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전 처음 점이라는 것을 보다
점은 나에게는 좀 익숙한 것이다.
어릴 때 우리 어머니는 시골의 다른 어머니들처럼 미신을 믿었다.
정통유교를 가학으로 배운 할아버지는 그런 미신을 엄격하게 금하셨지만
어머니와 할머니는몰래 몰래 점장이를 찾아 다녔고
양밥이란 것을 하는 것도 자주 보았다.
산신에, 천신에, 그리고 무슨무슨 신에 기도드리는
어머니의 모습은 신령스러웠다.
오빠는 점장이 집에 이름을 팔고
점장이를 보고 어머니라 부르라 해서 무서웠다고 한다.
점장이는 어머니 연배였지만 고왔고
그 연배의 다른 시골 아주머니들 보다는 많은 지식을 가지고 있었던 것으로 기억된다.
집에 누가 아파도, 시골에서 일어날 수 있는 소소한 무슨 사고가 나도
남편이 바람이 나도, 집에 도둑이 들어도
하옇튼 별별 일상의 일들은 모두 점장이에게 물었다.
그 점집 아주머니는 더 이상 시골에 계시지 않는다.
정보화 사회가 되고 사람들이 계몽되고
마을에 교회가 생겨나면서 더 이상 그 아주머니에게 의존하지 않게 되었다.
마을 사람들이 모두 도시로 떠나면서 최소한의 수요가 없어 졌는 지도 모른다.
하옇튼 나는 어릴 때 시골에서 자라 많은 미신들을 보고 자랐다.
중학교에 들어 가면서 세상을 알게 되면서 그런 미신들이
한갓 허상에 지나지 않는 다는 것을 알게 되면서
절대로 어머니나 할머니처럼 그런 허상에는 휘둘리지 않으리라 다짐했다.
물론 지금까지 재미로 운세 정도는 보았지만 한 번도 비용을 지불하고
점같은 것을 본 적은 없다.
요즈음은 사람의 마음상태, 심리, 상담이론에 대한 관심이 높다.
그러다 보니 기도원의 영성치유집회,
점집이나 유명한 스님을 다르샨하는 것을
원하는 사람의 심리가 유사한 점이 있을 거라는 점에 동의하게 되었다.
유명한 점집이나, 유명한 스님, 유명한 목사님의 심리치유능력이
유사한 점이 있지 않을까 하는 호기심도 생긴다.
옆에 있는 선생님께서 유명한 스님인데
아무 정보도 없이 들어서는 순간부터 주저리주저리
하시는 말씀이 꼭 자기에게 해당하는 말씀들이라고
참말로 용한데 복채도 요구하지 않는다는 이야기를 한다.
그 이야기를 듣고 한 번 만나 보리라 생각하고 가 보기로 하였다.
참말로 용한지 그 내용보다 그런 일들을 하시는 사람들이 어떤 지
인간에 대한 호기심이 발동하였다고 보는 것이 맞겠다.
일단 그 법당에 가면 나를 보고도 주저리주저리 뭐라고 하시겠지.
그런 기대를 가지고
점집 순례를 취미로 하고 있는 또 다른 선생님을 꼬셔서 함께 가 보기로 하였다.
일단 도회의 법당처럼 꾸며 놓았다.
규모가 제법 큰 절이다.
큰 스님이 앉아 있고 작은 스님도 있고 사무를 담당하는 보살님도 있다.
우리가 법당으로 가지 않았으므로 일단 법당에 가서 부처님을 보고 오라고 한다.
부처님을 보고 큰 스님을 독대하는 데는 30000원을 시주해야 한다고 한다.
점집에 취미로 다니는 선생님은 다른 곳은 20000원이라고 한다.
어쨋든 스님을 만나기로 한 절차를 충실히 따른다.
일단 사주를 적고 적은 사주를 보살님이 스님께 가져다 드린다.
다른 사람들의 사주는 못 넣게 한다. 프라이버시란다.(그래야 다음에 또 오지)
둘이 한꺼번에 들어 가도 되고 따로따로 들어 가도 된다고 한다.
우리는 다음 약속이 있어 약 삼십분만 보기로 한다.
나는 물의 성질을 가지고 태어 났다고 한다.
처세술에 능하지만 가까운 사람에게 모질게 대한다고 한다.
(나는 처세술이라는 말 자체를 싫어한다
너무 정치적인 냄새가 나기 때문이다.
그리고 가까운 사람들에게 모질게 대하는 것은 인지상정 아닌가)
어쩌구 저쩌구 하는 내용이 뭐 그저 그렇다.
옆에 있는 선생님은 이미 다른데서 본 경험이 많아서 그저그렇단다.
그러면서 일이 잘 안 풀리는 것은 사주에 뭐가 없어서 인데
뭐가 들어 갈 수 있도록 당호를 지으면
모든 일이 잘 풀린다고 한다.
당호 짓는 비용이 가뿐하다면야 그 소리가 거슬리지 않겠지만
거금 300만원에 150만원으로 할인해 줄 수 있다고 설득한다.
마음 약할 때 혼자 가면 설득당하겠다.
유명한 스님이 뭐 이렇나 하고 소개해 준 사람이 원망스럽기 까지 하다.
정말 유명한 그 스님이 맞을까하는 의심이 생긴다.
두 사람 다 결론은 모두 돈이 아깝다 하는 것이다.
상담실의 상담료는 15만원이나 하니 그 보다는 좀 낫지만
호기심 만족을 위한 댓가로는 너무 톡톡한 값을 치렀다.
다행인 것은 두 사람 다 직업은 잘 선택했다는 것으로
위안을 주어 본전 생각이 덜 났다.
나의 과거는 내가 가장 잘 알고 있다.(점장이가 상징으로 몇 개 풀어 낸다고 해서 놀랄 게 무어 있는가?)
미래도 과거와 연관되는 것은 내가 풀어야 할 것이고
알 수 없는 미래보다는 알 수 있는 현재에 충실하고
현재 마음의 충만함을 얻는 게 행복의 지름길이다.
그래도 용하다는 사람들에 대한 호기심은 충족되지 않았는데
앞으로 좀 더 순례를 하게 될 것 같다.
그리고 용하다는 사람들을 찾아 다니는
사람들을 위안하는 방법을 연구해야 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