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느리게 산다는 것의 의미 / 피에르 쌍소

우리에게 다가오는 사건을 기쁘게 받아들일 수 있는 능력을 갖기
위해서 필요한 지혜가 있다. 그것은 갑자기 달려드는 시간에게
허를 찔리지 않고 허둥지둥 시간에게 쫓겨다니지도 않겠다는 분명한
의지로 알수 있는 지혜이다.
우리는 그 능력을 느림이라고 불렀다
느림은 우리에게 시간에다 모든 기회를 부여하라고 속삭인다.
그리고 한가롭게 거닐고 글을 쓰고 타인의 말에 귀을 기울이고
휴식을 취함으로써 우리의 영혼이 숨쉴수 있게 하라고 말한다.
첫 째: 빈둥거릴 것-자기만의 시간을 가질 것
둘 째: 들을 것-신뢰할 만한 다른 이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일 것
셋 째: 권태-무의미할 때까지 반복되는 것을 받아들이고
취미를 가질 것
넷 째: 꿈을 꿀 것-자기 안에 희미하나마 기민하고 예민한
하나의 의식을 자리잡아 둘 것
다섯째: 기다릴 것-가장 넓고 큰 가능성을 열어둘 것
여섯째: 마음의 고향-존재의 퇴색한 부분을 간직할 것
일곱째: 마음속의 진실을 형상화할 것
여덟째: 포도주-그것은 지혜의 학교
아홉째: 모데라토 칸타빌레-절제보다는 절도를 가질 것
나는 하루에게 약속을 어길 때가 가끔 있다.
밤으로부터 꿈으로부터 빠져 나오기 어려운 때가 있는 것이다.
한번 출발에 실패하게 되면 나는 다른 자들의 꽁무니를 좇아
출발하는 것이 왠지 부끄러워진다. 하지만 행복하게도 내일이면
또 다른 새벽이 내게 찾아와 줄 것이다
내일은 또 다른 하루가 태어날 것이다.
내일 나는 다시 한번 미래를 내다보는 사람이 될 것이다.
그리고 만물을 향해 손을 뻗을 것이다. 계절의 바퀴를 돌릴 것이다
봄.여름.가을.겨울.모든 계절이 내게는 정겹고 아름답기만 하다.
나는 빛이 기울어질 때까지 빛과 동행할 것이고,
밤이 새벽에 의해 찢겨나갈 때까지 밤과 동행할 것이다.
누더기를 입고 있는 것이 이 세상, 나는 이 세상에다 위엄 있는
의복을 입혀 줄 것이다. 아니 그보다는 나의 참된 충동들을 알고
있기에 세상이 입고 있는 누더기들을 벗겨낼 것이다.
내일. 다시 한번 나는 내가 아직도 살아 있는 존재로 있을 수 있는
이 행복한 기회를 소중하게 누릴 것이다.
느림.
내게는 그것이 부드럽고 우아하고 배려 깊은 삶의 방식으로 보여진다.
느림이라는 태도는 빠른 박자에 적응할 수 있는 능력이 없음을
의미하지 않는다.
느림이란 시간을 급하게 다루지 않고, 시간의 재촉에 떠밀려가지
않겠다는 단호한 결심에서 나오는 것이며, 또한 삶의 길을 가는 동안
나 자신을 잊어버리지 않을 수 있는 능력과 세상을 받아들일 수 있는
능력을 키우겠다는 확고한 의지에게 비롯하는 것이다.
삶이란 내게 주어진 행운,
그것도 두번 다시 돌아올 수 없는 단 한번의 행운이라고 생각한다.
삶이 우리에게 선물로 주어졌기 때문에 그렇게 생각하는 것은
아니다. 균형상으로 볼때, 기쁨의 총체가 고통의 총체를 넘어션다고
보기 때문에 그런 것도 아니다. 내가 삶을 행운의 기회로 여기는
까닭은 매순간 살아 있는 존재로서 아침마다 햇살을, 저녁마다
어두움을 맞이하는 행복을 누리고 있기 때문이며, 세상의 만물이
탄생할 때의 그 빛을 여전히 잃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사랑하는 사람의 얼굴에 어렴풋이 떠오르는 미소나 불만스러운
표정의 시작을 금방 알아차릴 수 있기 때문이다.
한마디로 말하면?
이 세상이 계속해서 나를 향해 말을 걸어오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삶은 내가 조금씩 아껴가며 꺼내 놓고 싶은 행운인 것이다
삶. 그것은 마치 파도처럼 넘실거리며 다가오고, 햇살처럼 좍퍼져 나간다
그것은 세차게, 도도하게 흘러가는 강물이나 거세게 휘몰아치는
회오리바람이기보다는 섬세한 작은 물방울들 같은 것이다
그것은 강한 힘이기보다는 부드러운 빛과 같은 것이다.
책의 곳곳에서 옮겨 놓고 싶은 부분들이 밑줄로 유혹했다.
빛나는 감각으로 느림을 표현한 글에서 나는 여유있는
삶의 태도에 대해서 생각해 보게 되었다.
우리에게 주어진 삶에 대한 태도는 각자의 몫으로 남아서
사고하는 그릇의 양만큼 이해되며 주어진 삶으로 살게 될 것이다.
삶~
부드러운 빛으로 받아들인다면 느림의 미를 알 것도 같다.
하지만 현실에 발맞추어 가기위한 소시민적인 사고방식의
형태로는 도무지 여유를 가질 수가 없음으로 변명이 다가온다.
뜰지기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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