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랩] 숲 속 들꽃의 여왕 백작약
그렇지 않아도 학교에서 "춥다! 춥다!"
하는 학생들을 많이 보고 왔는데
뉴스 시간에 강원도 지방에 꽃 위에 내린 눈을 보면서
꽃들에겐 참 잔인한 4월이구나 하는 것을 느꼈다.
금년 제주지방에는 겨울이 따뜻해서
다른 해와 달리 한 일주일부터 3주 정도 빠르게
꽃이 피어나고 있는데, 중간에 추위가 간간이 와서
이 꽃들을 못 살게 굴고 있는 형편이다.
백작약은 원래 깊은 산 속에 자생하는 것들인데
많은 사람들이 오름을 찾으면서부터 멸종 위기에 처해 있다.
전 해에 보았던 곳을 찾아갔다가 빈 걸음으로 돌아온 적이 한 두 번이 아니다.
아무런 죄의식 없이 그걸 꼭 집으로 가지고 와야 성이 차는 그런 사람들 때문이다.
백작약(白芍藥)은 쌍떡잎식물 미나리아재비목 미나리아재비과의 여러해살이풀로
뿌리는 굵고 육질이며 밑부분이 비늘 같은 잎으로 싸여 있다.
꽃은 6월에 흰색으로 피고 지름 4∼5cm이며 원줄기 끝에 1개씩 달린다.
이곳에 있는 사진들은 4월초부터 지금까지 학교 주변 민가에서 찍은 것들이다.
♧ 작약꽃밭에서 - 박정만
헤어지자,
이 지상에서,
저무는 해와 같이.
오래오래 숨겨 온 눈물의 흔적
허공에 주어버리고
마른 약 뿌리 같이
인제는 맨 정신으로 헤어져버리자.
오래오래 간직해 온
우리들 사랑의 순금의 눈시울,
저 버림받은 나날과
헛맹세와
이우는 꽃잎 같은 젊은 물머리.
질근질근 손톱을 깨물며 깨물며
들끓는 어둠 속을 달리며 달리며
나 죽음 곁에 엎디었노라 - 꽃비에 젖어
꽃같이 나 죽음에 엎디었노라.
♧ 작약 - 노천명
그 굳은 흙을 떠받으며
뜰 한구석에서
작약이 붉은 순을 뿜는다
늬도 좀 저모양 늬를 뿜어보렴
그야말로 즐거운 삶이 아니겠느냐
육십을 살아도 헛사는 친구들
세상 눈치 안 보며
맘대로 산 날 좀 장기(帳記)에서 뽑아 보라
젊은 나이에 치미는 힘들이 없느냐
어찌할 수 없이 터지는 정열이 없느냐
남이 뭐란다는 것은
오로지 못생긴 친구만이 문제삼는 것
남의 자(尺)는 남들 재라 하고
너는 늬 자로 너를 재일 일이다
작약이 제 순을 뿜는다
무서운 힘으로 제 순을 뿜는다
♧ 작약꽃 - 유창섭
작은 바람에도 우는 숲
소쩍새 울더니
초저녁부터 숲은 가슴으로 안겨와 눕고
바람 소리에 잠 못 이루던 밤
내내 몸 뒤척이다가
아침에사
가슴 빈곳에
작약꽃 무리져 피었음을
알았네
무성한 잎새 흔들며
빨강 하양 분홍 너른 꽃잎 사이
어른거리는 모습
들머리 흩어지는 향기에
그대인 줄 알겠네
♧ 작약꽃 이울 무렵 - 유치환
저적히 갸우린 안에
억토(億土)에의 하아얀 길이 있어
하나 왕국이 슬어지시로소니
애달픔이 어찌 이에 더 하랴
나의 청춘이 소리 없이 못내 흐느끼는 날
더불어 고이 너도 이우노니
귀촉도야 귀촉도!
자국 자국 어리인 피 가슴 밟는 울음에
아아 꽃이 지는지고
---아픈지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