새도래지 소실 ■ 환경문제=운하건설로 경부고속도로 교통량 감소를 통한 교통 혼잡 해소와 환경개선 효과도 높다고 주장하나 운하건설은 수질오염이라는 치명적 문제점이 있다. 내륙수로로 이용되고 있는 미국 미시시피강은 오염이 심하여 ‘암의 통로’(cancer corridor)라고 불리고 있다. 경부운하 건설에 따른 오염문제는 결코 가벼이 생각할 문제가 아니다. 경부운하에 건설되는 댐 16곳과 갑문 19곳은 물을 정체시켜 오염을 가중시킬 것이며, 선박사고로 말미암은 기름이나 화학물질 유출 때는 치명적 결과를 안길 수 있다. 유럽 나라들은 지하수를 식수로 사용하고 있어 내륙수로 오염으로 말미암은 문제가 적지만, 낙동강과 한강은 한국인 절반 이상이 식수로 쓰고 있어 두 강이 오염된다면 이는 매우 심각한 문제가 될 것이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 운하와 나란히 식수용 수로를 건설한다고 하지만 비경제적일 뿐 아니라 근원적으로 오염된 물로 식수가 영향 받게 될 것이다. 또한 댐 건설에 따른 환경문제와 수중 생태계 파괴로 비롯되는 습지와 철새 도래지 소실도 큰 문제가 아닐 수 없다. 그리고 숱한 댐으로 생기는 안개 때문에 농작물에도 막대한 손실을 가져올 우려가 있다.
물류수송이 한국이 봉착한 중대한 문제라면 운하건설에 투입될 막대한 자금을 경부고속철 완공, 경부고속도로 차선 확장, 연안 해운체계 확립, 또는 동북아 물류중심을 지향하는 인천항 개발에 투자하는 것이 합리적이라 본다. 노무현 대통령은 충청지역 표를 얻기 위해 새로운 수도와 혁신도시 건설과 같은 대중영합적 공공사업을 공약하고 추진하여 국력을 낭비했다. 이런 과오를 되풀이해서는 안 될 것이다. 그런데 경부운하 건설은 신행정수도보다 더 대규모인 건설사업이어서 그 여파가 심각할 것이다.
한국은 지금 제조업 중심의 경제로부터 정보통신, 기술 및 서비스 중심의 경제로 전환하고 있다. 따라서 운하건설 계획은 시대착오적이며 더구나 운하가 완공될 시점에는 이것이 시대에 역행하는 것임을 더욱 절실히 느끼게 될 것이다. 국제적으로 권위있는 한 전문가는 모든 지역이 해안에서 100㎞ 미만인 반도국가에서 대규모 운하를 건설하는 것은 이해할 수 없다고 했다.
김충남/하와이 동서문화센터 연구위원
해리 리처드슨/남캘리포니아대 도시·지역개발학과 과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